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스크랩] 순수와 매혹의 두 얼굴, 오사카 기행

인천싸나이 2007. 7. 28. 09:24

 

          순수와 매혹의 두 얼굴, 오사카 기행
    

  ‘구이타오레’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말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파산해도 좋다’는 뜻으로 오사카 사람들의 음식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산과 바다에 둘러싸인 오사카는 옛날부터 맛있는 음식이 유난히 많았다. 오죽하면 오사카를 '일본의 부엌'이라고 불렀을까? 이 별명은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 통일 뒤 오사카로 각지의 산물이 모이면서 생긴 것이다. 풍부한 식재료 덕분에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기 때문이 아닐까?

   오사카 상자스시,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와 같은 음식도 오사카에서 가장 먼저 탄생했다. 일본의 그 어느 곳보다 새로운 문화의 개방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오사카. 역동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늘 빛을 발하는 풍요의 도시 ‘오사카’를 향해 지금부터 함께 떠나볼까?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느낄 새도 없이 비행기는 순식간에 간사이공항에 미끄러지듯 도착했다. 공항의 비행기 트랩을 빠져나오는 순간, 오사카의 싱그러운 봄 향기가 코끝으로 느낄 수 있었다.

   숙소가 있는 난바로 가기 위해 난카이센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오사카의 풍경들은 나의 들뜬 마음을 더욱 흥분케 만든다.

   모양과 색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붕 양식만큼은 일본 전통 양식으로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가옥들, 가지런히 정돈된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 아직 외곽이라서 그런지, 복잡하지 않고 차분한 느낌, 그게 오사카의 첫인상이다.

   그렇게 넋을 잃고 오사카의 일상적인 풍경을 구경하고 있으니 열차는 벌써 숙소가 있는 난바역에 도착해 있었다. 난바역 밖으로 나왔더니 이제 오사카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오사카는 화사한 미소와 열정적인 몸짓으로 그렇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는 일찍부터 산업과 상업이 발달한 경제ㆍ교통의 요충지였다. 메이지 시대에 철도가 개통된 후 중심지로 발돋움했으며, 지금도 다른 지역으로 가는 교통편이 발달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초행길이라면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히 복잡한 도시이기도 하다. 누군가 그랬다. 일본 사람들은 질서 하나는 칼같이 잘 지킨다고…….

   하지만 난바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그 믿음은 순간 새로운 호기심으로 변했다. 빨간 불인데도 차가 오지 않으면 무단횡단 하는 보행자, 횡단보도에서는 사람이 없으면 신호는 무시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에스컬레이터를 오를 때 급히 뛰어오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서울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일찍 문호가 개방된 탓에 다른 지방보다 화끈하고 성질이 급한 오사카 사람들에게 왠지 친근감이 느껴질 정도다. 난바역에서 내가 묵을 숙소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후다닥 짐을 풀어놓은 체 카메라 가방에 가이드북만 달랑 들고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나섰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미나미 지역은 지하철 난바역과 신사이바시역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곳으로 오사카 최고의 유흥가가 밀집해 있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최신 유행과 톡톡 튀는 개성을 자랑하는 오사카 젊은이들은 다들 이곳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가는 멋쟁이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연예인 복장(?)을 하고 있다.

   머리는 염색은 기본, 헤어스타일은 샤기컷이 기본이다. 여성들은 미니스커트와 롱부츠로 멋을 내 길 가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눈에 쏙쏙 들어오는 독특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볼거리로 가득하다.

   동서로 흐르는 도톤보리강을 경계로 북미나미 지역과 남미나미 지역으로 나뉘는데 북쪽 소에몬초, 신사이바시, 미나미 센바 주변에는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카페와 식당이 많고, 남쪽 에비스바시 상점가에서 센니치마에 거리 일대까지는 서민적이면서 동양적인 가게들이 눈에 띈다.

   오사카 최대의 번화가이자 오사카의 명동이라 불리는 ‘도톤보리’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특히, 이곳은 오사카에서도 유명한 야경 촬영 명소이기도 하다.

   식도락의 거리인 도톤보리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간판들이 모여 있는데, 간판들이 전부 다 화려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간판을 비추는 조명도 화려해 사진 찍기도 안성맞춤이다.

   북 치는 피에로 인형이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해 주는 ‘쿠이다오레’에서는 ‘타코야끼’를 맛볼 수 있고 거대한 게가 움직이는 ‘카니도라쿠’에서는 ‘카니스키’를, 그리고 복어가 바람에 흔들리는 ‘즈보라야’에서는 다양한 ‘복어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 모두가 오사카의 명물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오사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바로 일본 식품회사인 ‘에자키 구리코의 대형 간판’이다.

   마라톤 선수가 그려진 그리코의 광고판은 오사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든다. 

   이곳의 재미있는 간판들과 도톤보리 운하의 아름다운 야경을 담기 위해서는 완전히 어둑해진 깜깜한 밤보다는 해가 진 후부터 어둠이 깔리기 전까지 주어지는 짧은 시간대인 매직아워(Magic Hour) 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때는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고도 토톤보리의 아름다운 야경을 담아낼 수 있다. 그 밖에도 아카오니의 타코야키, 돈코즈멘이 유명한 금룡 라멘 등 다양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도톤보리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오사카 전역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신우메다 스카이 빌딩의 공중정원으로 향했다.

   한신 우메다역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요도바시 카메라 건물에서 지하보도로 15분 정도 걸으면 초행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신우메다 스카이 빌딩 공중정원은 173m의 초고층 빌딩 두 개를 이어 그 위에 거대한 원형 전망대를 지어놓은 곳으로 단번에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를 연상시킨다.

   특히 밤에 이 건물을 올려다보면 신비로운 조명과 거대한 건물의 위용에 완전히 압도당한다. 광각렌즈를 끼워 들고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 댔더니 우메다 스카이 빌딩의 몸체가 단번에 다 들어온다.

    

   삼각대를 세우고 찰칵찰칵 신이 나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녀석도 어느 정도 만족했는지 빨리 공중정원으로 올라가자고 나를 재촉한다.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 보니 왜 이곳이 공중정원이라 불리는지 알 만하다.

   원형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전망대에 오르면 오사카의 야경이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건물 사이로 이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마치 공중에 혼자 떠 있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지붕이 없어 유리로 막혀 있는 일반 전망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정원이라고 해서 꽃과 나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사카의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기에 혼자 떠나는 사람들은 애정행각 염장질(?)에 미리 주의할 것.

   다음 날 아침에는 일찍이 오사카의 상징인 오사카 성을 보기로 했다. 오사카 성은 지상 55m, 8층 높이의 누각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성했다.

   잦은 변란을 거치면서 재건을 거듭해 오다가 1931년 병풍에 그려진 오사카성 그림을 참고해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만든 것이 현재 모습이라고 한다. 오사카성 중심부에 자리 잡은 천수각에는 그 시대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오사카성 인근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최상층에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 오기 전 미리 본 안내 책자에 나온 벚꽃이 만개한 오사카 성의 풍경사진을 보면서 벚꽃이 피어 있기를 학수고대했건만 아직 벚꽃이 피기엔 이른 시기였기에 오사카 성 주변의 벚나무들은 앙상한 나뭇가지만 드러내고 있었다.

   일주일 뒤에만 왔어도 활짝 핀 벚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오사카 성 주변의 벤치에 앉아 벚꽃으로 뒤덮인 오사카 성의 모습을 혼자 상상해보는 것으로 스스로 아쉬움을 달래고 돌아왔다.

   만약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에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다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오사카 성을 가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혼자 다녀도 전혀 위축되거나 외롭지 않고 맛있는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곳, 오사카를 여행하는 데는 많은 돈도, 긴 일정도, 사전 준비도 크게 필요치 않다. ‘오사카’ 그곳은 언제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연인 같은 곳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오사카가 속해 있는 간사이 지방의 매력적인 3곳. 히메지성이 있는 ‘고베’와 일본 천년의 고도인 ‘교토’, 그리고, 문화유산의 도시 ‘나라’도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2007/05/21 // 한국일보 

출처 : 시솔길을 함께 걸어보실까요?
글쓴이 : hoy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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