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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스크랩] 2편-西域에서 온 그녀

         -글싣는 순서-

1편-직장인 7일 티베트 배낭여행

2편-西域에서 온 그녀

3편-요술공주 쎄라

4편-사뮈예 백숙

5편-버스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6편-청춘손해배상

7편-간덴사원 카렌다 사진 촬영

8편-30만원 더 비싼 여행

 

 

상외로 아침 일찍 출발하는 라싸행 비행기-성도 출발 07시 20분-를 타기 위해 새벽 6시에 호텔을 나섰고, 그 날이 마침 중국의 3대 명절 중 하나라는 노동절 연휴라 공항은 붐볐다. 하늘에서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을 찍기위해 창쪽 자리를 배정받고 게이트로 갔다. 라싸행 비행기는 평소보다 많은 임시 특별기가 편성되어 있었는데 중국 대륙 사람들에게도 티베트는 여전히 가고 싶은 신비의 여행지 인 것 같다.

 

      
                             -하늘에서 본 티베트 고원-ⓒ2005 김대성

죽이 나오는 기내식을 먹고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라싸 공항에 곧 도착한다고 한다. 공항에 내리면 마치 기분이 솜이불을 덮은 것 같다는 운영자님의 말에 겁먹은 나는 아침부터 피기 중단한 담배에 대한 그리움보단 낮선음이 주는 설레임에 미칠 것 같이 들떠 있었다. 강을 따라 만들어진 라싸 공가공항의 활주로에 안착 후 공항청사를 나와 바깥공기를 마시는 순간 난 이유없이 crazy to happy였다.

 

  인류 만인의 보편성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좋아서 미칠지경이였지는 아마도 낯설음이 주는 설레임을 이젠 나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때문인 것 같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곳을 혼자 여행하면서 느끼는 다름과 같음의 일반성, 그리고 그것을 서서히 익숙하게 받아들여 적응함으로써 깨달게 되는 보편성의 습득이야말로 여행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배움일것이다.  

 

      

                     -라싸공항에 대기중인 라싸행 공항버스-ⓒ2005 김대성

 

항버스-35위안, 1시간 50분 소요-는 일정한 출발시간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찰 때까지 공항을 지켰고, 나는 버스 맨 앞에 앉아 사람들을 이리 저리  처다 보는 중 드디어 출발. 공항을 떠나 한적한 국도를 따라 한 1시간 쯤 가다가 버스가 길가에 섰다. 남자는 저쪽 여자는 이쪽 이미 약속된 방향으로 제각기 가서 길가에 볼 일을 보고, 아직 노상방뇨에 익숙하지 못한 노총각은 생리현상을 참으며 카메라만 만지작 거렸다.   

      
                       -볼 일을 위해 정차한 국도변 풍경-ⓒ2005 김대성

버스는 설산과 구름들을 보여주며 달렸고, 눈앞엔 중국글씨와 티베트 글씨가 같이 적인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했기에 난 라싸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한 나라의 수도였을 도시가 한 나라의 자치구도(自治區都)로 전락해 있는 라싸의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더 중국화되고 도시화되어 있었다. 시내를 관통하는 도로 저편엔 주인 잃은 포탈라궁이 쓸쓸히 떡 버티고 있었다.

      
                                     -뽀탈라궁-ⓒ2005 김대성

중국산 담배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TAXI를 타고- ⓕ10위안-숙소인 일광빈관에 도착하여 프론트에 티베트여행 동호회 오영철님을 찾았다. 잠시 기다리라는 아가씨의 말에 로비 쇼파에 앉아 있는데 옆 매점안에서 아저씨가 무료하게 피우는 담배가 내 눈에 들어왔다.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아직까지 호흡곤란이나 두통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자만에 취해 난 그만 매점에서 담배를 사서 피고 만다. 이제까지 여행가면 친구들 선물은 안 사와도 출국 할 때 onE 두 보루는 꼭 사서 갔던 나인데 이 번엔 안죽을라꼬 사오지 않기 까지 한 담배인데 그만 사서 피고 말았다. 

잠시 후 청바지에 검은 얼굴로 나타난 오영철님과 인사를 나눈 후 우선 동호회 사무실이 있는 4층으로 갔다. 그런데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고산병의 징후-아님 금단현상으로 인한 어지러움-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차서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겨우 겨우 올라가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거긴엔 말로만 듣던 파란색 산소 호흡기 2대가 나란히 나를 반기고 있었다. 아이디 "티벳 카일라스"로 더 유명한 오영철님을 처음 뵌 인상은 미남이고, 몸매가 죽인다는 것(?)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선생님은 피아노를 전공한 후 학교에서 음악선생님으로 교편생활도 하셨다고 했다. 역시 예술가는 다르군.....

동호회에서 추진 중인 "학교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해간 학용품 등을 전달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이 곳 동호회 공지사항에도 나와있는 "티벳 러브 하우스"에서 개점 첫 손님 자격으로 한국식 정식을 제대로 맛있게 먹었다. 평소 집에서 5찬이 아니면 밥을 먹지 않는 배부른 愛食家이기에  티베트에서 먹은 첫 밥상을 평해보자면

메뉴는 가정식이였다. 마치 집에서 엄마가 어디 나가시고 안계셔서 엄마 대신 누나가 동생한테 해주는 고전과 현대의 사이의 식탁같았다.

왜냐면 일단 주메뉴는 고전이다. 된장, 부침개, 멸치볶음, 김치 등이였으니까. 그리고 분위기도 그냥 누나랑 밥 먹다가 마침 친구가 놀러와서 숟가락 하나 더 놓고 같이 먹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이였으니까. 그러나 음식의 색깔-주로 빨간 고추와 청양 고추를 넣어-, 식기, 데코레이션은 누나가 해주니까 아무래도 현대적이였다.

라고 평해본다.

사실 티베트 러브 하우스 식당 chef는 한국에서 오신 나이로는 누나뻘인 분이셨다. 그래서 내가 그런 분위기를 느꼈을 수도 있었지만 내가 라싸에 있는 내내 언제나 나와 다른 사람을 위해 귀찮은 식사 준비를 해주셨다. 다시 한번 그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사정상 그 누나의 실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두통은 시작되고

식사 후 한국에서 구입해간 고추장과 된장을 드리기 위해 배낭을 풀었는데 글쎄 김이랑 사탕 봉지들이 기압차로 인해 제다 내 나온 배처럼 불룩하게 부풀어 있었다. 순간 난 "내 부풀어 오는 이 살과 배도 고도가 낮은 곳으로 가면 다시 쭐어들어 홀쭉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웃긴 생각에 혼자 웃는다. 고추장 된장은 한국에서 출발전 뵜던 동호회 운영자님이신 '티벳을 넘어"님이 추천해주신 선물이였다. 

차를 마시며 오선생님과 본격적인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아울러 두통의 증상도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했다. 오선생님께 보여드린 나의 일정은 여지없이 수정되어야만 했다. 늘 짧은 여행 밖에 갈 수 없는 나 같은 직장인에게 시간이 곧 돈이기에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보겠다며 다소 힘든 일정으로 여행하였지만,이 곳 티베트에서는 고산병이라는 복병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오샘 : "이거, 이거 너무 일정이 빡빡해 이거. 이거 어디서 보고 짰어요?"
김샘 : "그렇죠. 여기 저기 여행사 사이트 보고 제가 짜 본 건데요?"
오샘 : "오늘,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말고 푹 쉬어야 되."
김샘 : "네, 그리고 냠쵸호수는 가능하겠습니까?"
오샘 : "저번주에 누가 갔다왔는데 호수 가장 자리만 녹았다고 하더라구요."
김샘 : "그래요. 그럼 냠쵸호수 힘들겠네요? 그럼 얌드니쵹만 가지요"
오샘 : "그래요. 그리고 김선생님 온다고 해서 여기 라싸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이랑 선교사님들과 같이 수욜에 사뮈예 사원 소풍 가기로 했어요."
김샘 : "저야 좋죠."

이런 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언니~~"라고 하면서 엉킨 머리카락과 청바지를 입은 한 여자분이 뛰어 들어왔다. 처음느낌은 그 씩씩함으로 보았을 때 장기여행자나 아님 티베트 거주 유학생 처럼 보였다. 나와 대충 눈인사를 하고 난 후 그 분은 00누나와  머리 고데기 이야기, 얼굴 꿀 마사지 이야기, 네팔이야기, 어느 스님 이야기, 싼 안경집 이야기 등을 손벽을 쳐가며 "정말 재밌다"라고 박장대소 하면서 이어갔다. 급기야 나보고도 꿀마사지를 하겠냐고 물어본다.
난 "제가 어디까지가 얼굴이고 이마인지 알 수 없는 대머리 인지라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마루타가 되는 순간을 모면했다.  

     
       -본인의 동의없이 함부로 게재한 초상권 침해 사진-ⓒ2005 김대성

내 일정에 관한 이야기가 끌날 무렵 서로 통성명을 했는데, 이름은 김서래(金西來), 나이는 00, 현재 지난 2월부터 홀로 중국 시안을 출발해서 실크로드 거쳐 이 곳 티베트에 온지 16일째 되는 배낭여행자임을 밝혔다. 자기의 이름은 스님께서 지어주셨다고 했다. 불현듯 나는 "서역에서 온 자. 그래서 그녀는 실크로드를 거쳐 이곳 티베트에 왔을까? 이름이 참 멋지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것 저것 호구조사를 하였지만 그녀는 생뚱맞게 자기의 썬글라스를 사줄 의향이 없냐며 묻고 난 더 엉뚱하게 "내가 사주면 내 이름을 썬글라스 알에다가 새겨 넣어야 된다"며 동문서답을 주고 받았다.

뚱땡이 오체투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뒤 난 방에 가서 짐을 풀고 다시 00누나랑 서래씨와 함께 시내 안경점을 가기로 한다. 방문을 잠그면서 난 내 방 번호를 3번이나 처다 보았다. 자기 방번호를 기억못해 프론트를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는 혹자의 티베트 여행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였다. 산소부족은 기억력 감퇴와 뇌활동 저하를 가져온다고 했다.

첫 날은 무리해서는 안된다며 오샘은 나의 시내 동행을 말렸지만 속으로 '남자가 가오가 있지'라며 나는 그녀들을 따라 나섰다. 라싸의 상가들에선 거의 대부분 한족들이 운영하며,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되었고 티베트어는 듣기 힘들었다. 그 만큼 중국의 한족이주 정책은 성공했고, 이것은 곧 티베트의 전통 문화와 언어가 곧 사라짐을 의미할 것 같았다. 서래씨와 00누나가 안경을 맞추고 있는 사이 나는 가게 밖에서 엑세사리 행상에게 붙잡혀 흥정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 목걸이 몇 개를 사고 들어간 안경점에선 이미 계산이 끝난 지라 이를 어찌 절묘한 타이밍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걸어서 5분 걸리인 조캉을 가기로 하고 우린 조캉사원을 향했고, 조캉으로 가는 길엔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그들의 사원으로 순례를 돌고 있었다. 난 말로만 듣던 조캉사원의 오체투지를 보게된다.  

        
                                    -조캉사원 앞 광장-ⓒ2005 김대성

 

    
                        -조캉사원 오체투지-ⓒ2005 김대성

개인적으로 지난 3월경부터 두어달 정도 단전호흡 수련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수련과정중에 108배를 20일 동안 하는 것이 있어서 처음으로 108배를 한 적이 있었다. 특별한 종교는 없었지만 힘들게 108배를 하고 나면 내 몸과 마음이 한결 정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절대자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누구에겐가 정성껏 내 두 손을 모아 허리와 무릎을 굽히고 절을 하고 나면 내 자신에 대한 명상과 그 누구인가에 대한 경외심을 느껴서 참 좋았었다. 그래서 난 조캉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식 3배를 하고 난 후 옆에 계신  할아버지를 따라 오체투지를 해본다. 
'이번 여행에 고산증세 안 걸리고 무사히 여행 잘 하게 해주세요'라며......    

    

             -고산증세 안 걸리고 무사히 여행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뚱땡이-

 거지에게 준 돈 다시 뺏기

라싸 시내 어디에서든 주인 잃은 포탈라궁은 잘 보였고, 우린 저녁으로 야크스테이크를 먹기로 하고 맛있다는 레스토랑을 향했다. 가는 도중에 난 구걸하는 아저씨에게 인민폐 10원을 주었는데 이것을 목격한 서래씨는 놀라면서 아저씨 손에 이미 들어간 10원을 빼앗으며 자기 호주머니에서 인민폐 1마오를 주고는 나에게 "아니 10원이 얼마나 큰 돈인데 그걸 줘요? 그러면 거지들도 버릇 나빠져요"라며 나를 몰아부쳤다. 바보가 된 난 하늘을 쳐다 보았으나 저녁 8시임에도 하늘은 아직 훤하다.

주문한 야크스테이크는 맛있었고 나는 겁도 없이 라싸에서 첫날밤에 맥주까지 마시는 만용을 부리고 만다. 9시가 되서야 하늘은 어두워졌고, 나와 00누나는 일광빈관으로 서래씨는 내일 나와 같이 오전에 쩌방스사원 오후엔 쎄라 사원을 같이 가주겠다며 가이드를 자청하면서 자기가 묶고 있는 호텔인 야크 호텔 도미토리로 내일 오전 10시까지 오라고 하며 사라진다. 00누나는 나에게 오늘밤은 아마도 잠을 2시간 정도 밖에 못잘 것이라 했는데 그 충고는 적중해서 2시간 마다 자다 깨고 자다 깨고를 반복하며 두통과 씨름하며 라싸에서의 첫 밤을 보냈다.

                      

                                            "3편-요술공주 쎄라"로 이어집니다

 

     
                                               -얌드니쵹 호수-ⓒ2005 김대성

 

 

 



 
출처 : 블로그 > 나가는길 | 글쓴이 : baldwinkim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