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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스크랩] [데일리안] <기고문> 나는 소망한다, 나에게 금지된 참된 방송을!

[데일리안 이주영 기자]이 기고문은 데일리안의 지난 6일자 '<클릭! 현장> iTV노조, 왜 만세 불렀나'라는 기사를 보고 iTV희망노조 신성호 조합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편집자 주

12월 21일 iTV에 대한 재허가 추천 거부 결정이 나자 iTV 조합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왜 회사가 문 닫게 생겼는데 환영할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과거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iTV에 입사했다. 첫직장이었다. 방송사였다.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PD로 입사했다.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소명의식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아니 방송국은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최우선 목표는 시청자가 아니었고, 지역 사회도 아니었다. 내가 입사해서 가장 많이 들은 구호는 “저비용 고효율이었다. 의아했다. iTV의 경영진은 방송사를 경영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화학공장을 경영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사옥도 사람들 곁에 있지 않았다. 공장들과 폐석회 더미에 둘러싸여 있었다. 시청자가 찾아 오기도 힘든 황량한 자리였다.

98년 개국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동료들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떠나 보냈다. 임금은 삭감되었고, 제작비도 삭감되었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미명하에 최저 제작비의 기형적 프로그램들이 편성되었다. 시청자들은 iTV에 대한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

이렇게 7년이 흘렀다.

‘지상파 3사의 영향력이 너무도 막강한 나라에서 iTV를 꼭 봐야겠다는 시청자들이 많은지, 아니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아쉬울 것은 없다는 시청자가 많은지󰡑라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 이제 이렇게 잊혀지는 방송사로 남을 수 없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방송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방송을 하자고 경영진과 대주주를 설득했다. 하지만 대주주는 오로지 투자금 환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결국 감독기관인 방송위원회에 재허가 심사를 엄정히 해 줄 것을 요구했다. 투자의사도 방송의 공적 책임감도 없는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방송의 공익성을 실현할 수 있는 투자자 영입을 조건으로 하는 재허가 추천을 요구했다.

12월 21일 방송위원회는 ‘재무구조의 부실과 대주주의 투자의지 결여를 이유로 iTV에 대한재허가 추천을 거부했다. 우리들이 원했던 조건부 재허가가 아니었다. 퇴출이었다. 물론 이 퇴출 결정이 방송인으로서 나의 퇴출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퇴출로 인한 충격보다 부도덕한 대주주 퇴출에 대한 공감이 더 컸다. 이것이 21일 방송위원회 로비에서 일어난 일이다.

방송위원회의 결정으로 경기인천의 유일한 지역 채널이 사라졌다. 잊혀지는 방송사의 PD로 남지 않기 위한 나의 몸부림은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방송을 하고 싶다.

세상을 향해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지역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사람들과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방송국이 하루 빨리 경기인천 지역에 새로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

신성호, iTV 희망조합원(전 iTV PD)/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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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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