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에게 1m 도로 옹벽은 너무 높았다
로드킬(road-kill·차량 사고로 죽은 야생동물)의 실태를 2년6개월에 걸쳐 현장 조사한, 보기 드문 연구성과가 나왔다. 이 기간에 지리산 주변 4개 도로에서만 법정보호종 311마리를 비롯해 모두 5769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로 숨졌다. 일부 도로에선 정부기관 등이 발표한 공식 통계보다 최고 7배 이상 많은 로드킬이 발생했다. 그동안 로드킬 규모가 실제보다 턱없이 축소된 채 알려져 온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종화 교수팀이 2004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지리산 4개 도로 현장에서 수행한 ‘로드킬 실태 조사 결과’에 담겼다. 박 교수팀은 오는 31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로드킬 현황과 대책’ 세미나에서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이번 연구는 차량사고가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규명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라니와 멧돼지 같은 덩치 큰 동물이 차량과 부딪힐 경우 운전자 안전이 크게 위협받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로드킬 실태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조사 결과, 지리산을 두른 전체 도로(320㎞)의 절반에 못 미치는 4개 도로(88고속도로, 19번 강변·산업도로)에서 한 해 평균 2308마리씩, 모두 5769마리의 야생동물이 숨졌다. 포유류 1792마리, 양서류 1604마리, 조류 1329마리, 파충류 970마리 등 순이었다.
박 교수는 “법정보호종을 비롯한 야생동물이 이렇게 많이 숨진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사람의 안전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법정보호 동물은 4개 도로에서 모두 16종, 311마리(5.4%)로 집계됐다. 이 중 삵(멸종위기종)이 103마리로 가장 많았고, 소쩍새와 큰소쩍새(천연기념물)가 각각 102마리와 49마리였다. 하늘다람쥐와 남생이, 솔부엉이, 수달 등 다른 법정보호종은 1~13마리씩이었다.
지리산과 섬진강 사이에 난 19번 강변국도(33㎞)는 야생동물에겐 ‘죽음의 도로’나 마찬가지였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3000마리가 이 구간에서 로드킬을 당했다. 88고속도로의 로드킬 규모는 그동안 한국도로공사의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도로공사는 “198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8년6개월간 88고속도로(함양~남원 간 44㎞)에서 모두 864마리가 숨졌다”고 밝혔지만 서울대팀 조사에선 2년6개월간 1845마리나 됐다. 연 평균으로 환산하면 각각 102마리와 738마리로 서울대팀의 조사가 7.2배 많았다. 도로공사 측의 그간 조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에 봉착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법정 보호종 가운데 로드킬 1위로 집계된 삵은 4개 도로 가운데 유독 천은사에서 성삼재를 잇는 861번 산악도로에선 2년6개월간 단 한 건도 로드킬이 발생하지 않았다. 최태영 선임연구원은 “861번 도로가 높은 고개를 오르내리도록 건설돼 있기 때문에 차량의 통행속도가 아주 느리고, 통행량도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대형맹수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삵은 농촌지역 생태계를 지탱하는 거의 유일한 육식성 야생동물”이라며 “설치류 같은 동물의 포식자 역할을 하면서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 앞으로 삵이 돌아다니는데 문제가 없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chosun.com]
[박명진 인턴기자 고려대 영문과 2학년]
이 같은 내용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종화 교수팀이 2004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지리산 4개 도로 현장에서 수행한 ‘로드킬 실태 조사 결과’에 담겼다. 박 교수팀은 오는 31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로드킬 현황과 대책’ 세미나에서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이번 연구는 차량사고가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규명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라니와 멧돼지 같은 덩치 큰 동물이 차량과 부딪힐 경우 운전자 안전이 크게 위협받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로드킬 실태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조사 결과, 지리산을 두른 전체 도로(320㎞)의 절반에 못 미치는 4개 도로(88고속도로, 19번 강변·산업도로)에서 한 해 평균 2308마리씩, 모두 5769마리의 야생동물이 숨졌다. 포유류 1792마리, 양서류 1604마리, 조류 1329마리, 파충류 970마리 등 순이었다.
박 교수는 “법정보호종을 비롯한 야생동물이 이렇게 많이 숨진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사람의 안전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법정보호 동물은 4개 도로에서 모두 16종, 311마리(5.4%)로 집계됐다. 이 중 삵(멸종위기종)이 103마리로 가장 많았고, 소쩍새와 큰소쩍새(천연기념물)가 각각 102마리와 49마리였다. 하늘다람쥐와 남생이, 솔부엉이, 수달 등 다른 법정보호종은 1~13마리씩이었다.
지리산과 섬진강 사이에 난 19번 강변국도(33㎞)는 야생동물에겐 ‘죽음의 도로’나 마찬가지였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3000마리가 이 구간에서 로드킬을 당했다. 88고속도로의 로드킬 규모는 그동안 한국도로공사의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도로공사는 “198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8년6개월간 88고속도로(함양~남원 간 44㎞)에서 모두 864마리가 숨졌다”고 밝혔지만 서울대팀 조사에선 2년6개월간 1845마리나 됐다. 연 평균으로 환산하면 각각 102마리와 738마리로 서울대팀의 조사가 7.2배 많았다. 도로공사 측의 그간 조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에 봉착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법정 보호종 가운데 로드킬 1위로 집계된 삵은 4개 도로 가운데 유독 천은사에서 성삼재를 잇는 861번 산악도로에선 2년6개월간 단 한 건도 로드킬이 발생하지 않았다. 최태영 선임연구원은 “861번 도로가 높은 고개를 오르내리도록 건설돼 있기 때문에 차량의 통행속도가 아주 느리고, 통행량도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대형맹수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삵은 농촌지역 생태계를 지탱하는 거의 유일한 육식성 야생동물”이라며 “설치류 같은 동물의 포식자 역할을 하면서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 앞으로 삵이 돌아다니는데 문제가 없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chosun.com]
[박명진 인턴기자 고려대 영문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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