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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남미 자원국유화 현장을 가다] (1) 한국기업들, 뾰족한 대책없어 '발동동'

볼리비아의 경제중심지 산타크루스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가면 팔마라는 곳이 나온다.

바로 동원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팔마 유전이다.

유전은 생산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번 국유화 선언 때문은 아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작년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그렇지만 국유화조치에 마음을 졸이기는 다른 외국투자자나 마찬가지였다.

동원이 이곳 유전을 매입한 것은 1996년. 볼리비아 정부가 유전생산량의 50%이던 로열티를 18%로 낮추자 투자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50%로 올린다고 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동원은 산타크루스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산라몬이란 지역에 금광도 갖고 있다.

3년 전에 투자를 시작,이제 막 생산을 하는 단계.이런 상황에서 광산 국유화 방침이 천명되자 동원 관계자들은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김종복 지점장은 "광업의 경우 국유화 원칙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며 "여러가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조치가 나와야만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전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경우 개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일 뿐 아직 공동대책마련을 위한 회의도 갖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미 자원국유화가 사실상 완료된 베네수엘라의 유전에 투자한 한국기업은 한국석유공사가 유일하다.

 

오나도 육상광구에 아르헨티나 업체 등과 함께 투자,14.1%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국유화로 인해 지분이 5.6%로 줄었다.

그만큼 피해를 본 셈이다.

 

한국기업들이 더 긴장하고 있는 곳은 페루다.

SK는 페루 최대의 유전인 카미시아 광구의 지분 17.6%를 갖고 있다.

여기에서 작년에만 1억40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SK는 석유공사 및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8광구에도 투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플러스페트롤이 60%,석유공사가 20%,대우가 11.7%,SK가 8.3%를 보유하고 있다. 광업진흥공사와 LS닛꼬는 마르코나동광에 각각 15%를 투자하고 있어 국유화가 이뤄지면 한국기업들이 입을 피해는 엄청나다.

 

특히 SK와 석유공사는 2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장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6월4일 실시될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원국유화를 공약으로 내건 올란타 우말라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상황은 어려워진다.

그런 만큼 여론 추이에 곤두세우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리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에서 페루는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페루의 원유 매장량이 두 나라에 비해 적은 만큼 국유화가 진행되면 외국기업들의 철수가 가시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우말라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협상과정에서 타협의 여지는 많다는 분석이다.

설창현 석유공사 페루사무소장은 "지금은 모든 게 시나리오 상태"라며 "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상황전개를 주시하면서 본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