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류 ‘모자’ 속에 나눔 경영 담았어요” | |||||||||||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의 ‘남몰래’ 사회공헌
“돈 많은 기업가들은 자신의 권력과 부가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부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눌 때 더 가치가 있는 법이죠.” 사람들은 그를 ‘모자왕 백성학’이라고 부른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영안모자는 연간 1억개의 모자를 만들어 70여개 나라에 판매하는, 말그대로 모자 전문회사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기도 부천에 본사를 두고 10개국에 17개 공장을 돌리며 세계 모자시장을 35%나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중소기업’이다.
연간 1억개 생산…수익 1/3 사회환원 원칙
올해 예순다섯인 그의 경영철학은 ‘나눔’이다. 초등학교 3학년 학력이 전부인 전쟁고아 출신의 그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 비결에는 남모르게 실행해온 사회공헌 활동이 숨어 있다. 그에게는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에 대한 특별한 원칙이 있다. 영안모자의 해외법인 또는 계열회사가 자리잡고 있는 해당 지역에서 올린 수익의 일부는 그 지역민들을 위해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 아래 영안모자는 상대적으로 사회복지가 낙후돼 있는 나라부터 우선적으로 복지시설을 건립하고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영안모자는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코스타리카, 스리랑카, 베트남 등 5개 나라에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쉼터인 ‘백학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양로원과 고아원, 장애인을 위한 보호시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백 회장은 먼저 지난 1986년 강원도 홍천 연봉리에 자신의 이름 첫 글자와 끝 글자를 딴 백학마을을 세웠다. “백학마을은 단순한 시설물의 집합체가 아닌 무료진료, 교육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이루어지는 유기체입니다.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창구 구실을 하는 셈이죠.” 홍천에서는 백학마을 안의 병원을 통해 인근 주민 2만여명이 무료진료를 받았다. 스리랑카에서도 2만4천여명의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무의촌 진료를 시행했다. 중국 백학마을에 세운 중학교에서는 매년 18개 학급의 700여명 학생들이 무료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스리랑카에 쓰나미가 덮쳤을 때는 멀쩡히 돌아가던 공장 가동을 두달 동안 멈추고 난민들을 수용해 돌보기도 했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난 백 회장은 원산에서 살다 한국전쟁이 터진 10살 무렵 남쪽으로 내려왔다. 모자공장에 취직해 제조 기술과 판매 수완 등을 배운 뒤 59년 서울 청계천에 가게를 냈다. 그의 나이 19살 때였다. 66년부터는 수출에 나섰다. 꼼꼼한 바느질에 가격 경쟁력도 좋아 수출 물량은 급속히 늘어났다. “30년 전, 회사가 기반을 잡기 시작한 뒤부터 기부와 공헌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죠. 기업가가 열심히 일하고 정당하게 얻은 수익을 그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아닙니까?” 한동안 영안모자의 사회공헌 활동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봉사정신에 따라 기업체와 대표자 이름을 철저히 숨긴 채 진행돼 왔다고 한다. 지난 83년 독립기념관 건립 모금 때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인 5억원의 성금을 익명으로 기탁한 것이 3년 뒤에 우연한 계기로 밝혀지기도 했다. 실향민인 그는 북한 동포들을 돕는 데도 적극적이다. 영안모자는 앞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3분의 1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 아래 ‘JK파워플랜 프로젝트’ 등 다양한 글로벌 공헌 계획을 세우고 있다. JK파워플랜은 일본의 민간기업과 손잡고 전기조차 공급받지 못하는 가난한 세계 오지마을에 소규모 발전소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다. “전 돈에도 철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유일한 박사가 존경받는 이유도 번 돈을 제대로 썼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돈을 왜 버는지, 돈의 가치가 무엇인지 젊은이들에게도 좀 제대로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부천/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2005.12.30.금 http://www.hani.co.kr/kisa/section-003001000/2005/12/0030010002005122918206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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