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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몽골 고비사막을 가다] ③ 고비사막에서의 첫날 밤

빠르게 진행되는 몽골 사막화 실태
[몽골 고비사막을 가다] ③ 고비사막에서의 첫날 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불청객’ 황사가 찾아왔다. 황사문제는 각종 호흡기 질환, 농작물 성장저해, 항공기 결항 등의 피해를 유발하며 연간 피해규모는 3~5조원에 달한다. 피해 발생국이 늘어가면서 황사는 세계적 환경이슈가 되었고,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환경부와 <국정브리핑>은 정연만 환경부 홍보관리관이 주요 황사발원지 몽골 '고비사막'을 찾아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심각한 사막화 실태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전달하고 이에 따른 향후 대책도 알아본다. <편집자>


정연만 환경부 홍보관리관
2월 27일 이른 아침 달란자드가드행 조그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고비사막은 이상 기온으로 눈이 거의 녹아 사막의 자태를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었다. 황무지처럼 보이는 거대한 지역에 산처럼 보이는 구릉과 강이 말라버려 길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지금 정도면 최소한 40cm 정도 눈으로 덮여 있어야 할 사막이 이상 기온으로 저렇게 됐어요. 제가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다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옆에 앉은 오기출 총장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사막을 쫓아 드리워진 몽골을 바라봤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고비사막.

비행 1시간이 좀 지나자 우리는 달란자드가드에 도착했다. 활주로는 비행기 바퀴가 닿자 흙먼지가 일며 마치 황사를 연상시켰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멘트 활주로가 아닌 흙땅이었다. 간혹 비가 오면 표면이 울퉁불퉁해져 착륙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맨땅의 활주로는 처음 경험하는 터라 놀라움과 신기함이 가득했다. ‘사막의 시작이다’라고 느낄 만큼 주위 풍경도 너무 낯설었다.

공항에는 오믄고비도의 야드마 도지사 일행이 나와 있었다. “이번 겨울에 눈이 내린 지역은 도 전체에서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예년 같으면 평균 5회 정도 내리던 눈도 이번 겨울에는 2번 밖에 내리지 않았고, 그 양도 이전에 비해 극히 적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기온이 따뜻한 적이 없었습니다”라며 도지사는 심각한 건조화 실태를 전한다.

활주로가 흙땅인 달란자드가드 공항.

달란자르가드에는 우리와 사막을 횡단할 랜드크루저 짚차가 하루 먼저 울란바타르를 출발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막을 횡단할 때는 최소한 2대 이상의 차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차가 고장나면 고쳐줄 사람도 없고 게르도 50∼60㎞에 한 채씩 있기 때문이란다.

짐을 찾아 지프차에 몸을 싣고 드디어 사막으로 출발했다. 달란자드가드는 남고비사막의 중심도시로 비행기로 연결되기 때문에 관광객이나 한국에서 식목사업을 하는 분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범위는 달란자드가드 근처까지만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기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막에서의 첫 번째 방문지는 공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방풍림지’와 ‘묘?장’이었다. 한국로터리클럽, 동북아산림포럼 등 우리나라 민간단체와 함께 조성했다고 한다. 그곳을 관리하는 ‘그레이트 고비 그로브’ 소속의 어뜨수릉(37)씨가 현황 설명을 해주었다.

방풍림에 도착하니 ‘한-몽골 우정의 방풍림’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조성된 이 방풍림의 생존율은 90% 이상이라고 한다. 묘?장에는 올무스, 포플러, 타마릭스 등 고비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10종류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고 황사도 더욱 심해진 것 같았다. “방문기간 동안 기후가 불순하여 이상기온과 더불어 바람도 불고 중간에 눈도 있어 사막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취재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고 말하던 어제 몽골 자연환경부 장관의 말이 순간 떠올랐다. 자동차의 표면에 두껍게 끼여 있는 황사 먼지를 기사들이 닦아낼 때마다 미세먼지 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눈에는 먼지가 들어갔는지 영 불편하고 코도 갑갑했다. 서울에서 황사가 심한 날 경험했던 불편함이 기억났다.

광대한 고비사막은 모래가 아닌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사막길을 처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대개는 사막이라 하면 끝도 없이 모래밭이 펼쳐진 지역이라 상상하지만 고비사막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고비사막은 동서 1600㎞, 남북 500~1,00㎞의 광대한 지역으로 사막지역 안에 넓은 초원지대가 포함되어 있다.

사막을 달리는데 저 멀리 주인도 없이 일렬로 줄을 지어가는 말떼가 보였다. 유목민인 몽골인들은 시력이 4.0이어서 멀리 있어도 자기 가축을 알아본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이 쉽게 훔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양을 제외하고는 동물들도 스스로 먹이를 먹고 귀가하도록 길들여져 있다고 한다. 끝없는 사막을 달리면서 줄을 서서 황야를 달리는 말떼를 보니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함께 느껴졌다.

주인도 없이 일렬로 줄을 지어가는 말떼.

중간 중간 낙타 떼도 보였다. 낙타에 대하여는 생태분야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내일신문의 남준기 차장의 설명이 빠지지 않았다.

고비사막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쌍봉낙타.

“쌍봉낙타처럼 고비의 가혹한 환경에 잘 적응한 동물도 드뭅니다. 이들은 부득이한 경우에는 가시덤불만 먹고도 살 수 있습니다. 더울 때에는 체온이 42℃로 올라가도 견디고 추울 때는 신진대사를 줄여 체온을 34℃까지 내리기도 합니다. 물이 없어도 몇 주씩이나 끄떡없이 움직일 수 있죠. 게다가 낙타는 더위와 추위, 수분 손실에 따라 혈액속의 헤모글로빈 함유량과 체온을 조절하며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습니다. 사막의 더위, 추위, 모래폭풍, 물 부족, 피로 등 모든 악조건을 감수하고 끝까지 걸으며 힘이 완전히 바닥이 난 후에야 쓰러져 죽는답니다” 어려운 고비의 환경에 적응하여 산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

한참을 달려 고비사막의 한 가운데 있는 고비가든에 도착했다. ‘고비가든’은 사막의 오아시스에 있는 조그만 정원이다. 이 가든은 바라도즈(67)라는 한 사람의 집념이 없고서는 애초에 그처럼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는 정원으로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바라도즈씨는 1991년까지 오믄고비도의 부지사를 지내다가 몽골의 사회주의가 무너진 1992년 이곳에 와서 20년 이상 나무를 심어 오늘의 가든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회체제가 바뀌고 농업관리체제도 전환되면서 소중한 초원이 파괴되는 것을 보다 못한 그는 고비사막으로 들어와 어려운 세월을 나무와 함께했던 것이다.

20년 이상 나무를 심어 온 바라도즈씨.

처음 주위에서 그를 말리던 사람들도 지금은 모두 나무 심기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는 15년 만에 5ha의 땅에 20만 그루를 심었고, 인근 4개 도에 4만 그루의 묘?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지구상에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국의 동북아삼림포럼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고 그는 말했다.

한참을 헤매이다 드디어 눈앞에 커다란 초승달 모양의 모래언덕이 이어진 장관을 조우하게 됐다.

고비사막 남부 멀츠크엘스의 모래 언덕.

고비사막은 황무지를 뜻하는 ‘고비’라는 어원 그대로 대부분이 자갈사막과 암석사막으로 이뤄진 황량한 벌판이었다. 하지만 전체 면적의 3% 정도를 차지하는 모래언덕의 이동만을 잘 파악해도 사막화 진행의 실태를 육안으로도 목격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고비사막 남부 멀츠크엘스 지역의 이 모래언덕들은 무려 300∼400km나 뻗어있다고 한다. 모래언덕 한쪽에는 돌덩이들을 쌓고 풀을 심어둔 지역이 있었다. 몽골지리과학연구소의 하울렌백 박사는 몽골 정부와 지리과학연구소가 모래유실을 실험하기 위해 설치한 실험장이라며 소개했다.

그곳에는 모래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철책과 석재를 설치하고, 사막에 적응력이 강한 식물을 실험하고 있었다. 실험장에 있는 높이 25cm의 철책과 20cm의 석재 펜스는 거의 꼭대기까지 모래에 파묻힌 상태였으나 펜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다른 쪽 면은 주로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모래가 날려 크게 깎여나간 모습이었다. 이는 모래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 방향인 동남쪽으로 이동 중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주는 셈이었다. 또한 몽골의 사막화 진행이 빠를수록 우리나라에 미치는 황사 피해는 더욱 커지리라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었다.

멀츠크엘스의 모래 이동 방지벽.

하울렌백 박사는 모래로 덮인 펜스를 가리키며 “펜스를 설치한 구간에도 1년에 모래가 25∼30cm 쌓이고, 그냥 두면 모래언덕이 북서풍을 받아 1년에 200∼300m 이상 동남쪽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아름다워 보이는 모래 언덕이지만 바람에 날려 이동하면서 초지를 덮고 이로 인해 또 다른 사막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인근에 있는 작은 모래더미를 12~15cm 파헤쳐 보니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작년 10월말 이곳에 눈이 많이 내렸는데 이후 모래가 이동하면서 그 위가 덮인 것이라고 한다. 4개월 만에 이렇게 덮힐 정도로 모래 이동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가 기울어 가기 시작하자 어두운 사막을 헤매기에는 위험이 따르기에 우리는 서둘러 출발해 ‘불간군 스리 캐멀 로지’라는 사막 호텔 게르에 도착했다.

잠이 들어 뒤척이는 와중에 빗소리가 들렸다. ‘아! 이 겨울에 사막에는 눈이 오지 않고 비가 오는구나.' 신기함과 내일의 일정을 우려하며 그렇게 사막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