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988년 5월15일, 백두산 천지가 큼지막하게 수놓아진 한겨 레신문, 기사 내용보다도 창간호가 내 손에 들려있다는 것 하나로 흥 분을 감출 수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암울했던 시대, 접었던 희망의 씨 앗을 다시 품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서재에 보관돼 있는 그 빛바랜 36면짜리 창간호는 신문이 아니라 감동 그 자 체다. ‘국민을 대변하는 참된 신문’이 되겠다는 창간사로 출발한 한겨레신문 은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 몸집 불리기에 혈안이 된 당시 언론지형 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인가, 등록증 교부에만 석 달이 걸 릴 만큼 정권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그 모든 것을 극복하며 ‘참언 론’의 깃발을 세울 수 있었던 힘은 초대 편집이사였던 권근술 논설위 원의 표현대로 “국민의 성원”이였다. 이러한 국민의 성원은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50억원이라는 기금을 100일 만에 마련하였다. 이것은 새 언론에 대한 뿌리 깊은 열망의 표현이었지만 2만7천52명의 국민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기적이었다. 이러한 국민의 성원으로 권 력과 자본의 유혹 대신 약자와 정의, 보편적 가치의 소중함을 택하는 한겨레 정신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시대가 변해 제2의 창간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한겨레신문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다급해진 현실이 신문시장의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초심과 미래에 대한 전략을 아우르는 뼈 아픈 성찰 역시 한겨레답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다고 해도 한겨레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17년의 세월의 궤 적이 너무나 굵고 선명하기 때문이다. 권력과 자본의 야만성에 맞서 싸워왔던 고난의 세월이 참으로 장 하기 때문이다. 이 가치와 업적은 모든 국민들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제 한겨레의 존재와 관계없이 사회 를 진전시키는 동력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상황과 격은 다르지만 그 한겨레의 가치를 실현하는 움직임이 수도권 일원에서 일고 있다. 바로 경인지 역 새 방송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다. 지난해 경인방송(iTV)의 재허가 추천 거부로 인해 12월 31일 정파 된 경인지역의 새 방송 설립을 위한 일련의 움직임은 경기·인천지역과 전국단위의 350여 시민사회단체 가 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히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 인천지역에서 이름을 걸고 활동한다 고 하는 단체는 거의 망라된 셈이다. 이 점에서 이미 경인지역이라는 지역 의제를 이미 벗어난 셈이다. 그간 월등한 매체 영향력으로 권력화되기 쉬운 TV방송사를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시민·사회단 체들의 욕구가 건강한 방송 현업인들과 결합되면서 분출된 셈이다. 이제는 시청자가 참여하는 방송, 시 청자가 주인 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노 대통령의 표현대로 시민·사회단체의 “대안을 내는 창조적인 참 여”인 셈이다. 사실, 1990년대 서울방송(SBS) 허가 이후 한국의 방송 시장은 지상파 방송의 전반적인 상업화가 강화되었고, 자본 중심의 상업적 미디어가 속속 들어서는 국면이다. 민영화와 상업화라는 표 현은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시청자를 양산한다. 지난 3월 24일 결성된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는 그런 면 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철저한 공익성과 지역성을 담보하는 시청자 참여형 새 방송을 35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서 만들겠 다는 열의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점점 열악해지는 지역방송사들의 여건과 연계, 정파된 경인방송 의 재판을 우려하기도 한다. 행정개편과 관련 경인지역이라는 지역 정체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경영의 안정성을 미끼로 제2수도권 민방을 제시하기도 한다.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350여 시민사회단체 의 참여 동기와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새 방송 설립과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용자들의 의 지”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 수용자들의 의지가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 기적을 일으키는 역사를 17년 전에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이주현/ 경기 민언련 사무처장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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