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인TV방송

경인방송 개국을 기다리며

기 고 경인방송 개국을 기다리며
크리스마스 선물과 새해의 기다림


최 경 아 (희망조합원 김인중 PD의 부인)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이었다. 한 손님이 찾아와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케이크를 건네고 돌아갔다. 그는 작년인가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원치 않게 <미디어 포커스> 방송을 탔던 희망조합원이었다. 케이크의 의미는 아마 먼저 입사한 사람으로서 남은 사람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이리라. 그를 배웅하며, 폐렴에 걸려 땀에 젖은 아이를 업고 소형차에 앉아있는 그의 아내를 처음으로 만나보니 그가 먼저 입사한 것이 새삼 더욱 감사했다. 그렇게 2006년은 지나갔다.
입사가 미뤄질 때마다 설정비와 수수료를 내며 찔끔찔끔 몇 차례의 대출을 받았는데 또 한 해가 바뀌었다. 만 2년하고도 두 달이 되어가는 실업기간. 그나마 대출자격도 되고 가끔씩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우리 사정은 조금 나을 것이다. 연출파트가 아닌 다른 파트 조합원들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무얼 먹고 살까? 이혼위기 소리가 바람결에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는데 아직까지 깨진 가정은 없는 지 걱정스럽다.
지난 9월, 입사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자 잠시 가슴이 부풀었다. 이제 대출 좀 갚고 생활비보다 많은 이자 좀 적게 낼 수 있을까 했는데 웬걸 간첩소동이 일었다. 대주주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국가정보를 유출했다고 CBS가 국감에서 발표를 했다나? 기독교방송의 속 들여다보이는 이권다툼이라니, 기독교인인 나는 비기독교인인 남편 보기가 민망했다. 거기에 방송위원회에서는 남의 이권다툼 흙탕물 튀기지 않겠다고, 국가정보유출 의혹이 규명될 때까지 허가를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우리가 몇 년을 갚고 갚아도 탕감하기 어려운 부채더미에 올라앉으며 부르짖었던 ‘공익적 민영방송’은 어떤 형태로 실행되고 있는가?
주주와 사원과 지금까지 우리를 도운 시민연대는 각자가 책임져야 할 역할이 있다. 건전하고 정직한 경영과 바르고 투철한 방송철학과 콘텐츠, 그리고 예리한 감시기능. 그런데 정작 방송사가 있어야 다들 제 기능을 하고, 그래야 ‘공익’이라는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창출할 것이 아닌가?
당시 경인방송 재허가 추천을 거부했던 방송위원회는 경인지역 새방송사에 대한 후속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민방 허가 하나쯤 질질 끌어도 아무 지장 없는 것일까?
설령 그렇다고 치자, 그래도 180여 명의 희망조합원들에 그 가족과 원가족까지 합친다면 몇 천 몇 만 여명의 사람들이 생존권인 ‘허가’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들에게는 강 건너 불같은 일일까? 그렇다면 그들 가정에 딱 한 달만 월급이 안 나온다는 상상을 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희망조합 가족들은 그 생활을 3년째 하고 있으니까.




지난 경인방송 8년 동안 참신한 프로그램으로 방송의 질을 높였던 제작진들이 올곧게 대기하고 있는데, 도대체 입사는 언제 하고 개국은 언제 되는 것일까? 차라리 지정기한이 있는 기다림이라면 훨씬 견디기 쉽겠다. 순서도 모르고 쥐오줌만큼씩 입사하는 현실은 모두다 실업자일 때와는 또 다른 괴로움을 서로에게 준다.
나는 오늘, 아르바이트 하러 나서는 남편을 말렸다. 당장 다음 달 관리비를 못 낼 형편이지만 입사를 기다리자고 했다. 지금까지 영합이라곤 모르고 오로지 프로그램만 잘 만들어왔던 내 남편이 제 직장에서 신나게 제작할 수 있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