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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좋은도시 만들기13-임대주택 활성화

[좋은도시 만들기] (13)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

임대주택은 다양한 주택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한주택공사(주공)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재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된다. 권도엽 건설교통부 차관보와 하성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 남상오 사단법인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등 전문가들이 임대주택 건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진단했다.

1. 주공·지자체의 역할

하성규 원장 주공이 공공 임대주택 건설 주체로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공이 공익과 공공성에 충실했는지는 의문이다. 주공이 공급한 주택의 60% 이상은 분양주택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분양 수익금을 임대주택 건설에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 당장 주공이 분양주택 건설을 중단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는 만큼 점차 분양주택 물량을 줄이고, 임대주택 물량을 늘려야 한다. 또 달동네 등 불량주택 재개발사업과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관리 등으로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 주공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과 이를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도엽 차관보 주공은 196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140만호 이상을 건설했다. 현재 주공이 연간 공급하는 10만호 가운데 80% 이상을 국민 임대주택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조 1000억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했으며, 올해는 4조 3000억여원에 이를 전망이다.

임대주택 관리는 주공산하의 주택관리공단에서 담당한다. 모두 26만호 정도다. 한 기업에서 이렇게 많은 주택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하고 있다. 경쟁체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본다. 주공이 앞으로 80만호의 임대주택을 지으면 관리대상이 100만호를 넘기 때문이다.

남상오 총장 ‘집없는 사람에게 애국심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주공이 수십년간 임대주택 건설과 관리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지자체에 일정부분 넘겨줘야 한다. 임대주택 건설은 기본적으로 수요에 부응한 접근이 중요하다. 주거수요와 지역시장 등 정보에 밝은 지자체와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주공과 지자체의 기능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에도 임대주택 전담팀이 구성돼 있지만 개발 위주로 짜여져 있으며, 주거복지분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권 차관보 외국의 경우 주거복지분야는 지자체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약속해도 오히려 지자체가 반대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지자체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해 지자체 주거복지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지자체로 하여금 10년간의 장기계획을 세우도록 의무화했다. 주거복지 현황과 비전 등을 고민하다 보면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2. 다가구주택 매입 임대

하 원장 영국의 경우 초창기에는 대규모 임대주택단지 위주로 공급했다. 그 결과 임대주택단지는 이른바 ‘포버티 아일랜드’(빈곤의 섬)라는 사회적 편견이 생겼다. 이후 민간주택을 구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안이 나왔다. 중앙 정부가 최근 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매입 임대주택’사업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저조한 입주율과 허술한 주택 관리시스템 등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남 총장 수혜자 다변화 차원에서 매입 임대주택은 기초생활수급자뿐만 아니라, 가정폭력과 파산 등으로 내몰린 계층에게도 입주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특히 매입 임대주택과 일자리 제공을 연계, 입주자 선정 방식을 고용창출 계획에 따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청소사업단, 예식사업 공동체, 한가족 빨래방 등 ‘우리 동네가 하나의 기업’이라는 식으로 사회기업화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노숙자들이 중심이 된 ‘칸나’라는 전문 출장뷔페가 매출규모 2위를 자랑하고 있다.

권 차관보 매입 임대주택을 지난해 500호에서 2008년 1만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매입 임대주택은 현재 가족형과 그룹홈 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민간의 전문인력과 비영리단체 등을 활용해 입주자들의 자활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하 원장 재정 지원의 한계를 감안하면 조합을 결성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건축자재, 땅, 세금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협동조합주택제’의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 이 경우 주택은 개인이 아닌 조합 소유로 전매와 전대 등을 금지할 수 있다.

3. 임대주택 문제점

하 원장 우리나라 주택수급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공급의 지역별, 소득계층별 편차가 심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권 차관보 임대주택이 필요한 이유다.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지만 자기 집에 살고 있는 비율은 54%에 불과하다.46%가 세를 살고 있다. 주거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세보다 임대가 효과적이다.

1인당 주거면적도 미국의 30%, 일본의 60%에 그친다.2000년 기준 330만 가구가 최소 주거기준에 미달하고,110만가구는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임대주택이 활성화돼야 열악한 환경의 저소득층들도 주거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최근 단독가구와 1인가구가 전체의 30%를 넘는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여서 임대주택의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남 총장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을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전환하고, 주거수요가 높은 저소득층을 위해 임대주택의 확충이 절실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임대주택이 정부 주택정책의 한 축으로 등장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수요자에 대한 고려없이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공급방식이 다변화돼야 한다. 입주자 선정기준과 절차 등 배분방식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배분에 대한 효율성만 지나치게 강조해 가족 상황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임대주택 관리도 현재는 시설관리 수준에 그치고 있다.

권 차관보 주택소유율이 높은 게 나쁜 것은 아니다. 자기 주택을 갖고 있으면 사회적 안정감이 높아지고, 관리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한 투기적인 주택수요는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부문은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수익성을 따진다. 전세의 경우 매매가의 30∼40%에서 70∼80%까지 오르는 등 탄력성이 있지만, 임대주택은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으면 사업성이 없다. 민간이 임대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다. 게다가 최근에는 분양가 상승으로 민간 임대주택의 건설과 분양이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주택 분양 시장은 위축될 전망이어서 분양수요가 임대수요로 전환될 것이다.

하 원장 민간업체를 끌어들여 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일례로 일부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고 입주율이 저조하자 임대보증금으로 분양가를 받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가 공공 임대주택 건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향후 10년간 공공 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에 56조원이 들기 때문에 재원 확충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칫 ‘페이퍼 플랜’(Paper Plan)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또 공공 임대주택은 직장과 주택이 근접한 원칙이 지켜져야 효과가 크다. 직주(職住)간의 거리는 서울의 경우 도심으로부터 20㎞, 지방은 10㎞ 내외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60% 이상을 20㎞보다 먼 곳에 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도심에서 멀수록 입주율은 떨어지고,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권 차관보 지난해 민간 임대주택도 정부가 택지나 기금 가운데 하나만 지원하면 임대조건을 통제 가능토록 조치했다.

특히 점차 집을 짓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이는 주택공급을 어렵게 하고, 생활근거지와 주거지를 멀게 하고, 저소득층을 밀려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주택 수를 향후 20년간 70% 더 확충해야 하는 만큼 어디에 공급하느냐도 중요하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보다 신도시의 용적률이 높아 교통량 증가를 초래한다. 최소한의 쾌적성은 유지해야겠지만,‘콤팩트 시티’(조밀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남 총장 임대주택 건설과 경기 활성화를 연계시키는 것은 문제다. 업체 부도로 매물로 나온 임대주택이 117동 1만 5000가구에 달한다. 특히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맞춰 택지, 기금, 세제 등을 지원할 경우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공공 임대주택과 민간 임대임대의 상호보완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민간 임대주택을 양성화해야 한다.

정리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특별취재팀

●이상일 논설위원(특별취재팀장), 이동구 기자, 장세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