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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매장가스량 110조원 "여기는 대한민국 자원영토"

 

◆남미최대 카미시아 가스전을 가다◆

유전개발은 건설ㆍ기계ㆍ운송ㆍIT 등 다양한 산업이 연관돼 흔히 종합산업으로 불리지만 카미시아 가스전은 그 중에서도 종합판으로 평가받는다.

광구를 개발해 가스전을 생산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가스를 운송하고, 나아가 정제공장과 LNG공장을 세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탈바꿈시킨 뒤 최종적으로 해상터미널을 통해 수출하는 것까지 사업자들이 책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임시종 SK(주) 페루지사장은 "유전개발 역사가 짧은 우리로선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압축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년간의 사업 추진과정에서 SK와 컨소시엄이 가장 고전한 부분은 가스전 생산시설과 말비나스 플랜트 건설이었다. 길도 없는 아마존 정글 한가운데 건설하다보니 운송수단이 막막했다.

 

"그야말로 공수대작전이었다 . 미국 등지에서 설비를 들여오려면 대형 화물선으로 아마존강 상류까지 실어와 거기서 다시 바지선으로 옮겨 우루밤바강을 통해 말비나스까지 날랐다 . 수천 톤짜리 장비도 그런 식으로 가져왔다 ." 임 지사장의 설명이다.

 

지금도 생산단계 가스전인 88광구와 시추단계 56광구에서 말비나스 공장까지는 헬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300여 명의 공장 근로자들을 위해서는 리마 공항에서 정기선이 다닌다. 하지만 그마저도 기상여건에 따라 결항되는 경우가 많아 유전 건설회사와 공장 보수회사, 파이프라인 건설회사 등 다국적기업들이 아예 말비나스공장에 캠프를 꾸려놓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놓는 작업도 공장을 짓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아마존에서 출발한 송유관이 안데스산맥을 넘는 난공사를 거쳐 수도 리마까지 730㎞, 피스코 정제공장까지 540㎞를 오는 데는 3년반이 걸렸다.

 

아마존과 안데스 환경보호를 외치는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묘목을 심고 식수를 지원하고 학교를 세워주는 사업 등에 연간 2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말비나스에서 540㎞ 떨어진 피스코까지 송유관을 끌어오긴 했는데, 공장건설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막지형에서 바닷바람을 안고 공사하면서 첨단설비의 정밀성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에서 바닷길로 3㎞ 떨어진 해상터미널을 짓는 사업은 난공사 중의 난공사였다. 파도와 강풍을 견디도록 지어야 하는 데다 온도에 민감한 가스가 해저 송유관을 통할 때 온도를 유지해줘야 했다. 결국 파이프 안에 파이프를 심는 공법이 채택됐다. 세계 유전개발 역사에서 첫 시도였다.

 

결과는 대성공. 현재 해상터미널에서는 매달 평균 11차례 선적이 이뤄지고 있다. 디젤과 부탄 프로판가스는 배에 실려 페루 전국으로 운송된다. 석유화학의 핵심원료인 나프타는 미국 등지로 수출된다. 하비에르 차베스 해상터미널 감독관은 "파이프라인에서 연결된 자동주입장치를 통해 선적작업이 전자동으로 이뤄진다"면서 "디젤의 경우 2만5000t짜리 배 한 척을 채우는 데 8시간 정도 걸리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하루 5만5000배럴을 정제하고 있는 피스코 공장은 몇 달 뒤 대대적인 증설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생산중인 88광구에 이어 2008년 56광구에서도 생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페르난도 실바 피스코공장 운영책임자는 "2배 규모로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해 2008년 3분기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루 말비나스ㆍ피스코 = 박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