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세계 배낭여행자들의 거리-태국 방콕 카오산로드 | ||||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은 여기로 모인다. 태국 방콕 카오산로드, 인도 델리 파하르간지, 베트남
하노이 팜응우라우 거리, 중국 윈난성 쿤밍…. 배낭 하나 둘러메고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은 여기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정보를 얻고,
다음 여행지로 떠난다. 말 그대로 ‘배낭여행자의 거리’다. 배낭여행자 거리는 인도 파하르간지에서 시작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의 히피와 여행자들은 ‘동양의 도(道)’를 찾아 인도로 왔다. 거리에서 잠을 자고, 구걸로 밥을 먹으면서도 마음 속엔 행복이 가득한 인도 사람들. 서구 여행자들은 여기서 ‘유토피아’를 발견했다. 그들은 델리 중앙역 뒤 시장통인 파하르간지의 값싼 숙소에서 잠을 자고, 물건을 사고, 여행했다. 여행자들의 입맛에 맞춘 식당이 생겨났고, 여행사가 들어섰다. 1970년대, ‘인도마저 오염됐다’고 느낀 여행자들은 태국 카오산로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숙소와 식당은 저렴했고, 관광 필수코스인 왕궁과 박물관은 지척이었다. 시장에선 무엇이든 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카오산로드는 ‘배낭여행자의 메카’로 군림하고 있다. 카오산로드뿐 아니다. 베트남에도, 네팔에도, 인도네시아에도, 배낭여행자들이 휩쓸고 가는 곳마다 ‘배낭여행자의 거리’가 생겨났다.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근처. 방값이 싸고 시장이 가까운 곳. 물가가 싼 곳. 영어가 가능한 곳. 내국인보다 여행자가 많은 곳. 바다 건너 어디에선가 온 이국의 친구들과 ‘배낭여행자’라는 공감대 하나로 맥주잔을 부딪치는 곳. 오늘도 그곳에는 배낭을 멘 젊은이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태국 방콕 카오산로드 여기는 태국 방콕 카오산로드. 전세계 배낭여행자의 천국이자 베이스캠프다. 300m가 채 안 되는 시장 골목 중 이곳만큼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은 없다. 세계를 떠도는 배낭여행자는 누구나 한번쯤 거쳐간다. 영화 ‘비치’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배낭을 둘러메고 이곳에 처음 발을 디뎠다. 제 키만한 배낭을 짊어진 여행자들은 방람푸, 카오산로드 입구에서 버스를 내린다. 카오산로드는 짜크라퐁 로드에서 타니오로드까지 수직으로 뻗어있는 골목길. 여행자들에겐 카오산로드와 평행하게 뻗어있는 람부뜨리 로드, 카오산 위쪽의 파아팃 로드까지가 모두 ‘카오산’으로 통한다. 값싼 숙소와 식당, 여행사가 밀집한 곳이다. ‘카오산로드’ 이정표 뒤 ‘걸리버스 터번’에 네온사인이 들어오는 그때부터, 카오산은 배낭여행자의 해방구로 변신한다. 거리엔 포장마차 노점상들이 몰려나와 팟타이(태국식 볶음국수)와 카오팟(볶음밥)을 볶아낸다. 레게머리를 늘어뜨린 여행자들은 ‘스타퍽스(starfucks)’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맥주병을 손에 들고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술집에서는 유럽 축구 방송을 중계하고, ‘아무거나 다 팝니다(we sell everything)’란 간판을 단 헌책방에는 남들이 쓰다 판 여행가이드북을 사려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카오산로드가 배낭여행자의 거리로 떠오른 것은 1970년대 초. 그때만 해도 방콕 사람들조차 찾지 않는 ‘슬럼가’에 가까웠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은 값싼 숙소를 찾아 카오산로드로 모여들었다. 하룻밤 방값이 겨우 100바트(2,500원). 하루 방콕 관광 필수 포인트인 왕궁, 박물관, 왓포 등이 걸어서 15분 거리. 시장이 가까워 먹을거리와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좋았다. 거기다 방콕은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 각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거쳐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여행자가 늘어나면서 여행사와 각종 부대시설이 속속 들어섰다. 카오산로드에는 배낭여행자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다. 값싼 숙소, 여행자 입맛에 맞춘 식당은 기본. 저녁에만 펼쳐지는 노점에서는 가짜 국제 학생증과 운전면허증을 만들어준다. ‘불법’인 것이 분명한 복제영화 CD들은 3장에 100바트다. 장기 여행자들을 위한 세탁 서비스는 1㎏에 30바트(약 1,000원). 골목 귀퉁이에 놓여있는 저울은 빨랫감 무게를 달기 위한 것. 포장마차를 개조한 헌책방에는 여행자들이 쓰던 중고 가이드북들이 얌전히 꽂혀 있고, 누군가 입다 판 옷들도 즐비하다. ‘아무거나 다 팝니다’가 있다면 ‘아무거나 다 삽니다(we buy everything)’도 있는 법. 장기 여행자들이 배낭의 짐을 덜어놓고 갈 수 있는 가게들이다. 여행사들은 가까운 칸차나부리, 아유타야뿐 아니라 라오스, 캄보디아 교통편까지 판다. 흥정만 잘하면 버스값보다 싸게 여행상품을 살 수도 있다. 카오산로드 좌우의 건물은 대개 1층은 식당 또는 가게, 2층부터는 숙소 형태다. 건물 앞엔 노점이 줄을 서고, 노점 앞엔 여행자가 물결을 이룬다. 노점 팟타이 한 그릇이 단돈 20바트(약 500원). 바나나를 넣은 인도식 팬케이크 로티, 샐러드 쏭땀, 흰죽 란쪽부터 벌레 튀김까지 없는 게 없다. 빈라덴과 부시의 얼굴 밑에 ‘두 명의 테러리스트(Two Terrors)’라고 쓰고, 맥도널드 로고 밑에 ‘Mc Shit’라고 써 놓은 티셔츠도 낯설지 않다. 밤이 깊어지면 불붙은 봉을 돌리는 ‘불쇼’가 펼쳐지고, 풍선을 가득 단 툭툭(오토바이를 개량한 탈 것)이 지나다닌다. 한밤중엔 코끼리가 나타나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는다. 새벽 1시. 상가들이 문을 닫으면 여행자들은 파아팃 로드로 옮겨간다. 바닥에 돗자리를 펼쳐 놓고 트럭에서 파는 ‘양동이 칵테일’을 마신다. 매일의 ‘축제’는 새벽 3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2001년 ‘버디롯지’가 문을 열면서 카오산로드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버디롯지의 하룻밤 숙박요금은 1,700바트(4만2천원). 기존 숙박요금의 10배에 가까웠지만, 방은 매일 매진이었다. 버디롯지에 이어 에어컨, 수영장을 갖춘 고급 숙소들이 속속 들어섰다. 스타벅스가 들어오고, 고급 식당과 인터넷 카페가 생겨났다. ‘놀 줄 아는’ 태국 젊은이들이 카오산로드를 찾기 시작했다. 실제로 고급 바인 ‘브릭바’엔 외국인이 아닌 태국 젊은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맥주 한병 값이 110바트. 태국에선 싼 값이 아니지만, 브릭바를 찾는 태국인들은 맥주 대신 양주를 마신다. 배낭여행 마니아 사이에선 ‘예전의 카오산이 아니다’라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카오산로드의 명성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오늘도 배낭을 짊어진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은 가방을 채우러, 마음을 채우러 카오산로드로 몰려들고 있다. 〈방콕|글·사진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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