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인TV방송

[스크랩] [한겨레21]"방송계의 한겨레 기대하세요"

[노중일] “방송계의 한겨레 기대하세요”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노중일(34)씨는 ‘잘나가던’(?) 경인방송(iTV) 정치부 기자였다. 지난해 12월31일 방송이 중단되고 다음날 다른 200여명의 기자, PD와 함께 해고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한때 연봉 4500만원을 받는 5년차 겁 없는 기자였지만, 이제는 2주에 한번씩 고용안정센터에서 실업급여를 타는 신세가 됐다. 여섯살짜리 큰아이가 다니던 학원도 대부분 끊고 아끼던 차도 내다 팔았다. 남은 퇴직금으로는 3~4개월을 더 버티기가 힘겨울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자본이든 권력이든지 간에 기자로서 현상을 관찰하고 해석만 해왔는데, 이제 내가 그 한복판에 던져졌다. 기자로서 가졌던 관찰자나 해설자 시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현재의 처지를 설명했다. 노씨는 지난해 초 경인방송의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이 30여년 동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폐석회를 불법으로 매립한 사실을 1년 동안 추적해 보도하기도 했다. 자신을 고용한 회사의 비리조차 눈감아주지 않았다.

그런 노씨가 다시 기자를 꿈꾼다. 지금 그의 명함에는 ‘경인지역 새 방송 설립 주비위원회’ 사무국장이란 직함이 새겨 있다. 주비위는 경인방송의 해직 언론인들과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이 한데 모여 공공성과 지역성이 살아 숨쉬는 새로운 지역 민방의 꿈을 만드는 디딤돌이다. 노씨는 요즘은 5월21일 인천대공원에서 예정된 발기인 대회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새 방송이 “방송계의 <한겨레>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본금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200여명의 경인방송 해직 언론인들이 갹출해 이미 10억원을 모았다. 다들 알토란 같은 퇴직금의 일부를 고스란히 내놓은 것이다. 발기인들도 5월21일까지 10억~20억원의 돈을 모을 계획이다. 시민주와 공익적 민간 자본 등이 예정대로 출연된다면 내년 초쯤 500억원의 자본금을 토대로 설립될 새 방송이 전파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노 ‘기자’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는 약속이 하나 있다. “좋은 방송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귀여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