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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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벤저민 프랭클린이 이 책을 본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미국 건국의 일등 공신으로 불리는 프랭클린은 삶의 13가지 미덕을 설명하면서 절약이야말로 부에 이르는 초석이라고 주장했다. 낭비란 사치와 무절제이며, 따라서 미래를 위한 좋은 일 이외에는 절대로 낭비하지 말라는 교훈을 남겼다. 실제로 프랭클린은 42살까지 절제와 검약으로 자수성가해 성공했고, 정치가로 나선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푼돈의 경제학>(장순욱 지음, 살림 펴냄)은 제목 그대로 ‘푼돈’이 화두다. 낭비를 없애고 부를 축적하는 지름길은 큰돈이 아니라 푼돈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푼돈 절약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1. 확실한 투자는 담배 끊기. 2. 오늘의 커피 한 잔이 내일의 빚. 3. 은행 수수료를 하찮게 여기지 말라. 4 실컷 군것질하고 돈 들여 살 빼지 말라. 5. 푼돈 먹는 하마 휴대전화를 잡아라. 6. 뚜벅이와 친구하면 교통비가 준다. 7 디지털 푼돈을 빗장 수비하라.
8. (술을) 끊지 못한다면 현명하게라도 먹어라. 9 점심,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돼라. 10. 잔돈을 관리 못하면 목돈도 관리 못한다.
푼돈의 경제학 원리는 무척 간단하지만 지키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푼돈을 낭비하는 데 익숙해진데다 중독돼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간단한 푼돈 공식을 보자.
하루 담배 한 갑을 피우는 K과장은 40만원을 내고 단식원에 들어갔다. 단식원에 들어가면 담배를 끊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워낙 짠돌이였는지라 무려 40만원을 쓰고 밥도 주지 않는 단식원에 들어간다는 것은 대단한 투자였다. 하지만 결국 담배를 끊은 그는 엄청난 투자 효과를 보았다.
그는 40만원을 투자한 결과 하루 2500원의 담뱃값을 줄였다. 푼돈이다. 하지만 한 달을 모이면 7만5천원이다. 1년이면 90만원, 10년이면 900만원, 30년이면 무려 2700만원이다. 여기에 이자를 보태면 그 액수는 훨씬 더 커진다. 40만원을 투자해서 수천%가 넘는 이익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담배 하나만 놓고 봐도 이 정도인데,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자잘한 푼돈들, 예컨대 커피값, 교통비, 통신비, 점심값 등등을 다 따지면 몇 년치 연봉이 고스란히 절약된다. 그러니까 이런 푼돈 공식을 모른다는 것은 은행 금리 1%를 가지고 이 은행 저 상품 꼼꼼하게 따지고, 주식 투자의 연수익률을 꼼꼼하게 따지면서도 정작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엄청난 투자 기회를 고스란히 놓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절약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절약해서 쌓인 돈은 정작 투자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목돈이 되며, 기회가 된다. 10년치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못 산다는 말은 그래서 거짓이다. 그 정도 절약을 하는 사람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목돈이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기회를 얻게 되고, 10년도 안 돼서 아파트를 장만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충고를 거의 실천하지 못하는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이는 마치 댐과 비슷하다. 댐이 높을수록 저수량은 많아진다. 홍수 조절 기능도 탁월해지고, 가뭄에 물을 방류할 수 있는 양도 많아진다. 절약과 절제란 우리 삶의 부(富)에서 이 댐과 같은 구실을 한다.
절약과 절제라는 말은 사실 훈장님 말씀처럼 따분하다. 그런데 ‘푼돈’이라는 말은 신선하다. 갑자기 내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눈이 달라지면 새로워진다. 요즘 실용서들이 주목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굳이 트렌드라고 이름을 붙인다면 ‘인식의 틈새시장 트렌드’라고나 할까. 낡은 인식의 틈새에 또 어떤 새로운 개념들이 ‘발견’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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