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이달 말이면 iTV(경인방송)가 TV 방송을 중단한 지 꼬박 반 년이 된다.
지난해 12월 21일 방송위원회가 재허가추천 거부 결정을 내리자 iTV는 12월 31일 임직원들이 회사 안과 밖에서 각각 모여 있는 가운데 눈물 속에 마지막 전파를 발사했다.
이후 지금까지 노동조합원들은 희망조합을 결성하고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새 방송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비노조원들과 손을 잡은 iTV 법인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새로운 주주 영입을 시도하며 재건을 모색하고 있다.
■방송위 후속 조치 언제 나오나방송위는 지난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를 마쳤으며 이달 안으로 대안을 정리한 뒤 각각의 장단점과 정책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현재 연구센터의 지성우 연구위원과 함께 외부의 교수급 인력 3명이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방송위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경기ㆍ인천 지역에 민영방송 사업자를 허가하지 않는 방안에서부터 △당분간 유보하는 방안 △다른 지역민방과 함께 광역화를 유도하는 방안 △새로운 사업자의 권역을 넓혀주는 방안 △96년 11월 사업자 선정 당시와 똑같은 조건으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 △공익자본을 참여시키는 방안 등 10여 가지를 놓고 검토했으며, 현재는 대략 6~7가지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7월 초 방송위원들의 워크숍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7월 중 2차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8월 중 정책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희망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송위가 세 차례나 말을 바꿔가며 후속조치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며 방송회관 복도에서 8일간 연좌농성을 벌이다 지난 20일 방송위원장과 부위원장 등과의 면담에서 "8월 중 새 사업자 공모 일정을 발표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해산했다.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가방송위의 재허가추천 거부 직후 "빠른 시일 안에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해 방송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여러가지 변수가 끼어들면서 인천ㆍ경기지역은 서울 방송사들의 수신권역과 겹치는데 굳이 새로운 방송사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주장이 새삼 대두되고 있다(94년 당시 공보처는 4개 광역시에 민영방송을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권역이 겹친다는 이유로 인천은 제외했다가 96년 2차 지역민방 대상지역에 포함시켰다).
수신권역의 중첩 문제가 iTV의 경영 악화와 연결돼 재허가추천 거부로 이어졌고, 그동안 iTV 시청자들이 다른 지역주민보다 지상파 채널 하나를 더 보는 혜택을 누려왔기 때문에 기왕 회수된 주파수를 내주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iTV 정파 이후 하루속히 방송을 재개해달라는 진정이나 탄원이 기대보다 적고 지역방송사들이 광역화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한 것도 이같은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일정기간 유예하는 것은 몰라도 방송위가 이 지역에 사업자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지역에 민영방송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재허가추천 거부 결정에 반영된 것도 아닐 뿐더러 iTV의 방송 중단을 아쉬워하는 주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iTV 근로자들과 관계자, 그리고 이 지역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광역화나 권역 확대 등은 나름대로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당장 추진하려면 여러 협의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희망조합이나 iTV도 권역 확대를 바라고는 있지만 논의과정에서 시일을 많이 끌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예전과 똑같은 조건으로 새로운 사업자를 허가추천하는 것"이라면서 "여기에 공익적 자본을 참여시키느냐, 문화관광부가 추진하는 외주전문채널의 취지를 일부 반영할 것이냐 여부 등이 가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행정소송은 어떻게 될까방송위가 새 사업자를 공모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더라도 이를 곧바로 실행할 수 있을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지난 2월 14일 iTV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법원에 계류중이기 때문이다.
확정 판결이 나거나 iTV가 소송을 취하하기 전까지는 허가추천 심사 공고나 접수 등의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방송위는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만의 하나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했다가 행정법원이 iTV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에 앞서 iTV가 사업자 선정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수도 있다.
iTV가 제기한 소송은 의무이행소송이 아니어서 법원이 인용 판결을 내리더라도 방송위에 재허가추천을 명령할 권한은 없고, 허가 유효기간도 만료돼 곧바로 방송을 재개할 수도 없다.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재허가추천 심사를 다시 해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방송위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iTV에 취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TV는 소송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새 사업자 공모를 준비하고 있어 이를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안승철 iTV 기획국장은 "방송위측으로부터 취하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경기ㆍ인천 지역에 TV 방송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된다면 취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을 무기로 삼아 방송위와 거래를 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우리도 소송 때문에 새 사업자 공모 일정이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일 첫번째 공판을 열어 관계자 인정신문을 마친 데 이어 7월 13일 두번째 공판을 개최한다. 법원이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각하 가능성은 일단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 재개 움직임 어디까지 왔나재허가추천 심사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iTV 노사는 방송 재개 움직임도 각기 두 갈래로 진행하고 있다.
희망조합을 결성한 노조원들은 서울ㆍ인천ㆍ경기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경인지역 새 방송 설립 주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난 5월 21일 발기인대회를 개최했다. 발기인에는 국회의원 56명을 비롯해 1만5천여명이 참여했다.
이에 앞서 주비위는 5월 초 CBS, 방송문화진흥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경기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회, 한국문화콘텐츠진흥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에 대해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이들 중 일부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민방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실현해 공익성을 갖추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자본금 500억원 가운데 10%는 시민주로 충당하기로 했으며 이미 희망조합원들이 퇴직금 일부를 모아 기금 10억원을 조성했다.
간부 등 비노조원과 노조 탈퇴자들은 ''iTV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iTV 재건에 나서며 iTV 법인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iTV 법인은 퇴직금 등 채권과 관련해 아직도 분쟁에 휩싸여 있지만 지난 3월 31일 폐업 결의에 이어 이튿날부터 라디오 iFM의 정규방송을 재개하고 광고 수주와 임대사업 등에 나섰다.
iTV 이춘재 대표는 "현재 4~5개 업체와 투자 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동양제철화학은 지배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 이와 함께 과도한 자체제작비율이 부실의 주원인이었다고 보고 이를 50% 이하로 낮추는 한편 직원 숫자도 대폭 줄여 경영효율을 꾀하겠다는 청사진을 만들어놓았다.
지난 15일에는 경기ㆍ인천지역 단체와 각계 인사들이 iTV 법인의 재건을 지지하는 ''New iTV 시민운동본부''를 결성, 시민단체도 둘로 나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희망조합은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지지와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iTV 법인은 방송 공백을 최대한 줄이려면 시설과 장비 등을 보유한 자신들이 적임자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방송위의 정책방안에 따라서는 제3의 사업 희망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사업자 선정의 향방을 점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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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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