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는 소금

술 잘 마시는 노하우.

2006년 11월 27일 (월) 03:20   동아일보

"‘술 잘 마시는 노하우’ 박용우교수 술자리 가봤더니…"

 

관련기사


[동아일보]

《서울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44) 교수는 15년간 비만환자만 1만5000여 명을 진료한 비만 치료 전문가이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몸을 비만체형(키 170cm, 몸무게 74kg, 허리 36인치)에서 정상체형(몸무게 62∼64kg, 허리 30인치)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성공했다. 술은 비만의 적이라지만 그는 의료계에서 애주가로 통한다. 일주일에 평균 5번이니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셈. 그런데도 5년 전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피할 수 없는 술자리가 잦아지는 철이라 박 교수가 생각났다. ‘살찌지 않게 술 마시는 노하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그는 애주가답게 저녁 술자리로 기자를 초청해 실전을 보여 줬다.》

○ 레몬, 알코올 대사 도와 숙취 없애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 들어선 건 늦은 저녁인 9시 10분. 그의 주도(酒道)는 ‘즐겁게, 적당히 취하고, 다음 날 또 마셔도 괜찮게’란다.

상에 잘게 썰어 놓은 레몬이 우선 눈에 띄었다. 기자가 앉자마자 맥주에 위스키를 넣어 폭탄주를 만든 박 교수가 잔에 얼음을 띄우고 레몬즙을 짜 넣는다.

“레몬즙은 폭탄주의 역한 냄새를 없애고 소화액인 담즙의 분비를 원활히 해 주며 비타민C가 풍부해 알코올 대사를 도와 숙취를 없애줍니다.”

기자가 폭탄주를 받아들고 ‘원샷’을 하려 하자 바로 제동이 걸린다.

“절대 원샷 하지 마세요. 폭탄주도 맥주를 마시듯 홀짝홀짝, 알겠어요?”

혈중 알코올 농도를 서서히 올려야 해독 작용을 맡은 간도 제대로 기능한다는 설명.

그렇다고 맥주처럼 도수가 낮은 술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폭탄주는 16∼17도, 맥주는 4∼5도. 똑같은 수준으로 취하려면 맥주를 폭탄주보다 4배는 마셔야 한다는 이야긴데 맥주에는 양주와 달리 탄수화물(L당 30g)이 있기 때문에 많이 마실수록 뱃살이 나오기 쉽다.

○ 시작 전 우유 한 잔… 밥 먹으면 ‘뱃살 지름길’

기자는 이미 스파게티와 피자로 저녁을 실컷 먹은 뒤라 박 교수가 건네는 술잔이 부담스러웠다. 이 말을 들은 박 교수가 혀를 끌끌 찬다.

“탄수화물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아요. 그렇다고 빈속에 마실 수는 없지요. 우유가 최고입니다. 저는 이미 편의점에서 우유와 삶은 달걀 1개로 배를 채웠습니다.”

탄수화물이 몸에 들어오면 피 속에 있는 당의 비율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게 된다. 안 그래도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바쁜 간이 일을 더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탄수화물이 있으면 지방이 분해되지 않고 몸에 쌓인다. 뱃살이 나오는 지름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유로 배를 채우고 기껏 과일안주라니. 너무한 것 아닌가?

“그럼 삼겹살에 소주 드시고 싶으세요? 최악이에요. 알코올은 지방을 분해하는 게 아니라 합성을 촉진합니다. 삼겹살은 먹는 즉시 지방으로 몸에 쌓인다고 보면 돼요.”

“안주에 야채와 과일은 필수죠. 열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타민B와 C를 공급하기 위해서예요.”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비타민B와 C가 소모되는 것은 물론 아예 생성되는 것을 막는다. 과일도 열량이 낮은 키위, 딸기, 토마토, 변비 예방효과가 있는 파인애플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술꾼들은 종합 비타민 제제를 매일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조언.

○ 섭취한 알코올 10배의 물 필요

“알코올이 몸 밖으로 배출되려면 물이 필요한데 섭취한 알코올의 10배가 있어야 해요.”

폭탄주 한 잔의 양은 200cc 정도. 알코올 도수는 16도 정도. 물 100cc에 알코올 16g 이 들어 있다는 뜻이니 폭탄주 한 잔에는 알코올이 32g 정도 들어 있는 셈. 이것을 해독하려면 물 320cc가 필요하다.

폭탄주 한 잔을 해독하려면 물을 한 컵 반 넘게 마셔야 한다는 뜻이다. 찬물 더운물은 상관없다. 박 교수는 실제로 ‘물먹는 하마’였다.

술 마신 다음 날 박 교수는 아침을 반드시 챙겨 먹는다. 알코올 분해 과정에는 탄수화물도 필요하다. 즐기는 건 콩나물 국밥. 뜨뜻한 국물로 수분을, 밥으로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데다 콩나물에서 나오는 아스파라긴산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