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Ⅱ]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보니
◆ 리뽀 찌까랑 이동연·백신영씨 부부
5개월 생활에 만족, 주거 단지 쾌적해…화산, 온천 여행 즐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부근엔 외국인이 주로 모여사는 쾌적한 주거 단지 지역들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끌라빠 가딩, 리뽀 카라와치, 리뽀 찌까랑, 끄만 쁘라따마 같은 곳들이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로 이민 온 이동연(57)·백신영(57)씨 부부는 이 중 리뽀 찌까랑(Lippo Cikarang)의 타만 피카딜리 지역에 보금자리를 얻었다.
이씨와 부인이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6월부터 살기 시작한 것은 외동딸 화연(26)씨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한 화연씨는 인도네시아로 유학왔고 현재 이곳의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딸과 함께 살고픈 마음이야 컸지만 이씨 부부는 선뜻 이곳으로 올 엄두를 못 냈다. 언어나 기후, 모두 낯설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한 달 정도, 예행 연습을 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 인도네시아 땅을 밟은 게 2005년 8월경이다.
한 달 뒤 이씨 부부는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만한 곳”이란 결론을 내렸다. “기후가 한국과 많이 다르지만 괜찮겠더라고요. 아침저녁으로 시원하고 낮에만 후텁지근하더군요. 에어컨 시설만 잘 돼 있으면 걱정없겠다 싶었어요.”(이동연씨)
부산에 있는 집은 처분하지 않은 채 이삿짐을 꾸려 인도네시아로 왔다. 현지에서 취업한 딸이 초청하는 형식으로 일단 두 달짜리 비자를 받아 왔다. 6개월까지 비자 유효 기간을 연장한 뒤 이후엔 싱가포르 같은 외국에 다녀오는 식으로 비자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선 회사 법인 자격이 아닐 경우 외국인에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자카르타 도심에서 차로 30~40분 떨어져 있는 이씨의 집은 2층짜리 빌라형 주택으로 층당 평수는 30평 안팎이다. 한 달 임차료는 350만루피아(약 35만원)로, 1년치를 한꺼번에 지불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를 두고 사는 게 일상적인 모습이다. 이씨 부부는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현지인 운전기사에게 한 달에 80만루피아(약 8만원)를 주고 있다. 가사도우미는 아직 구하지 못했다. 백씨는 “5년 넘게 같이 살면서 가족이나 다름없어진 가정부가 어느날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며 “더운 날씨에 청소하기 힘들어 가정부를 구해야겠는데 아직 사람을 소개 받지 못해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낯선 나라에서 생활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소통이다. 상점에 가서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물건을 살 순 있지만 딸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외항 선원으로 오랫동안 일해온 경험 때문인지 김씨가 낯선 곳에서 의사소통하는 데에 별 어려움을 못 느낀다는 점이다. 그는 벌써 집 근처 쇼핑몰에 가서 간단한 흥정까지 할 줄 안다.
인근에 한인 식당과 한인 슈퍼마켓이 많아서 먹는 걱정은 없다. 이씨 부부를 따라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쇼핑몰 지역에 가보았다. 아시아마트, 무궁화마트, 미장원, 이발관, 가라오케, 찜질방 등 없는 게 없었다. 이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골프를 치러 다닌다. 평일에 나가면 그린피 등 한 번에 우리돈으로 2만~2만5000원 정도 든다.
물론 한국에 비해 불편한 것들도 없지 않다. “여기에선 물 마시는 걸 다들 조심하라고 합니다. 과일이나 야채는 수돗물로 씻었더라도 마지막에 생수로 한 번 더 헹궈줘야 해요.”(백신영씨) 이곳에서 사먹는 냉동 돼지고기가 고향인 부산만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라서 공식적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거든요.”(백신영씨)
이씨 부부는 이곳에 와서 평화롭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새삼 깨달았단다. “여기까지 와서 번화가에서 복닥거리며 살긴 싫더라고요. 저녁마다 밖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거나 산보를 합니다. 개구리가 옆에서 뛰어다니는 걸 보면 순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백신영씨)
이들은 벌써 반둥 부근 화산 지대의 온천 등 인근 관광지로 여행도 다녀왔다. 야외 유황 온천에서 이틀간 쉬었고 파인애플을 사서 칼로 마음껏 썰어먹었다. ‘
천 개의 섬’이라고 불리는 플라우 스리브 등 유명 관광지에도 곧 가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옷이며 가방이며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의 인기가 높다”며 “TV 프로그램도 인기라 한류를 실감한다”고 했다.
자카르타·반둥(인도네시아)= 황성혜 주간조선 기자 coby072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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