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쪽 백두산 인근의 한국인 투자 호텔이 철거위기에 처하면서 한․중 외교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북공정을 염두에 둔 중국의 ‘한국흔적 지우기’라는 비난이 비등해지는 등 중국측의 극약처방에 대해 뒷말이 많습니다. 백두산 쪽에서 호텔촌을 바라본 모습. 왼쪽의 물줄기는 천지에서 발원해 장백폭포로 떨어져 흐르고 있다. 지난9월 중국 지린(吉林) 성을 거쳐 백두산(창바이산․長白山)을 등정하고 문제의 호텔촌에서 하루를 묵으며 백두산 정취에 흠뻑 젖었던 저는 그 곳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왔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단편적인 내용만 있고 이 곳을 전체적으로 소개하는 글이 없어 현지의 생생한 모습을 올려봅니다.
장백산관광호텔 마당에서 필자 9월13일 백두산 천지를 등정하고 북쪽 등산로 산문 안의 장백산관광호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장백산관광호텔은 한옥 또는 중국 전통건물을 적당하게 섞은 건물양식으로 3층입니다.
장백산관광호텔 모습. 이 호텔 주인은 조총련 재일교포 박정인(63)씨로 1996년5월 30년 중국정부와 30년 임대계약을 맺고 300만 달러를 들여 공사를 거쳐 1998년5월 개업을 했다고 합니다. 오는 2026년까지 호텔을 경영키로 약정돼 있으나 느닷없는 중국의 철거통보에 강력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호텔은 중국 최고 지도자 등소평(덩샤오핑․鄧 小平)이 장백산관광호텔 전신인 익화호텔 운영 때인 1983년8월13일 이 곳에 묵었다고 합니다.
백두산을 오른 등소평이 호텔에 묵은 것을 기념해 세운비석.
비석에는 등소평이 “장백산에 오르지 않으면 평생유감이로다”라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중국의 개혁, 개방을 진두지휘함으로써 세계의 주축으로 우뚝 서게 했던 등소평이 백두산을 그렇게 평가했으니 다른 중국인들도 백두산에 대한 애정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은 너무나 당연한 지도 모릅니다.
우리 일행은 지난9월13일 오후에 호텔에 들어 다음날 아침 빠져나왔는데 중국 칭바이산보호개발관리위원회가 9월21일 5곳의 숙박시설 운영업자에게 ‘철거이전 공고’라는 문건을 보내 올해 내 처거할 계획임을 고지했다고 합니다.
철거통보를 받은 숙박업소, 식당은 백두산 북쪽 등산로의 매표소 안에 있는데 이 중 한국인이 운영 중인 호텔은 지린천상온천관광호텔(대표 이대봉)과 장백산온천관광호텔(대표 박선웅), 길림장백산건강오락유한공사(온천별장·대표 박선웅), 장백산국제관광호텔(대표 박정인), 대우호텔 등 5곳 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300만∼699만 달러(약 28억∼66억 원)의 거액을 투자해 호텔을 지어 운영 중입니다.
백두산 산문 주차장
당초 투자계약에 의해 아직 7~32년간이나 운영기간이 남은 해당 호텔은 지난 10월25일 중국 지린(吉林) 성 상무청 외국인 투자 기업 고발처에 “이미 환경평가를 받아 건축을 했고 폐수처리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데 무조건 철거 방침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서 형식의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같은 갈등은 중국이 대대적인 주변 정비를 거쳐 2008년 2월까지 백두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에 등록하려는 야심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총 200억 위안(약 2조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백두산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호텔 인근 계곡가에 목재 보도공사가 진행 중이다.
장백폭포 아래에 등산로 정비에 사용되는 소나무.
이번에 문제가 된 구역은 장백폭포 가는 길에 위치해 있어 관광객 수요가 제법 많은 곳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지만 이제는 중국인이 늘고 비율도 중국인이 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호텔에서 장백폭포로 오르는 관광객
장백폭포 아래 절경.
장백폭포의 우렁찬 기개 장백폭포 옆을 거쳐 백두산을 올라가는 등산로는 눈이 와도 오를 수 있도록 만리장성을 연상케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구축돼 있었는데
장백폭포 아래 노천온천에서 삶고 있는 계란.
호텔 투자자들은 중국측이 철거방침을 고수할 경우 법적 투쟁도 불사한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에 앞서 백두산을 선점해 세계의 관광자원화하고 역사적인 주도권을 잡으려는 중국의 야욕. 이를 위해 백두산 정비가 절실해 졌지만 산문안의 호텔철거는 그리 만만하게 진행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외국자본 대폭 유치해야하는 입장에서 백두산 호텔 자본유치 파기는 중국의 이미지에 치명상을 줄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중국을 보면 외국인들이 투자할 마음이 생길 리 없지요. 더구나 외교문제화 되면 중국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질 것입니다.
우리 기업인들의 피해가 없도록 한국정부는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입니다. 결과가 어떨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도록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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