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객들로 초만원인 ‘오모테산도 힐스’ 쇼핑센터. 유명 패션용품점 레스토랑 등 93개의 가게가 입점해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
이곳에 문을 연 쇼핑센터 ‘오모테산도 힐스’의 개점 행사에서 유명 브랜드 한정 상품을 하나라도 더 손에 넣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이로부터 2주 뒤인 25일 토요일 오후 6시경.
오모테산도 힐스의 출입구를 들어서자 야구 경기가 끝난 뒤 관중이 한꺼번에 밀려나오는 듯한 혼잡상이 펼쳐졌다.》
제복을 입은 경비원 5, 6명이 이곳에 들어가려는 인파와 나오려는 사람들이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쇼핑센터 안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내려다보며 종종걸음을 쳐야 할 때가 적지 않았다.
한 레스토랑에서는 대기 손님을 위해 마련해 둔 의자가 부족해 점원이 미안하다며 연방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도 쇼핑을 끝내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좋네, 좋네”를 연발하며 거리의 행렬 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20대 여성들에게서 오모테산도 힐스가 도쿄의 새로운 유행 발신지로 돛을 올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모테산도 힐스는 지상 6층, 지하 6층 규모로 유명 패션용품점과 레스토랑 등 93개의 가게가 입점해 있다. 외관과 규모만 보면 대형 백화점이 즐비한 도쿄에서 명함을 내밀 만한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문을 열기 전부터 매스컴의 조명을 요란하게 받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오모테산도 거리의 특수성이다. 오모테산도 힐스의 맞은편에는 ‘루이비통’ ‘디올’ ‘샤넬’ 등의 전문매장이 우뚝 솟아 있다.
거리 양편과 안쪽에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카페가 넘칠 정도로 많다. 여기서 가까운 하라주쿠가 10대들의 거리라면 오모테산도는 20, 30대 부유층 여성의 거리다. 한국으로 치면 강남구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쯤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의 발신지로 주목받아 오던 터에 거리 한쪽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종합쇼핑센터가 들어선 것이다.
둘째, 오모테산도 힐스에 들어선 점포의 경쟁력이다.
개발회사인 모리빌딩이 입점 업체를 모집하자 일본 국내외에서 500곳이 응모했다.
모리빌딩이 그중에서 추리고 추려 낸 곳이 지금의 입점 업체들이다. 약 5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한번 둘러보자.
‘드 라 로즈(de la Rose)’는 장미를 떠올리게 하는 여성복 잡화 화장품 식품 책 CD 등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미 추(Jimmy Choo)’와 ‘해리 윈스턴(Harry Winston)’은 유명 잡화브랜드로 인근에 있는 ‘프라다(Prada)’ ‘카르티에(Cartier)’ ‘오메가(Omega)’ 등과 뜨거운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기브스 앤드 호크스(Gives & Hawkes)’는 230년의 전통을 가진 영국의 신사복 브랜드로 본고장의 분위기를 이곳에 그대로 재현했다.
아바하우스의 성인브랜드인 ‘리선시 오브 마인 아바하우스(Recency of Mine Abahouse)’는 이곳에 1호점을 열었다.
‘키사라’는 나고야에 본점을 둔 188년 역사의 전통 마직물 회사가 오모테산도 힐스의 탄생에 맞춰 새로 개발한 브랜드의 전문매장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탄생한 란제리 브랜드 ‘아리안(Arianne)’은 이곳에 세계 첫 직영점을 열었다.
양털 부츠 브랜드인 ‘UGG오스트레일리아’도 데뷔 무대로 오모테산도 힐스를 선택했다.
여성 패션브랜드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일부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가게가 이곳의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무선장치로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인 ‘라지콘바’가 대표적이다. 쇼핑을 싫어하는 남성들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부인이나 애인을 기다릴 수 있는 장소다.
셋째, 오모테산도 힐스의 탄생을 위해 헐린 건축물인 도준카이아오야마아파트는 에돗코(도쿄 토박이를 가리키는 일본어 애칭)들의 추억이 진하게 서려 있는 곳이다.
이 아파트는 일본이 관동대지진에서 다시 일어나기 위한 부흥사업의 하나로 1927년 전 완공됐다. 전기 가스 싱크대는 물론 당시로는 진귀했던 수세식화장실까지 갖춘 ‘모던’ 주택으로 샐러리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오모테산도 힐스가 에돗코들의 잃어버린 추억을 채우고 남을 만족스러운 공간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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