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역사기행>
인천, 100년 전 개항기 역사공부 ‘한나절 코스’
경인전철 인천역서 출발… 도보로 관광
제물포구락부·옛 일본 58은행 등 볼거리
더운 여름, 시원한 계곡이나 탁 트인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때다. 하지만 사정이 늘 그렇게 좋을 수만은 없는 일. 마음을 바꾸면 시간과 돈을 얼마 안 들이고도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인천에 있다. 자유공원을 중심으로 한 인천의 역사 기행이다. 100여년 전 우리나라 개항기에 외국의 문물이 들어온 주요 통로였던 이곳에는 지금도 그날의 이야기들을 말해주는 유적과 이를 복원한 건물들이 몰려 있다.
한나절 코스로 자녀들과 함께 걸으면 역사 공부의 기회도 된다. 경인전철 교통비에, 이곳에서 유래된 자장면 한 그릇 값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나라 개항기의 역사를 대강이라도 미리 공부하고 가면 당시 상황이 눈 앞에 그려질 듯하다.
코스는 경인전철 인천역→차이나타운→화교학교, 삼국지 벽화, 조계지 계단→자유공원→옛 제물포구락부→인천역사자료관→근대건축전시관→한중문화관·공화춘→인천역이다. 인천 중구청도 이와 비슷한 도보관광코스를 운영하며, 필요할 때는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해 준다.
◆ 경인전철 인천역에서 출발
경인전철 인천역에서 내려 대합실 밖으로 나오면 바로 맞은 편에 차이나타운(중국인 마을)의 상징인 ‘패루’가 인사를 한다. 패루가 서 있는 언덕길을 따라 자유공원으로 가는 길을 오르다 보면 화교중산학교가 나오고, 이 학교 벽을 따라 길이 135m의 삼국지 담장벽화를 만나게 된다.
▲ 인천 화교중산학교 담장을 따라 그린 135m 길이의 삼국지 담장벽화를 관광객들이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인천 중구청 제공
2004년 조성된 이 벽화에는 장비가 조조의 군대와 단신으로 맞서고 있는 장판교 전투,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조조군대를 전멸시킨 적벽대전 등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이 그림들은 가로 34㎝×세로 25㎝ 크기의 타일 수천 장을 붙여 만든 것이다.
28일 낮 벽화를 구경하던 송필원(85·인천 계산동)씨는 “삼국지 그림을 보고 있으니 옛날 어릴 적 그 책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 생각난다”며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요즘 학생들이 많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옛 일본 18은행을 리모델링해 만든 근대건축전시관. 개항기 여러 건축물들을
축소한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벽화 위로 조금 더 오르면 개항기 외국인들이 치외법권을 누리며 몰려 살던 조계지 계단이 나온다. 미국·영국·일본·청나라 등 외국인들이 이곳에 살 당시 일본과 청나라 조계의 경계였던 계단이다. 각국이 조선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 자장면 처음 판 공화춘 건물
자유공원 아래 인천역사자료관에는 인천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의 역사를 알 수 있는 5000여권의 책자 등 수많은 역사 자료가 보관돼 있다.
▲ 이제는 건물만 남아있는 옛 공화춘. 국내에서 자장면을 처음 만들어 판 것으로
알려진 ‘자장면의 원조’건물이다.
중구청 앞에는 최근 구청이 만든 일본풍 거리가 나온다. 일본조계 당시의 모습을 되살린 것인데, 모든 건물을 같은 색, 같은 양식으로 만든 게 아쉽기는 하지만 한 번은 구경해 볼 만하다.
옛 일본 18은행을 리모델링해 만든 근대건축전시관에 가면 개항기 당시 이 근처에 있었던 서양 건축물을 정교하게 축소 복원한 모형들을 볼 수 있다. 최초의 서양식 별장인 존스턴별장, 영국영사관 등이다.
여기서 다시 인천역으로 가는 길에 한중(韓中) 문화관을 만난다. 2005년 문을 연 이 건물에는 중국 여러 도시의 홍보관과 전시실 등이 운영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장면을 처음 만들어 판 것으로 알려진 옛 공화춘, 외국인들이 사교장으로 썼던 제물포구락부, 최근 영화 촬영지로 심심치 않게 쓰이는 옛 일본 58은행 건물 등도 만날 수 있다.
문의는 인천 중구청 문화관광과(
인천= 최재용 기자
- 2007. 6. 29 / 조선일보 위크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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