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VJ' 존 알버트 감독, "한국 정부로부터 상영금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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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수상 12번, 쿠바의 카스트로 UN연설 당시 유일하게 인터뷰를 해낸 외국기자, 베트남 전쟁 이후 캄보디아에서 취재를 허락받은 첫 미국기자, 걸프전 당시 검열없이 아라크를 드나들 수 있던 유일한 외부인. 모두 존 알버트 감독에게 붙는 수식어다.
16일까지 진행하는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이하 EIDF2006)'이 마련한 'EIDF 감독회고전'에 맞춰 내한한 존 알버트 감독이 12일 오전 EBS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의 작품활동과 민주주의의 표상으로 꼽히는 비영리 미디어센터 DCTV(Downtown Community Television Center)를 이끌고 있는 현재 생활을 자세히 밝혔다.
"비영리단체를 이끄는 것은 제3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라고 밝힌 그는 "가장 어려운 점은 생존의 위협"이라며 세계 곳곳의 소외 계층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여정의 어려움을 전했다.
또 한국과 갖는 특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두달 전 미리 서울을 찾았던 존 알버트 감독은 당시 제작한 4개의 리포트가 우리 정부로부터 금지당한 기억을 꺼내놓았다.
"당시 한국 정부는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도시를 재조성하며 집을 철거하거나 소외계층에게 심하게 대했다. 금지당한 4개의 리포트에서는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조명했다"며 "중요한 것은 발전이란 기차에 모두 함께 타야지 누군가 뒤처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가 카스트로의 80번째 생일인 오는 8월 13일에 그를 인터뷰하는 것이 목표라는 존 알버트 감독은 15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EIDF2006을 찾는 다큐팬들과 만난다.
한편 EIDF2006에서는 존 알버트 감독의 작품 중 '의료보장제도-돈과 생명의 거래', '하드 메탈 증후군', '파파', '라스트 카우보이' 4편을 상영한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Q) DCTV를 설립한 이유와 운영 방법이 궁금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보다 공개적으로 알리면 더 큰 역량을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 8명의 학생으로 시작했고 현재 250명 정도다. 대부분 빈곤가정 출신으로 글도 잘 모르지만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 지난해 우리 학생들이 중국과 베트남 촬영을 통해 현지와 교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청소년 사업과 함께 장애인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생존의 위협이다(웃음)."
Q)한국에서는 퍼블릭엑세스 뿌리내리기가 한창이다.
"미국에서 퍼블릭엑세스는 위험에 처해있다. 미국의회, 정부, 사회에서 배척당한다. 시작은 좋지만 수익원이 없기에 계속하기 힘들다. 또 공적이기보다 사적인 문제를 주로 다뤄 문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넷 방송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방송이 가장 중요하다. DCTV운영자금의 60~70%는 프로그램 라이선스를 통해 들어오는 것만 봐도 지금까지 방송이 가장 중요하다."
Q)1988년에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서울 올림픽이 시작되기 두달 전에 한국에 왔다.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 정부로부터 금지당한 5개의 리포트 중 4개는 내가 제작하거나 관여된 것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한 큰 의지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도시를 재조성하며 집을 철거하거나 소외계층에게 심하게 대했다. 희생당한 사람들을 조명하고 싶었다. 미국에서도 정부 정책에 소외되는 계층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발전이란 기차에 모두 함께 타야지 누군가 뒤처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Q) 사담 후세인, 카스트로의 단독 인터뷰가 미디어운동에 어떤 의미였나.
"독립 미디어로서 방송의 기득권자는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다. 우리 프로그램이 TV에 방영될 방법은 남들이 못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 뿐이다. 그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남들이 위험하다고 못하는 일을 우리는 위험하기 때문에 한다. 처음 카스트로 만났을 때 무서워서 말도 못했다. 내 능력 이상 노력해야 했고 '그건 안돼', '할 수 없어'란 말 가장 싫어한다.
Q) 작품 중 사회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작품은 무엇인가.
"피하고 싶은 질문이다. 최근에 한 일로 답을 대신하자면 작년 이라크 육군병원의 참상을 담은 다큐 '바그다드 ER'을 만들었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에게 경제적 대가 뿐 이나라 인간의 희생도 초래했음을 알리고 싶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방영돼 상당한 반향을 얻었고 미군 부대에서도 방영하고 있다."
Q) 과제로 남겨둔 소재가 있나.
"8월 13일이 카스트로의 80번째 생일이다. 인터뷰를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실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으면 안된다(웃음)."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 기자 dlgof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