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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스크랩] [민중의소리]"땀 범벅, 화상 입어도 새방송 설립 굳게 믿어요"

"땀 범벅, 화상 입어도 새방송 설립 굳게 믿어요"
정파 7개월, iTV희망조합원 양규철씨의 뜨거운 하루

박상희 기자  

  iTV경인방송이 정파된 지 어느덧 7개월을 넘어섰다.
  
  실업 급여마저 끊긴 상황에서 그간 고군분투해 얻어냈던 퇴직금의 10%를 새방송 살리기에 내놓았던 iTV희망조합원. 그들의 삶은 현재 어떠할까?
  
  새로운 방송사를 꿈꾸며 1,300만 경인지역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염원을 돌려주기 위해 각계 각층의 도움으로 새방송 설립 주비위를 거쳐 창사준비위원회로 거듭난 이들이지만, 그 이면엔 경제적으로 뼈를 깎는 어려움과 고통이 함께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iTV희망조합원 양규철씨(38세)가 대표적인 사례. 생계를 위해 고된 공장일을 선택해야만 했던 그는 인천의 한 공단지역 내 프레스 공장에서, 120도를 넘나드는 기계 앞에 옷이 땀에 찌들고 화상을 입은 사실조차 잊은 채 주야간을 오가며 일하고 있었다.
  
  

△인천의 공단지역 내 프레스 공장에서 (창준위 활동과 병행하며) 주야간을 오가면서 일하고 있는 양규철 씨를 찾았다. ⓒ민중의 소리

  그가 이 곳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3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을 흠뻑 쏟아야 하는 요즘 날씨에 온풍기로 변해버린 선풍기 조차 제대로 쐬지 못하고 일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전 경인방송에서 보도 영상 편집을 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기계 앞에 선풍기가 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쐴 수가 없어요. 프레스 공장은 높은 압력을 이용해 부속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조그마한 온도차만 있어도 (부속이) 변형되기 쉽거든요. 그나마 간접적으로 쐬고 있긴 하지만 '더운 바람'이죠. 뭐..."
  
  그의 안경 너머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장 내부는 둘러보기도 힘들 만큼, 숨 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바깥 날씨가 32~34도를 넘나들어도 보통 사람들은 땀이 비오듯 하는데 공장 안은 선풍기 앞에 서 있어도 그 온도는 약 4~50도에 달한다. 그야말로 찜질방이 따로 없다.
  
  비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처음 이 곳에서 일하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말하는 그.
  
  "6~7군데 회사에 일 자리를 구하러 다녔어요. 하나같이 전직을 듣고나면 대답은 'NO'더라구요."(웃음)
  
  "네?" (조금은 의외였다. 인천지역에서 명실상부하게 높은 평을 받아왔던 경인방송 직원이었던 그를 마다한 회사가 있다니?)
  
  "아마 지금 생각해보건데, 연일 언론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경인방송 사람인데다, 모진 일은 절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결국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여기에요."
  
  매번 일하는 공장을 새삼스레 둘러보는 그의 눈동자에서 자그마한 빛이 나는 듯 보였다. 뭔가 생각난 듯 넌지시 웃으며 한 마디 건넨다.
  
  "여기서 가까이 일하는 사람들도 내 전직을 알지 못해요. 사장과 차장급들 정도만 알고 있고..."
  
  그는 담배 한 개피를 물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딱히 숨기려했다기 보다,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라는 편견을 혹여나 동료들이 가질 수도 있다 싶었고...그렇게 되면 친분관계 역시 힘들것 같아서 말하기가 꺼려지더라구요."
  
  
ⓒ민중의 소리

  
  주간 수당은 6만원, 야간 수당은 7만 5천원
  
  일곱살배기 큰 딸과 네살짜리 작은 아들이 있는 젊은 아빠인 양규철씨가 이 고된 일을 시작한 데는 다른 조합원 보다 형편상 조금은 힘든 사정이 있었다.
  
  iTV에서 일할 때도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월급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던데다, 회사를 담보로 빌린 돈도 적은 액수가 아니었던 터. 퇴직금을 받은 후 그동안의 빚을 갚고 나니 남은 돈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
  
  
△"아직도 조합원들에게 미안하죠. 그래서 우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기금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이었는데...또 먹고 살기가 바빠지다 보니 모이는 돈은 없네요" ⓒ민중의 소리

 그래서 마음 속으로 다른 조합원들에게 또하나의 (마음) 빚을 갖고 있다. 모두들 퇴직금에서 10%를 선뜻 내어 새방송 설립 기금에 내놓았지만 그는 형편상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조합원들에게 미안하죠...그래서 우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기금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이었는데...또 먹고 살기가 바빠지다 보니 모이는 돈은 없네요."
  
  공장일이라는 게 그렇다. 꼬박 한 달을 일을 해도 한달치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라 20일치를 깔고 돈을 주다 보니 그리 쉽게 돈이 모이지는 않는다.
  
  양 씨는 주간엔 6만원, 야간 수당은 7만 5천원을 받으며 일하는 공장일이라, "(기금을) 내야할 시간이 미뤄지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며 또 한번 담배연기를 들어마시고 큰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했었던 일(보도 영상 편집)과 관련한 회사에 가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요..."
  
  "물론 관련된 일을 찾으려고 해봤죠. 그런데 워낙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오래 전 했던 작업 기계들은 이미 오래 전 기계라 쓰고 있는 회사가 없었어요. 또 막상 같은 일을 찾긴 했어도 오히려 현재 공장일보다 보수가 턱 없이 작아 생계엔 도움이 되지 않았죠...혹 내 몸은 편할지 몰라도 아마 가정생활은 힘들었을 거에요."
  
  그가 한 달을 꼬박 일하고 받는 돈은 200여만원 정도. 그나마 이 액수를 받게된 것도 1만 5천원 더 받을 수 있는 야근으로 인한 수당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 공장에서 일을 시작할 때를 떠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사장님은 다른 곳을 알아보라 하더라구요. 쉽지 않은 일이니만큼 경력도 없는 저에게 고된 일을 시키기가 좀 의심스러우셨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통사정을 했죠. 막상 사장님이 허락은 했지만...의심의 눈초리는 물론, 구체적인 일을 한달간 시켜주지 않기도 했어요."
  
  
ⓒ민중의 소리

  "그래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주야간 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3달간 일했지만 쉬어본 건...3일이네요?(웃음)"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것도, 걱정을 해주는 것도 아내"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일이라 앉을 시간도 거의 없는 양 씨. 그의 아내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아내만 생각하면 가장 미안하다는 그는 정파 후 아무런 말 없이 일 하러 나간 아내가 한없이 고맙기도 하고 되려 안쓰럽다고 전한다.
  
  "생활비가 없다고 말하기 전에 부인이 먼저 직장생활을 찾아서 나갔어요. 참 고맙죠..."
  
  어느 덧 그의 손엔 또 하나의 담배가 들려 있었다.
  
  "애들이 워낙 나이가 어려 손 쓸 방법이 없어서 나가서 돈 벌어오란 소리도 쉽게 할 수 없었거든요."
  
  
ⓒ민중의 소리

 "혼자 몸이었으면 이 일을 했겠어요...내가 일하는 건 돈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아니라 식구를 위해서였다는 걸 후에 깨달았죠. 처음엔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안일한 생각으로 식구를 적으로 느낀 적도 있었어요. (웃음)... 그러나 시간이 점점지나다 보니 내가 왜 일을 하는지는 우리 아이들과 처를 볼 때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아이들과 함께 노는 건...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렇죠... 뭐.. 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느날 딸애가 다가와 아빠가 밤에 잠을 자는 것을 못봤다며 '아빠는 잠을 언제자?'하고 묻는 거에요. 그냥 철없는 어린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아이도 뭔가를 아는 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그것이 오히려 내게 힘을 복돋게 해준 원동력이 되어버렸네요. 하하."
  
  온도차를 염려하는 공장은 밖에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도 문을 열 수가 없다. 가뜩이나 힘든 공장 내부에서 하루를 보내는 양 씨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해주는 건 가족의 든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 싶다.
  
  "아내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숫자 적힌 통장이 아닌 실제 돈 담긴 봉투로 월급을 갖다주는 게 더 좋지 않느냐'고... 하하... 아내는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혹여나 내가 다칠까, 건강을 해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죠. 129도가 넘는 기계 앞에서 일을 하다보니 땀에 젖어있는 건 예사고 그 옷에 살이 쓸려 땀띠가 참 많이 나거든요."
  
  역시나 그의 팔뚝엔 땀띠로 가득했다. 그리고 데인 상처도. 그는 "예전보다 살이 20Kg이 넘게 빠졌다"면서 "돈 받고 살 빼니 참 좋지 않아요? 하하..."하고 되묻는다.
  
  아내도, 아이도, 나도.. 경인지역 시민들도 새 방송 기대는 가득
  
  "아내가 자주 새 방송이 설립되긴 하는 것이냐고 물어봐요. 난 그 때 마다 당연히 설립될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대답하구요... 처음 인천에서 촛불집회를 가질 때 마다 아이들과 처와 나는 한번도 빠진 적이 없어요. 아내도 그 때의 감동을 생각하면서 새로운 방송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굳게 믿고 있죠."
  
  지난 1월 7일 한 시민의 제안으로 시작된 촛불모임은 처음 방송위원회 앞에서 시작됐다. 조합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모인 촛불 모임은 경인지역의 새로운 방송국 탄생을 위한 '희망의 촛불모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인천지역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실시한 바 있다.
  
  "그 때의 감동을 떠올리면서 아내가 나에게 오히려 힘을 주기도 해요...일반 시민들이 참 많이 왔었거든요."
  
  창준위 인천 사무실을 찾아 다른 조합원들에게 양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창준위가 하는 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하면서 행사 준비를 위한 모든 활동까지 주저없이 하는 사람으로 평이 자자했다. 누구보다 앞서 일하는 사람, 창준위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 그 사람이 양규철씨다.
  
  "야근을 하고 들어오면 아침 8~9시 정도 되요. 피곤해서 바로 잠을 자고 싶긴 하지만...꼭 1~2시간은 잠들기 전에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http://cafe.daum.net/itvunion) 다음 카페나 창준위 홈페이지(http://www.newch4u.co.kr) 등에 들러 새로 올라온 기사를 읽거나 채팅방에서 동료들과 못 나누던 대화를 꼭 나눠요.(웃음)
  
  
△어려움 속에서도 새방송에 대한 기대와 희망,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었다. ⓒ민중의 소리

  잦은 어려움이 봉착하고 있긴 하지만 눈부시게 태어날 경인지역의 새 방송의 설립에 대한 희망, 아름다운 처와 아이들의 든든한 후원에 비록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가벼워보였다.


2005년07월25일 ⓒ민중의 소리

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플래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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