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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나눔의 기쁨1

[커버스토리|나눔의 기쁨]

“우리는 마음 부자”… 나눌수록 행복했네
평범한 이웃들 기부 당연한 습관으로 정착 … “하루 벌어 하루 먹어도 남 도와줄 수 있어 기뻐”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 이 설 기자 snow@donga.com
 

서울 신천동 향군회관에서 저소득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송년 잔치를 열고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원들과 보광훼미리마트 직원들.

아침 7시 서울 구로공단 한 귀퉁이 스낵카. 양청(38) 씨가 열심히 토스트를 굽고 있다. 손님이 커피값 200원을 내려 하자 양 씨가 상자 하나를 내민다. 기부함이다. “원래 커피는 무료로 드렸어요. 한데 미안하다며 손사래 치는 분들이 많아 아예 커피값을 기부함에 넣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커피도 안 마셨으면서 기부함에 슬쩍 돈만 넣고 가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3~4개월 만에 기부함이 꽉 차면 양 씨는 이를 털어 봉사단체 ‘행동하는 양심’에 기부한다. 몸으로 하는 봉사도 즐겨, 이웃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월요일 저녁이면 영등포역 앞에서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준다. 양 씨는 “기부함을 만든 뒤부터 가게 분위기가 더 훈훈해졌다”며 “손님들과 좋은 일을 함께한다는 것이 팍팍한 삶에 다시없는 위안이 된다”고 했다.

쉽고 즐겁게, 지속적으로 나누기

몇 년 전만 해도 ‘기부’ 하면 부자들이 거금을 희사하거나 할머니들이 평생 삯바느질로 모은 돈을 대학에 쾌척하는 그림들만 연상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 달 수익의 1%를 정기 기부하고, 동창회·조기축구회 할 것 없이 기회 될 때마다 모금에 나서며, 특정 보험 들기나 상품 구입을 통해 이웃돕기에 참여하는 이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힘들게 쥐어짜고 어렵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즐겁게, 일상에 밀착된 방식으로 나눔을 생활화하고 있는 것. 바야흐로 기부가 ‘누구나 당연히 지녀야 할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2005년 12월23일 서울 관악구의 한 예식장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송년잔치를 마련한 김윤철 서울 관악문화원 부원장.

서울 충무로에서 남영화원을 운영하는 김천중(57) 씨는 2000년부터 매달 수익의 1%를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해피타트 등도 꾸준히 돕고 있다. 더 놀라운 건 그를 통해 김 씨의 일곱 동생과 두 아들을 포함한 100여명의 친지, 이웃 상인, 고객들이 아름다운재단의 1% 나눔 회원이 됐다는 것이다.

김 씨는 요즘도 다양한 기부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맘이 바쁘다. 2005년 7월에는 ‘나눔의 향기’란 제목의 시집을 내 1000권은 아름다운재단에, 200권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책 가져가는 이들이 기부금을 내면 좋고, 내용을 보다 나눔에 동참하게 되면 더 좋은 일 아니냐”는 것. 연말에는 가게에서 만든 화환 판매금액의 5%를 주문자 이름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서울에 사는 이복동(62) 씨 일가 역시 보기 드문 ‘기부 가족’이다. 60대인 이 씨 부부부터 생후 8개월 된 손자 승훈이까지 모두 자기 명의로 기부를 하고 있다. 이 씨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전 전남 여수의 한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사회의 큰 도움을 받은 셈이죠. 1년에 한 번씩 책과 과자를 보내주시던 후원자가 계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