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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스크랩] [주간 미디어 리뷰: 방송] 'MBC의 iTV 인수 검토' 보도

미디어뉴스  2005.05.30.

 

[주간 미디어 리뷰: 방송] 'MBC의 iTV 인수 검토' 보도

 

3주 전 제가 이 글을 통해 희망조합(구 iTV노조)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경인지역 새 방송 설립 주비위원회'의 5월 6일 기자회견을 소개한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주비위는 공익적 민간자본을 지배주주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그 대상으로 방송문화진흥회 등 8개 기관을 언급했는데 저는 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지요.

 

그때의 글 가운데 방문진 대목을 다시 읽어봅시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이 지배주주가 되면 사실상 MBC의 계열사가 되는 겁니다(다른 계열사는 MBC 본사가 주식을 소유하고 있음). 아무리 인천ㆍ경기지역에 MBC 계열사가 없다 하더라도 어차피 서울MBC와 방송권역이 겹치는데, 지방계열사를 통폐합하려는 MBC 경영진이 이에 찬성할까요? 설사 찬성하더라도 지역민방의 프로그램을 30% 수중계한다는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그런데 MBC 경영진이 검토를 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언론비평주간지 미디어오늘은 5월 25일자에 "MBC, iTV 인수 ‘2채널 체제’ 추진"이란 제목으로 MBC가 iTV 인수(엄밀한 의미에서는 iTV 인수가 아니고 경기ㆍ인천 지역 새 방송사업자 선정)를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지요.

 

미디어오늘은 "MBC가 이달 초 정책기획팀 내에 '채널사업팀'이라는 TFT를 꾸려 2채널 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문순 사장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방송위원회나 시민단체 등은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MBC는 "주비위가 주주 참여 희망기관 중 하나로 방문진을 거론한 바 있고, 이에 MBC는 기본적인 연구작업을 시도한 바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검토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법적ㆍ경영상 요인으로 MBC가 직접 채널을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TFT를 꾸린 적도 없다"며 미디어오늘 보도에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미디어오늘 보도 직후 MBC 정길화 홍보심의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요(미디어오늘은 반론권 차원에서 이같은 MBC의 공식 입장을 웹사이트에 보도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김상훈 MBC 노조위원장도 "희망조합측에서 러브콜을 보냈으니 검토해본 것뿐일 것"이라며 "지역민방의 정체성 문제를 따지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더군요.

 

그러나 주변 취재를 해보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검토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의지를 갖고 꽤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MBC는 88년 민영화 논쟁 때(방문진이 KBS 보유주식을 환수하는 반공영 형태로 가닥이 잡혔음)부터 한동안 제2채널에 관심을 표시해왔는데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 그 첫번째 근거입니다. 지난해 말에도 MBC와 EBS가 통합을 모색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양사가 교육 캠페인을 공동으로 추진하자 그 전조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자본은 공영이고 운영 재원은 민영과 똑같아 KBS와 SBS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인 처지에서 한번 생각해볼 만한 시도이긴 합니다. 이제까지는 공영과 민영의 장점을 두루 누리기도 했지만 반대로 이제는 단점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지요.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송로가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MBC 지방계열사나 지역민방에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않더라도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으로 재송신을 하면 제2채널의 효과는 얼마든지 누릴 수 있지요. 현재 KBS 2TV는 전국에 똑같은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1TV에만 지역별로 5∼10% 정도 로컬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일정 비율 이상을 할애하면 전체적으로 iTV 시절보다는 프로그램 질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시민단체 등은 몰라도 일반 시청자들은 만족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올 수 있을 겁니다. iTV 시절에도 100% 자체 편성을 하기는 했지만 인천ㆍ경기 주민을 위한 이른바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았지요.

 

또다른 당사자의 하나인 주비위는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디어오늘에 소개된 "지역을 대표하는 방송을 만들겠다며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돌아서면 지역의 민심을 어떻게 책임지겠나"라는 주비위 관계자의 반응과는 사뭇 다른 태도지요.

 

아마도 '여기저기서 참여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고 알려지는 상황이 '대부분 부정적으로 생각해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소문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요. 또한 희망조합원들로서는 방문진이 지배주주가 되면 고용 승계는 물론이고 MBC 지방계열사 직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을 만도 하지요.

 

이에 반해 비노조원으로 구성된 iTV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역민방을 위해 할당된 채널을 중앙 중심의 거대방송에 흡수, 편입시키는 것이 과연 지역정체성의 확보 방편이란 말인가"라고 따져물으며 "희망조합이 고용문제 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지역의 고유한 민영방송 채널을 놓고 중앙의 거대방송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MBC는 일단 미디어오늘 보도를 부인했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정말 곤혹스러울 겁니다. 이런저런 방안을 모색해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대안으로 제시돼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을텐데 이런 식으로 미리부터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 견제와 저항에 부딪혀 좌초될 가능성이 높지요.

 

제가 3주 전 썼던 대로 지방계열사 통합 문제와 연관된 내부 반발도 예상되고 주비위가 내세웠던 지역민방 프로그램 30% 수중계 계획도 물건너 가는 것이지요. 주비위 내부에서도 지역정체성 문제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KBS와 SBS가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리도 만무합니다. 만일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다른 특혜를 준다면 지상파3사의 독과점이 강화되는 것이어서 뉴미디어 업계 등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한나라당과 신문사들의 반발도 예상되고, 방송위로서도 지금까지의 지역민방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흔드는 상황을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겁니다.

 

이런저런 소문과 추측과 의혹과 갈등과 암투를 잠재우려면 방송위가 경기ㆍ인천 지역 새 방송사 설립에 관한 문제를 공론화해 일정과 사업자 선정 기준 등을 하루빨리 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희용 기자[연합뉴스 문화부] heeyong@yna.co.kr

 

※ <주간 미디어 리뷰>는 한국언론재단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NEW Ch4u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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