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런 집을 갖지?
[스크랩] 국민대 유영우 교수의 양평 집
인천싸나이
2006. 4. 10. 16:18
양평 높은 언덕배기, 8백 평 대지에 자리 잡은 웅장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 앞에는 강이, 뒤에는
산이 있는 천혜의 명당에서 의외로 소박한 삶을 누리고 있는 국민대 미대 학장 유용우 교수를 만났다.
'촌놈'이 사는 모던한 집, 어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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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8백 평, 건평 2백50평(건물 자체의 평수는 메인 건물이 37평, 원룸식 건물은 20평)으로 널찍한 땅에 욕심 덜 부리고 지은 이 집의 이름은 어은재(漁隱齎). ‘물고기가 숨어 있는 집’이란 뜻이다. 잉어가 살고 있는 연못 4개가 집 안 곳곳에 숨어 있기도 하고, 또 그가 태어난 충남 부여군의 어은골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다.
솔직히 어은재의 첫인상은 차갑다. 규모는 물론 콘크리트 소재, 직선으로 떨어지는 도도한 모습은 사람을 다소 주눅들게 한다. 그러나 천천히 이 집 안팎을 돌아보면 꽤 ‘다정한’ 집이란 걸 알게 된다. 집은 커다란 ㄱ자 형태의 건물 두 채가 서로 안고 있는 형상이다. 유 교수 부부가 사는 본채, 대학생 아들이 쓰는 원룸형 공간인 두 채의 건물은 ㄷ자 형태의 커다란 직각 조형물로 묶여져 있다(유영우 교수는“스테이플러로 콕 찍어 묶어놓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 가운데에는 큼직한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마당에서부터 천천히 걷다 보면 정원과 건물 자체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게끔 길이 나 있고, 창을 많이 내어 집 내부에서도 바깥 경치를 맘껏 즐길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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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마당 한 켠에는 큰 연못이 있고, 연못을 감싸고 ㄱ자로 노출 콘트리트 벽과 별채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유영우 교수 뒤로 보이는 나무 창살 부분이 아들의 방. | ①번 사진의 벽면 건너편에서 본 모습. 콘크리트 벽에 구멍을 뚫어 마치 커다란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그 아래 보이는 것은 걷는 재미를 위해 만든 징검다리다. | 아주 어린 잉어를 샀는데 쑥쑥 잘도 자랐다. 제일 큰 놈은 힘 자랑하느라 연못 위로 뛰어오르기도 한다. |
자연에 순응하고 그 자연을 만끽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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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은재로 이사 온 건 약 3년 전. 5년 전, 지인으로부터 양평 꼭대기에 좋은 터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전망이 좋고, 산으로 둘러싸인 것이 맘에 들어 부인을 설득했다. 건축가 민규암과는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친구가 잡지에서 그의 건축물을 보고 추천해줬다고. 유영우 교수가 건축가에게 당부한 건 딱 두 가지였다. 첫째, 땅이 생긴 대로 거기에 맞춰 집을 지을 것. 일부러 언덕을 평지로 깎는다거나 무리하게 축대를 세우는 등 자연경관을 해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민규암 씨의 건축 모토 또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집’이었다. 그래서 언덕배기 경사를 살려 지은 본채(부부가 거주하는 곳)는 앞에서 보면 2층, 뒤에서 보면 1층 건물이다. 밑의 공간은 현재 유 교수의 개인 작업실로 사용중이다. “마누라가 때리면 도망 오는 곳”이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들어선 작업실에는 예전에 그가 쓰던 사진 장비로 가득했다. 요즘에는 뭔가 새로운 장난(?)을 해볼까 싶어 연구 중이란다. 둘째, 집은 홑집으로 지을 것. 요즘의 아파트나 주택들은 방문을 열고 거실과 현관을 지나 대문을 열어야 밖으로 나가는 겹집 구조다. 홑집이란 문을 열면 바로 바깥으로 연결되는 한옥 같은 구조를 말한다. 그래서 본관만 해도 주방, 현관, 거실에서 밖으로 바로 통하게끔 되어 있는, 출입구가 세 개나 있는 집이다. 별채인 원룸 형식의 아들방 역시 자주 드나드는 문 외에 붙박이 옷장 옆에 밖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집 뒤편에서 본채를 바라보니 마치 단층집 같다. 본채 뒷면에도 마당처럼 넓은 연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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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별채 코너에서 바라본 본채. ㄷ자의 이 커다란 조형물은 본채 앞뒤로 살짝 걸쳐진 형태로, 별채와 본채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듯. 멀리 장독대 옆에 보이는 나무는 겨우 1년된 오동나무라고.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주인

유영우 교수에게는 아들이 둘 있다. 첫째는 서울대 미대생으로 이 집 별채의 주인이며, 둘째는 벌써 대학을 졸업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별채를 쓰는 아들 역시 과 특성상 밤샘 작업이 많아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 집에 머무는 사람은 이들 부부, 단둘인 셈이다. 그래도 외롭다거나 심심하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속세를 등지고 근교에서 신선처럼 사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술 좋아하기로 소문난 그를 찾아오는 손님 중 열이면 아홉은 술병을 들고 찾아온다는 것(집 구석구석을 촬영하러 돌아다니다 보니 별채 옥상, 본관 내려오는 계단 등 의외의 장소에서 술병이 하나 둘 발견되기도 했다).
또 거의 비어 있다시피 한 별채에 게스트 하우스처럼 몇 달씩 묵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친한 교수 한 명도 그랬고, 지금은 이응경과 결혼한 탤런트 이진우 역시 이 방에서 6개월 정도 살았었다. 과 특성상 CF 감독이나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진출한 제자도 많은데 덕분에 1년에 한 번씩은 CF 촬영장으로 애용되기도 한다. 모 브랜드의 김치냉장고 CF 역시 이곳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별채 내부의 모습. 약 20평 정도로 화장실과 원래 암실 용도로 만들었으나 지금은 주방으로 사용되는 방이 딸려 있다. 침대 여에 보이는 문은 바깥으로 연결되는 간이문.
꾸밈없는 집에서 소박한 꿈을 꾸다

그는 화려하게 살고픈 욕심은 없어 보였다. 이 집터를 본 후 평창동 집을 팔고 양평으로 들어온 것도 그렇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연을 맘껏 누리고 싶어서 남은 돈으로 주변 대지까지 구입해놓고, 정작 자신이 살 본채는 40평도 채 안 되게 지은 것도 그렇다. 게다가 이 집으로 이사하면서 새로 구입한 것이라고는 거실에 깔린 카펫밖에 없다. 소파는 친척이 선물로 보내준 것이며, 거실 상이나 다이닝룸에 있는 상과 장식 콘솔도 원래 쓰던 것 그대로 놓아두었다. 심지어 침실에 둔 부부 침대는 어릴 때 두 아들이 쓰던 침대를 붙이고 그 위에 미국 유학 시절 쓰던 매트리스를 올려 만든 것. 처음엔 이 집과 주인의 분위기가 꽤 다르다 느꼈는데, 반나절 집을 돌아보는 동안 노출 콘크리트라는 실용적인 소재로 기교를 덜 부려 지은 이 집과 겉치레에 연연하지 않고 꾸밈없이 소박하게 사는 유 교수는 다른 듯하면서도 닮았구나 싶었다. 얼마 전, 부인이 당신의 꿈을 적어보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살기’라고 적었다. 가족들이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이 집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도 했다.
거실 뒤편에 있는 소박한 다이닝룸. 거실과 다이닝룸 사이에 유리벽만 세워 평수보다 넓고 시원해 보인다. 이 다이닝룸은 문 없이 통로형 주방으로 연결된다.
· 레몬트리
출처 : ♥생을 그리는 작업실♥
글쓴이 : 글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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