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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피플

[스크랩] 굴포천 방수로 공사로 사라지는, 아늑한 농촌마을과 숲

 
굴포천 방수로 공사로 사라지는, 아늑한 농촌마을과 숲
인간은 언제나 자연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리장


* 관련 글 및 기사
새만금, 천성산 그리고 다음은? 경인운하?
경인운하의 '대마불사' 정신? 한겨레21 10월 26일 제632호


인천에 남은 마지막 산인
계양산에 재벌기업(롯데)이 골프장을 짓겠다고 하여, 이를 막아내고자 예정부지 중심부인 목상동 솔밭 소나무 위에서 4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활동가를 만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구 공촌동에서 목상동 솔밭까지 가기 위해서는, 계양산 산길을 타고 건너 가거나 차량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는데요.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산길도 잘 모르고, 자동차는 있어도 타지 않으려고 하기에 제 자전차를 이용해 찾아갔습니다.

택지개발이 한창인 검암동 일대의 성냥갑 같이 생긴 답답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시천동으로 페달을 밟았습니다.



평화로운 농촌마을 시천동이 사라진다

시천동(洞)은 계양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발원하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는데, 지금도 시천이라는 하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옛부터 우리 동네처럼 논농사, 밭농사를 생업으로 삼아 순박하게 살아온 이웃 동네였습니다.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시천경로당


시천동 주민들도 우리 동네처럼 밭농사, 논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다


늦은 추수가 한창이다


정겨운 시골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시천동



헌데 1987년 7월 굴포천 유역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뒤 시작된, 경인운하 건설사업(굴포천 방수로 공사)으로 인해 시천동은 옛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경인운하는 서울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에서 시작해 인천 서구 시천동을 거쳐 서해로 접어드는 길이 18km, 수심 6m, 너비 100m에 이르는 인공 물길을 말하는데요. 이 경인운하 사업은 2003년 감사원의 감사에서 그 사업타당성이 없음이 명확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방수로 공사를 빙자해 운하건설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인천지역의 환경시민단체들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제기해, 그나마 지난해 정부. 지역주민. 전문가. 민간 환경단체가 참여한 '굴포천 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구성되어 조만간 사업의 진행여부에 대한 최종판단이 이뤄질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국민 세금(국고 보조금)을 낭비하는 경인운하 사업의 지속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현재는 홍수를 대비한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굴포천 방수로 공사장 현장 (지난 6월 촬영)

 


굴포천 방수로 공사는, 숲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암튼 굴포천 방수로 2공구 지역에 포함되어 있는 시천동은, 지난 6월 찾아봤던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특히 주민들이 살고 있는 농가와 밭에 꽂혀 있는 파란 깃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슨 표식인가 살펴보았더니,  굴포천 방수로 배후지역 공사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측에서 표시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표식은 마을뿐만 아니라 굴포천 방수로와 접한 숲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표식이 있는 자리는 어김없이 아름드리 나무들이 마구잡이로 짤려나가 있었고, 울창한 숲에서 살던 동물들의 보금자리는 쑥대밭이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온 조상님들의 묘소는, 편안히 잠들어 있던 그 자리를 굴포천 방수로 공사장에 넘겨줘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파란 깃대 표식은 말 그대로 숲과 마을이 짤려 나가고 뭉개진다는 것을 예고하는, 죽음의 초대장이 다름 아니었습니다.

허울뿐인 '개발'과 '편리'란 명목하에 작은 농촌마을과 숲, 자연을 파괴하는 굴포천 방수로 공사 현장을 지켜보면서 정말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내년이면 지금 보고 있는 이 평화로운 마을이 사라질꺼란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무언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못하는 힘없는 자신이 너무나 못마땅 했습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끝이 보이지 않는 굴포천 방수로를 지켜보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연에게 희생만을 강요해 온 것이 아닐까?'

 

* 아래 사진은 굴포천 방수로 공사지역에 편입되어 짤려나가고 깍여나가는 숲과 작은 산입니다.

 

아름드리 나무들은 인간과 전기톱에 의해 순식간에 생을 마감했다


포클레인의 집게로, 짤려진 나무들이 한 곳에 쌓여간다


인간은 언제나 자연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


수명이 족히 50년은 넘어보이는 밤나무가 전기톱날에 짤려나가고 없다

굴포천 방수로 건설사업으로 인해, 주변 숲과 마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편히 잠들어 있던 조상님들의 묘소도 옮겨야 한다


조상묘와 소나무 숲이 있는 이곳도 사라지게 된다 (하얀 표식)


굴포천 방수로 공사 현장은, 나무들의 죽음으로 가득한 허허벌판이다


목상가교에서 바라본 굴포천 방수로? 경인운하? (지난 10월 29일 촬영)

 
목상가교 옆에 위치한, '경인운하지역협의회' 사무실 앞에 내걸린 현수막, 지난 주에는 없었는데 그새 걸어놓았다 (11월 5일 촬영)

 

 

'OOO 건설해서 침체된 경제 활성화 시키고 고용창출하라!' 지금까지 이런 근거없는 개발논리로, 국책사업 제대로 해서 경제활성화 되고 고용창출 되었는지 되돌아 봤으면 한다. 경인운하에 들어갈 돈 그냥 홍수로 피해입은 주민들에게 직접 지원해 주던가? 괜히 몇몇 건설사 배불리는 이런것 좀 그만 했으면....

 

* 참고로 경인운하는 건교부에서도 이를 담당하는 부서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감사원 결과와 부도덕한 정치권-건설사 로비 등이 문제시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인운하 하겠다고 합니다. 그냥 굴포천 방수로 공사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출처 : 시사
글쓴이 : 리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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