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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스크랩] [인천일보]12월29일자 경인방송은 계속돼야 한다

<인천일보, 0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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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방송사도 문을 닫을 수 있다”며 요즘 경인방송 문제가 여기저기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인천시민에게 경인방송은 ‘지상파 방송사’가 아니었다. 경인방송에서 재미난 프로그램을 한다고 친구들에게 시청을 권할 때가 있지만, “우리 집, iTV 안 나오는데···”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오곤 했다. 중계유선이나 케이블TV 등을 신청하면 볼 수 있다고 하자, 아이가 하루 종일 <투니버스> 만화 프로그램만 틀어달라고 한다며 말문을 닫는다. 바로 인천 시민들의 현실이다. 왜 인천 시민들에게 경인방송은 ‘못 먹는 감’이 되었을까?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의 극심한 견제 속에 개국 당시 수봉산에 송신소와 중계소가 설치되면서, 인천 시민들은 별도의 UHF안테나를 설치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과 번거로움이 있었다. 결국 인천지역의 56%는 경인방송과 단절되고 말았다. 디지털방송 시대를 앞두고 같은 문제에 봉착했지만, 지난 6월 지역민들의 강력한 후원을 통해 계양산 디지털TV 중계소 설치가 허가되면서 채널 8번을 예약해 놓았다. 7월에는 자제제작과 편성 비율이 높은 지역민방에게 서울 지역 중계유선을 통해 역외 재송신을 허용한다는 채널정책이 발표되면서 경인방송은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러한 겹경사는 2004년 세밑을 맞아 물거품이 되기 일보직전에 놓여있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고전적 명제가 식상할 법하지만, 경인방송의 회생에 일말의 희망이 없지 않다. 자기 반성과 비판 능력은 건강한 조직의 척도일진대, 경인방송의 성원에게서 우리는 그러한 징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인방송은 이미 자사 회장에 대한 비판을 보도하면서 언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최근 재허가 과정에서 노조측이 지배주주였던 동양제철화학의 폐석회 문제에 대해서 자체검열을 하면서 보도하지 않았던 점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하였다. 또한 노사갈등의 원인이 ‘임금인상’ 아니라 ‘공영성 확보’였다는 점 역시 간단히 넘길 일은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SBS의 윤세영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공영성 강화’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경인방송은 2003년 ‘공익적 민영방송’모델을 언론계에 제시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 글이 방송 프로그램 비평문은 아니지만, 지난 10월 방송된 다큐멘터리 ‘제물포의 유산’과 ‘상하이, 싱가포르 그리고 仁川’은 보기드문 우수 프로그램이었다. 전자가 인천의 지나온 길을 재구한 뛰어난 향토사 교재였다면, 후자는 인천 경제특구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시금석과 같은 프로그램으로서 경인방송의 존재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경인정책 포커스’는 경인 지역의 여론주도층에게 공론의 장을 제기해주기도 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 한 언론은 ‘워싱턴 포스트’였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를 방송 영상에 담았을 때, 비로소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사회의 구체적 현실로 체화되었다. 방송 영상이 재구성된 ‘가상현실’임을 경계해야겠지만, 동북아의 허브라는 미증유의 국가적 사업의 장인 인천의 모습을 담아낼 영상(경인방송)조차 없어진다면 인천시민에게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문닫는 경인방송”, “iTV 퇴출·폐업” 등과 같은 자극적 보도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방송위는 하루속히 건강한 사업자를 선정하여, 인천·경기지역민들의 시청권을 박탈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지역방송의 퇴출은 지방분권의 역행에 다름 아니다. 경인방송도 다른 지역 민영방송처럼 SBS 프로그램을 받아서 송출하기만 했다면 편안하게 수익을 창출하면서 재허가를 쉽게 추천받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경인방송처럼 100% 자체 제작·편성을 하면 손해를 보고, SBS 프로그램를 받아 송출하면 이익이 나는 현실은, 태어난 지 10년 남짓의 민영방송사 구조가 여전히 20세기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대변한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혁파하는 것이 참여정부가 내세운 가치인 ‘지역분권’과 ‘언론개혁’일 것이다. 그 실험장의 핵심에 바로 ‘인천’과 ‘경인방송’이 놓여있는 셈인데, 다시 한번 인천시민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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