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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맛집,군침이 꼴깍!

[스크랩] 포장마차 가고 회마차 뜬다

무공해. 무공해 식품. 무공해세상.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허나 현실은 만만의 콩떡! 갈수록 오염되고 심해지는 공해, 그런 세상에 과연 무공해먹을거리가 얼마나 되겠는가. 많다고? 하긴 많긴 하다.

 

무공해식품이라고 주장하며 팔리고 있는 식품들 참 많다. 특히 채소 쪽에서 무공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유기농 농산물에 관한 관심이 높다보니 서슴없이 무공해농산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무공해식품이라고 선전하는 것을 보면 왜 탐탁지 않게 생각되는 걸까? 신뢰감도 벌써 저만치 달아난다.

 

무균실에서 나온 게 아니고서야 무공해식품이 있기나 하는 걸까? 예를 들자.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산나물을 채취했다. 인간의 손길은 전혀 닳지 않은 자연에서 난 먹을거리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공해식품일까? 아니다.

 

도시의 공해가 바람에 실려 오고, 대기 중의 오염물질은 비나 눈이 내릴 때 함께 토양을 적신다. 식물은 그걸 흡수 하며 자란다. 공해에 1차적으로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2차 3차에 의해 오염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공해식품은 먹을거리의 오아시스가 아닌 사막의 신기루와 같은 것, 진정한 무공해식품을 원하는 건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매는 것과 같다. 이게 문명의 덫이다.

 

저공해식품, 굳이 구분하자면 저공해식품이라 해야 맞다. 현재로서는 저공해식품을 섭취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저공해식품이란 그나마 오염이 덜 된 환경에서 난 재료다. 어디일까? 오염이 덜 된 장소라는 게. 저공해 식품의 마지막 보루는 산과 바다, 그곳이다.

 

거기서 난 산나물과 해산물이 참 먹을거리라는 얘기다. 그렇다, 웰빙(참살이)시대에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할 참 먹을거리 산나물과 해산물이라 할 수 있다. 산나물은 묵나물 빼면 봄이 와야 맛 볼 수 있고, 그러니 한 겨울에는 해산물이 제격이다.

 

저공해 식품의 대표주자,나물과 해산물

 

 

(고등어초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맛이지만 한 번 맛 들이면 다른 회는 심심해진다)

 

맛객은 요즘 해산물에 푹 빠졌다. 겨울에 한 번쯤 먹어봐야 할 굴과 꼬막을 즐긴다. 특히, 생선회는 먹어도, 먹어도 생각나는 음식이다. 처음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고 대중적인 광어나 우럭처럼 흰 살 생선을 주로 먹었고, 점차 붉은 살 생선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중이다. 참치, 연어, 고등어, 방어 등.


문제는 회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 매일 먹기엔 부담된다는 사실. 그렇다고 광어 한 마리에 9,900원 써 붙여 놓은 집에서 막회 보다 못한 맛을 경험하기는 싫고.

 

해서 이 집을 추천한다. 나처럼 회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 괜찮은 집, 가격? 그렇지 일단 가격이 중요하지. 광어 한 접시에 15,000원이면 어떤가? 9,900원짜리에 비하면 좀 비싼 편이다. 아! 이집 광어가 25,000원짜리도 있다. 더욱 비싸진다. 이쯤 되면 별로 싼 집도 아니잖아 말 나올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일단 여기까지 읽었으니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맛객이 이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 건 순전히 간판 때문이다. 지나다가 우연히 본 골목 저 안쪽에서 ‘회마차’란 간판이 선명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회마차? 이름 괜찮은데?” 생각하며 다음에 한번 와봐야겠군 마음까지 먹었다.

 

몇 걸음 하다가 딱 뒤돌아섰다. 다음에 와서 실망하면 어쩌나 생각 들었기 때문이다. 해서 일단 밖에서만이라도 가게 분위기를 살펴볼 심산이다. 가게는 그저 그런 평범, 수족관을 살피니 생선의 눈알이 제법 선명하다. 이집에서 한 잔 마셔? 어차피 부천역 앞 실내포장마차에서, 소줏잔에 괴로움 잔뜩 담아 털어 넣을 생각 아녔는가? 안주는 간과 처녑. 이 순간 안주가 생선회로 선수교체 되는 순간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가게는 난방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손을 비비며 자리에 앉기 마련이다. 근데 훈훈함이 감돈다.

 

“뭘로 드릴까요?”

“광어 주세요”

“두분이세요?”

“아뇨 혼잔데요”


굳이 15,000원짜리로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설마 혼자 먹는데 25,000원짜리 내 놓겠는가 싶어서다. 이런 가게가 대체적으로 그렇듯이, 남자는 주방을 책임지고 여자는 홀을 맡는다. 밑반찬들이 차려진다. 마늘, 오이, 고추 채소 한 세트와 콩나물국, 옥수수구이, 고등어구이, 메추리알 등. 어느 횟집과 다를 바 없다.

 

 

 

(신선한 채소를 제공하는 건 기본이다. 이런 기본도 지키지 않은 식당이 많다. 사진은 즉석에서 채소들을 썰어내 신선함을 머금은 게 보인다)

 

하지만 느낌은 다르다. 깔끔하다. 마늘이나 고추, 오이를 즉석에서 썰어 나와 신선해보이다. 이건 기본이다. 기본도 지키지 않은 집들이 많다보니 기본이 잘 되었다고 자랑한다. 콩나물국에도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고, 특히 기름 자글자글 흐르는 고등어구이는 상투적으로 나오는 꽁치구이는 아니다.

  

나중에 밥과 함께 먹은 그 맛은 냉동이 아닌 생물 간고등어 맛이다. 육즙이 마르고 퍽퍽한 속살느낌이 아닌 쫄깃거리는 맛이 좋다.

 

광어회가 차려진다. 음, 이만하면 양도 넉넉한 편인걸? 썰어진 모양새를 보니 광어 2마리를 잡았나 보다. 오~ 그러고 보니 광어 한 마리에 9,000원 하는 것 보다 싸단 얘기잖아. 가만 설마 이거 25,000원짜리는 아니겠지? 잠시 살짝 들었던 불안감.

 

 

 

 

가격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식감이다. 식감이 꽝이면 가격이 싸다한들 용서가 안된다. 한 달여 전 동네 횟집에서 우럭을 먹을 때 악몽은 경험하고 싶지 않다. 막 나온 우럭회가 수분도 별로 없고 퍼석한 육질느낌 때문에 동네횟집을 외면해 왔었다.

 

 

 

(회의 일부를 깻잎으로 덮어 놓았다. 수분이 증발된 회는 맛이 떨어진다)

 

 

(시간이 좀 지나자 깻잎이 말라간다)

 

사진을 찍고 회 절반은 깻잎으로 덮었다. 수분이 나가면 회 맛도 떨어진다. 한 점을 간장에 찍어 씹는다. 광어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있다. 와사비를 찍지 않았어도 잡냄새가 별로 감지되지 않는다. 그렇게 소주한잔 털어 넣고 회 한 점 다시 소주잔에 입술을 맞추고 회 한 점. 술기운인지 실내의 온기 때문인지 얼굴이 금세 달아오른다.

 

 

(부드럽게 쫄깃함이 느껴지는 광어회, 흰 살 생선은 와사비(고추냉이)를 최소한으로 먹는다)

 

 

공기 밥을 주문했다. 괴롭다고 술만 찾는 건 미식을 추구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몸이 건강해야 음식에 대한 애정과 열정도 가능하니까. 밥 위에 와사비를 바르고 회를 간장에 찍어 밥과 함께 먹는다. 회가 바닥이 보일 때 쯤 한쪽에 있던 고등어구이에 젓가락을 댔다.

 

 

횟집에서 나온 음식 중에 젤 싫어하는 게 말라비틀어진 꽁치구이다. 이 집에서 고등어구이가 나올 때도 별로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알을 파먹고 밥에다가 뱃살 쪽만 먹어야지 생각한 게 한 마리를 다 먹었다. 적당한 간, 쫄깃하기까지 한 맛이 젓가락질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김치가 막 담아져 나오지 않았다. 꾸미지 않았지만 정갈함이 느껴진다)

 

 

(광어 지느러미 살은 지방질이 많기 때문에, 초장이나 간장보다 양념장에 함께 먹는 게 요령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건 광어지느러미, 이것만은 간장대신 양념된장에 싸서 먹어야 맛있다. 마늘 고추와 함께. 친절한 주인 내외, 서비스업에서 친절함 이것도 기본이다. 기본도 안 되는 집들이 허다하니 서비스 좋다는 것까지 소개해야 하는 현실이다. 언제쯤 기본적인 것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게 될까.

 

회마차가 뜰 수밖에 없는 이유

 

가게를 나오면서 회마차가 곧 뜨겠군 생각했다. 한때,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포장마차, 이제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도심의 포장마차에는 더 이상 낭만이 없다. 별 맛도 없는 안주 한 접시에 1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었던 인간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그 빈자리엔 자본의 논리만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실내포장마차도 맛 개발에 소홀하기는 마찬가지. 요즘엔 차라리 꼬치구이 전문점이 맛이나 가격 면에서 더 나은 편이다. 그래서 포장마차로 대변되던 서민 술자리에 곧 회마차가 대신 하지 않을까 싶다.

 

생선회에 대한 인식도 활어에서 선어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도 회마차가 뜰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여수와 거제 등에서는 선어공장이 설립되었다. 선어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유통비가 낮아질 뿐 아니라 수족관 설치비와 관리에서도 자유로워진다.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회가 팔릴 수 있다는 예고다.

 

낮아진 가격은 회가 횟집이나 일식집에서 더 저렴한 가격대의 술집에서도 팔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나는 그곳을 회마차라 부르고 싶다. 건강과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육류에서 해산물로 바뀌고 있는 것도 큰 호재다. 이처럼 분위기는 조성되었다. 이제 싱싱한 회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회마차만 뜨면 된다.  (회마차 032) 666-8041)

 

 


2007.1.28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출처 :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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