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나눔의 기쁨] |
‘노블리스 오블리주’뿌리내린다 |
한국 부호들, 소리 없이 기부 실천 … 이벤트성 아닌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 |
이 같은 단체 중심의 기부가 예전부터 내려오던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최근엔 개인이나 소수의 모임이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계획적인 기부를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즉 단순히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으로 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신뢰할 만한 기관과 협조해 기금을 운영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게 한다거나, 기부자의 뜻에 따라 지원 영역을 정하는 등의 ‘능동적’ 기부가 늘고 있는 것. 2005년 5월 아름다운재단에 ‘류무종기부문화도서관’을 설립한 류무종(72) ㈜한국다이아덴트 대표이사는 계획적, 능동적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그는 “기부만 하고 맡겨버리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에 기부해서 직접 운영도 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이사는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평소 관심 분야인 비영리모금 및 운영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서적이나 시청각 자료가 500점이 넘었는데, 이를 전부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면서 관련 도서관을 설립하게 됐다. 거기에 1억원을 기부해 영어로 된 자료를 번역하고 비영리모금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부 전문가를 양성하면 그만큼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기부문화도 다양해져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 ‘자선’ 의미 이젠 공익적 의미로 확대 또 기업 오너들의 경우 기업이 하는 일과 관련된 분야에 있는 사람이나 단체를 돕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태평양의 창업주 고 서성환 회장 유족들의 기부 활동이 대표적인 사례. 2003년 6월 서성환 회장이 작고한 후 아들인 서경배 ㈜태평양 사장을 비롯해 형제, 자매들이 유산으로 상속된 주식 50억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태평양의 주 소비층이라 할 수 있는 저소득층 여성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현재 태평양의 주가가 올라 기금의 총액이 100억원이 넘는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실제로 ㈜태평양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의 유족들이 보인 행보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준다. 유산의 상당 부분을 기부한 것도 그렇거니와 2004년 3월 무려 18억원을 기부해 어린이와 장애인들을 돕는 ‘하라복지재단’을 설립한 서 회장의 둘째 딸 미숙 씨도 그러하다. 아름다운재단의 이정미 국장은 “과거에는 상류층들이 기부를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의무’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연말이나 특정일에 이벤트성으로 기부하고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부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기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는 기부가 단지 ‘자선’의 의미였다면 이젠 공익적인 의미로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유산상속에서도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는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가진 자의 ‘작은’ 나눔은 우리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큰’ 복됨으로 재탄생된다. 이제 기부를 특별한 이벤트로 놔둘 것이냐, 하나의 아름다운 습관으로 만들어 나눔을 전파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건 이들 베푸는 자의 몫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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