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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나눔의 기쁨-노블리스 오블리주1

[커버스토리|나눔의 기쁨]

‘노블리스 오블리주’뿌리내린다
한국 부호들, 소리 없이 기부 실천 … 이벤트성 아닌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2005년 12월13일 에이즈 고아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열린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자선 패션쇼.

2005년 12월1일 저녁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는 특별한 디너파티가 열렸다. 가수 윤도현 씨가 노래를 부르고 KBS 개그콘서트 팀이 공연을 하며 개그우먼 김미화 씨의 사회로 경매행사가 진행된 것은 일반 디너파티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SK 최태원 회장 부인인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 한솔 조동길 회장 부인 안영주 씨,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며느리 이수연(이명박 서울시장 딸) 씨, 신라교역 박준형 회장의 딸 박민정 씨, 한솔제지 이인희 고문의 딸 조옥형 씨 등이 분주히 오가며 파티를 진행했다. 객석에는 현대 현정은 회장을 비롯해 재계 및 문화계 여성 인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도대체 이 디너파티는 어떤 성격을 가진 것이기에 쟁쟁한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일까?

이날 행사는 ‘미래회’에서 주최한 자선 디너파티였다. 언론에도 꽤 알려진 미래회는 앞서 말한 사람들을 포함해 재계 유력 인사들의 부인과 딸, 며느리 등으로 구성된 재벌가 여성들의 봉사활동 모임. 1999년 10여명이 주축이 돼 만들어져 현재 24명으로 늘어났다. 회원은 모두 자녀를 둔 어머니들.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설립됐기에, 실제로 도움을 주는 대상도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다. 1년에 두 번 정기 바자회와 디너파티를 하고, 각종 자선행사의 후원을 맡기도 한다. 현재 회장은 노소영 씨가 맡고 있다.

미래회·서울클럽·샤로제 클럽 등 활발한 활동

이날 디너파티의 모금액은 입장권(15만원) 판매액과 경매에 부친금액, 참석자들에게서 즉석에서 모금한 기부금 등을 포함해 총 1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서울 봉천동 청소년 공부방의 전세금과 영세 보육원의 후원금 등으로 쓰였다. 미래회 총무를 맡은 조옥형 씨는 “모금액을 그냥 자선재단에 맡기는 게 아니라 미래회 차원에서 직접 도움이 필요한 곳을 알아보고 관계자들을 만난 후 결정해 기부한다”고 설명했다. 미래회가 보여준 기부 활동들이 회원들이 심사숙고한 끝에 내려진 ‘능동적인’ 결정이었다는 것.

그간 미래회가 보여준 기부 내역은 무척 화려하다. 2003년에는 아름다운재단이 지방 저소득층 청소년의 문화체험을 위해 운영하는 ‘길 위의 희망찾기’ 프로그램에 1억원을 쾌척했고, 2004년에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아동센터를 만들어줬다. 2005년에는 회원들과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가서 현지 아동복지기관에 1000달러를 기증했다. 또 매해 유진벨 재단을 통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의료품을 전달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5년 올해의 인물’로 전 재산의 절반에 이르는 288억 달러를 기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부부를 선정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빌 게이츠 부부를 보며 “한국에는 왜 저런 존경받을 만한 상류층이 없는지” 한탄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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