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람입국이다] 3.종업원 생애 책임지는 기업 | ||||||||||||
|파리 함혜리특파원| ‘세계는 끊임없이 발전한다. 직업도 변화한다.
따라서 나 자신을 무장한다.’불로뉴비양쿠르에 있는 르노그룹 인적자원국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다. 사내 직원교육제도를 소개하는
리플렛 표지에도 적혀 있는 이 문구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르노 신화의 비결은 인적자원
프랑스에서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직원재교육에 관한 법’의 모델이 되기도 한 이 노사협약에 따라 르노그룹의 모든 종업원은 직종, 성별, 연령의 제한없이 자신의 직무 완성도와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 직종·직급에 따라 생산직은 연간 25∼35시간, 관리직은 6일간의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연수적립제를 도입해 주어진 교육시간을 다 사용하지 못하면 다음 해에 이월할 수 있도록 했다. 인적자원개발국 파트리시아 뮐러 재교육담당 국장은 “르노는 직원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사내 재교육제도를 기업발전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면서 한때 적자투성이의 국가적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르노가 짧은 시간에 글로벌한 생산체제를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인적자원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전문성 극대화시키는 맞춤식 프로그램 전략기획팀의 미셸 베르제스 부장은 “재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기업의 발전”이라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각자 필요에 맞게 재교육 프로그램을 짠다.”고 설명했다. 종업원들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와 있는 트레이닝 가이드를 참조하면서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한 경쟁체제에 맞게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매년 교육 프로그램을 짜기에 앞서 상사와 면담을 갖는다. 회사의 장기 전략과 세부조직의 목표, 종업원 개인의 향후 진로 및 직무능력 등을 감안해 전문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도록 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 역시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3000가지에 이를 정도로 세분화돼 있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는 매년 새로운 것들로 바뀐다. 더이상 쓸모가 없는 내용들은 버려지고, 그 자리를 최신 기술이나 정보로 채운다. ●2003년부터 ‘퍼포먼스’ 시스템 가동 르노는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퍼포먼스’ 시스템을 구축,2003년부터 가동하고 있다.5∼10년 후의 기업환경을 고려해 큰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표준화된 세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한 뒤 교육내용에 대한 종업원들의 의견을 수렴, 이듬해 프로그램 내용에 반영하는 선순환 시스템이다. 전체 급여의 6.5%에 해당하는 1억 100만유로가 재교육에 투입된 2003년의 경우 르노자동차 직원의 80%가 사내 교육에 참가했다. 평균 참여시간은 2002년 32.2시간에서 36시간으로 늘었다. 르노는 ‘퍼포먼스’ 시스템을 2004년부터 전세계 르노그룹 계열사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춘 만큼 이제는 소프트웨어(인적자원)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lotus@seoul.co.kr ■ 英 유통업체 테스코 재교육은 |체스헌트(영국 하트퍼드셔주) 장택동특파원|“기업은 직원을 키우고, 직원은 고객을 살핀다.” 전세계 23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 테스코는 직급별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접 대면하는 고객이 많은 업종인 점을 감안, 고객만족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은 매장에서 직접 이뤄지기도 하고 외부기관에 위탁하기도 한다. 일부는 인터넷을 통해 진행된다. 알렉스 트렌차드 해외협력과장은 “단계별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고, 승진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프로그램은 직급에 맞춰 6단계로 세분화된다.1단계는 평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동·은·금 단계로 나눠진다. 금 단계까지 통과하면 해당업무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증서를 수여한다.1단계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대학에서 정보통신, 영어, 수학 등을 배운다. 영국 정부가 주관하는 이 ‘실습생 제도’에 참여하면 학비는 정부에서 지원하고, 회사는 직원이 학교에서 교육받는 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한다. 테스코는 지난해 20명을 참여시킨 데 이어 올해는 500명으로 25배나 늘렸다. 매장의 부문별 관리자가 대상인 2단계에서는 점포 운영에 필요한 핵심 업무들을 교육받는다. 이어 3단계에서 매장 전체 관리자는 재정, 업무 변화, 마케팅 등 경영관련 과목을 배우면서 간부로서의 자질을 키우게 된다. 4단계 매장 총지배인은 회사의 ‘리더십 개발센터’에서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분야별 담당 이사가 받는 5단계에서는 하버드 등 유수 대학에서 최고위 경영과정을 이수하고, 마지막 6단계인 최고 경영진까지 교육은 계속된다. 니콜라 스틸 직업훈련국장은 “나도 17년 동안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면서 훈련단계를 밟아왔다.”면서 “테스코는 평범한 직원이 오랫동안 내부교육을 통해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taecks@seoul.co.kr ■ 네덜란드 ‘로열더치셸’에선 해외파견때 배우자 현지취업 교육 |헤이그 장택동특파원|네덜란드 헤이그의 카렐 반 바이랜틀란 거리에 위치한 다국적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의 학습기관 ‘셸 러닝’ 센터.13개의 교실마다 세미나와 강의가 한창이다. 한 교실에서는 유럽 전역에서 모인 중견간부 10여명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고, 옆 교실에서는 고객과 신뢰관계를 쌓는 요령을 강의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현업기반교육을 강조한다. 일을 하면서 현장에서 배우고, 배운 것을 통해 업무를 발전시킨다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중견간부들은 근무시간의 20∼30%를 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사내 정규교육은 셸 러닝 센터에서 주로 맡는데 리더십, 조직변화, 공정표준화 등이 주요 과목이다. 실무교육은 각 지사와 작업장별로 직급과 업종에 맞춰 실시된다. 이 회사에 27년째 근무 중인 폴 트리머 북유럽 담당 부사장의 사례는 이 회사의 학습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학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본인의 희망에 따라 시장분석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기획·판매 분야로 옮겼다가 브라질·볼리비아 등지에서 가스배급 책임자로 일했다. 직종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경영, 외국어, 리더십 등은 회사에서 교육받을 수 있었다. 트리머 부사장은 “강의를 듣고, 현장에서 배우면서 원하는 분야에 도전하고 자리를 바꿔나갔다.”고 말했다. 로열더치셸은 한편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한다. 다른 교실에서는 40∼50대 여성 10여명이 강사의 설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들은 조만간 해외지사로 발령날 남편을 둔 아내들이었다. 외국에 함께 나가 있는 동안 아내들도 직업을 갖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같은 교육을 진행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직원들은 자기개발 차원의 학습도 할 수 있다. 한 예로 1998년부터 시작된 ‘더 나은 세계’라는 프로젝트는 희망하는 직원들을 40개 개발도상국으로 보내 기술자문도 하고 문화도 배우도록 배려한다. 전세계에서 11만 5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로열더치셸은 연간 160억달러 이상을 교육비로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교육분야를 더욱 강화할 방침을 세우고 셸 러닝 센터를 증축하고 있다. 이 센터 책임자인 감트 로 이사는 “앞으로는 셸 러닝 센터가 회사를 상징하는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aecks@seou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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