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행기표(혹은 배표)도 구했다, 휴가 기간도 확실히 잡아두었다고 해서 배낭 매고 공항으로 가면 틀림없이 낭패를 본다. 다시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아주 중요한 것들이므로 밑줄 '쫘아아악' 치고 별표까지 군데군데 '꽈아아앙' 찍어가며 읽어주기 바란다.
시시콜콜한 잔소리라고 여겨지겠지만 꾸우우욱 참고 한번만 봐두면 결코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다.
가. 몇 가지 중요한 서류는 복사해둔다.
1) 여권을
복사한다.
"이건 또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냐?"
하고 묻고 싶어져야 정상적인 사람이다. 먼저 여권을 복사기로 복사한다. 여권이라는 것이 작은
수첩처럼 되어 있으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복사하라는 말이 아니고 인적사항이 기록되어 있는 바로 그 면을 복사하라는 말이다. 사진이 붙어있는 면
말이다.
4장이나 5장쯤 복사해서는 아내의 화장대 거울 옆쪽에 슬쩍 끼워둔다. 이왕이면 전화기가 부근에 있으면 더욱 좋다. 또 다른 한 장은 배낭 속에 넣어 가는 여행안내서 제일 앞장에 풀로 단단하게 붙여둔다.
나머지 다른 한 장은 일기장으로 쓸 공책 표지 속 첫 번째 장에 붙여둔다. 나머지 한 장은 배낭 속에 끼워 둔다. 40대가 되면 기억력이 없어지므로 앞에 쓴 내용을 정리해 준다.
1) 화장대 부근
2) 배낭 여행 안내서 속표지
3) 일기장 안에 복사한 종이를
붙여 두라.
4) 배낭이나 빈 주머니 아무 곳이나 한 장 넣어 두라.
그렇게 해두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방정맞은 소리지만 만약에 당신이 해외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는 일을 당하면 그날로 여행은 끝이다. 여권이 없다면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처자식이 기다리고 있는 금수강산 대한민국에 돌아 올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정말이지 여권분실이라는 일을 당하면 이건 장난이 아니다. 준비성이 없는 대한민국 백성은 틀림없이 여권 번호 같은 것은 절대 외워두지 않는다. 여권을 분실하면 그 나라에 있는 우리 나라 대사관을 찾아가서 분실 신고를 하고 '임시 여행 증명서'라도 받아야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수가 있게 된다.
이때 여권번호라도 외우고 있거나 메모라도 해두었다면 쉽게 처리할 수도 있는 일을 가지고 기록을
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자꾸만 어렵게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화장대거울 옆에 붙여두라는 말은 최악의 경우 집에 전화해서 쉽게 알아낼 수
있도록 해두라는 말이다.
배낭 주머니 속이나 일기장 혹은 여행 안내서 같은 곳에 복사본을 붙여 두었다면 집에 전화할 필요조차 없는 것 아닌가?
재수 없으려면 일기장이고 배낭이고 뭐고 모조리 홀랑 털릴 수도 있으므로 집에 전화해서 알아보라는
말이다. 여권 복사본이 분실을 대비해서 하는 일 만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여행자 수표(T/C)를 바꿀 때나 여관, 호텔에 체크인(check
in)을 할 때나, 배를 타거나 자전거를 빌릴 때 여권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흔히 생긴다.
그때도 간단히 책 속에 붙여 놓은 복사물을 보여주면 쉽게 해결 난다. 내 경험으로 보면 상대가 기어이 실제 여권을
보여 달라고 우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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