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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세계 배낭여행자들의 거리-중국 윈난성 쿤밍

[트래블]세계 배낭여행자들의 거리-중국 윈난성 쿤밍
배낭여행 마니아들이 꼽는 ‘세계 3대 배낭여행자 거리’는 어디일까?

카오산로드와 파하르간지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나머지 한 곳에 대해서는 여행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베트남 하노이 팜응라오 거리, 태국 치앙마이 타페 거리, 중국 양수오 서가 거리, 중국 윈난성 쿤밍 등이 대표적인 배낭여행자 거리로 거론된다. 특히 인도 고아와 윈난성 쿤밍은 최근 들어 한국 배낭여행자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인도 고아

1990년부터 세계 140여개국을 배낭여행한 조정연 팍스투어 이사는 인도 고아를 꼽았다. 고아는 뭄바이에서 밤새 달리면 만나는 인도 남부 해변도시. 바다는 야자수만 빼면 서해 수준이지만, 장기 여행자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안주나 비치를 중심으로 여행자 숙소와 식당들이 흩어져 있다. 고아의 특징은 숙소 장기 임대와 오토바이. 여행자들이 숙소를 3개월 이상 장기 임대해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관광지 사이의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오토바이가 가장 인기있는 교통수단이다. 오토바이를 아예 사서 여행하는 사람도 많다. 매주 금요일 안주나 비치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은 여행자들이 기념품이나 티베트 수공예품 등을 구경하고 살 수 있는 기회다.

고아가 서구 여행자들에게 각광받은 이유는 전혀 인도 같지 않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포르투갈령이었던 까닭에 성당 등 기독교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데다 서구인의 입맛에 맞는 식당이 발달했다.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맘껏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고아와 뭄바이 중간의 푸나는 오조 라즈니쉬의 아쉬람이 있는 영적인 도시. ‘도(道)’를 위해 푸나 등지로 온 여행자들도 고아에 집합했다.

▲중국 윈난성 쿤밍

배낭여행 전문여행사 엔투어 김신철 해외영업부 팀장은 중국 윈난성 쿤밍에 주목했다. 중국 윈난성은 최근 2~3년 새 뜨고 있는 배낭여행지. 인종적, 문화적으로 중국 속의 ‘작은 동남아’에 가깝다. 태국 북부 고산족들의 원고향이기 때문. 동남아 여행을 마친 배낭여행자들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화를 찾아 속속 쿤밍으로 집결하고 있다. 김팀장은 “5~6년전 방콕이나 치앙마이에서 보던 배낭여행 마니아들이 요즘은 쿤밍에 모두 모여있는 추세”라며 “머지 않아 제2의 카오산로드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뚜렷한 배낭여행자 거리는 형성되지 않은 상태. 호텔 요금이 싼 윈난대 뒷길 카페골목이 배낭여행자 거리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한국식당도 벌써 6곳이나 생겼다.

베트남 배낭여행자들은 하노이 팜응라우 거리에 모인다. 시장골목인 데땀 거리와 연결된 이 골목은 값싼 숙소와 식당이 집결한 배낭여행자 거리. ‘싱카페’를 비롯한 여행사가 밀집해있다. 싱카페는 당초 팜응라우 거리의 카페였다. 커피맛이 좋아 배낭여행자들이 커피를 먹기 위해 일부러 싱카페까지 찾아오면서, 여행자들을 위해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베트남 전역에 지점을 가진 대형 여행사가 됐다. 치앙마이 타페 거리도 전형적인 배낭여행자 거리. 성벽을 경계로 구시가와 신시가가 나뉘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성문 밖 타페 거리에 여행사와 값싼 숙소가 모여있다.

#배낭여행자 거리의 형성

배낭여행자 거리는 동남아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카오산로드와 같은 형태의 배낭여행자 거리를 찾아볼 수 없다. 언어문제가 가장 큰 이유다. 배낭여행을 먼저 시작한 서구 여행자들은 동남아 여행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숙소가 필요했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문제다. 영어가 통하는 숙소는 서구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늘어나는 여행자를 감당하기 위해 주변에 더 많은 숙소가 생겨났다.

숙소가 늘어나다보니 식당이 만들어졌다. 식당들은 영어 메뉴를 갖추고 현지 음식을 서구인의 입맛에 맞도록 퓨전화하는가 하면, 미국식 아침식사 등을 취급했다. 여행자들의 필요에 맞춰 여행사가 들어섰다. 배낭여행자 거리는 대개 기차역·버스터미널 가까이에 형성되게 마련.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기차표와 버스표를 팔고, 나중엔 1일·3일 여행 상품도 팔기 시작했다. 여행자들이 필요로 하는 환전소, 빨래방, 인터넷 카페 등도 속속 들어섰다. 여기에 여행물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장이 있고, 주요 관광지를 걸어서 다녀올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었다. 카오산로드의 경우 기차역·버스터미널과 뚝 떨어져 있지만 그 외 조건들이 딱 맞아떨어져 최고의 배낭여행자 거리가 됐다.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