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1편-직장인 7일 티베트 배낭여행
2편-西域에서 온
그녀
3편-요술공주 쎄라
4편-사뮈예 백숙
5편-버스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6편-청춘손해배상
7편-간덴사원 카렌다 사진 촬영
8편-30만원 더 비싼 여행
지난 밤의 고통스러운 불면탓에 아침 6시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밖은 아직 어두웠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샤워을 하는데 부풀어 오른 배-사실 한국에서도 이미 오래전에 늘 부풀어 있었다-에 비눗칠하고, 없는 머리를 감기 위해 손을
비비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긴 여긴 해발 3700m 위의 욕실이 아니던가. 비누 한 번 문지르고 숨 한 번 쉬고, 머리 한 번 비비고 숨 한
번 쉬고, 내가 티베트에 있는 동안 산소부족을 절감한 때는 샤워할 때와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였던
것같다. 이 곳 티베트 유목인들은 남의 집에 가면 신발을 벗지 않고 신은 채 들어간다고 한다. 발을 씻지 않기 때문에 그 냄새가 ~~.
물론 건조한 날씨 때문에 피부의 수분을 지키기 위해 목욕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후원받은 고어택스 모자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우산을 쓰지 않고 난 어제 오후에 들렸던
조캉사원을 향해 택시를 잡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되는 오체투지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하는 절인 오체투지(五體投地)를 이 곳 티베트인들은 비가 오는 날씨임에에도 불구하고
물이 고인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는 경건하게 하기 시작한다.
목적 없이 조캉사원을 2시간 이나 배회한다.
-비오는 날 오체투지-ⓒ2005 김대성
쥬피터 향로의 연기를 뒤로 하고 나는 바코르를 돈다. 골목사이 마니차를 돌리는 할머니를 따라 나도
마니차를 돌려본다. 그 속에 경전이 들어 있어 한 번 돌릴 때 마다 경전을 한 번 읽게 된다는 마니차. 이것을 돌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난
영화의 영사기가 떠오른다. 한 통의 필름이 돌면 우린 나름대로 타인의 인생 한편을 보는 것이다. 어찌 진리에 분량이
중요하겠는가?
-Children of the Tibet-ⓒ2005 김대성
조캉 앞 스노우랜드 레스토랑에서 토스트와 커피-ⓕ15위안-로 아침을 먹은 뒤 맞은 편 가게 셔터 앞에서 비가 그치때
까지 그냥 죽치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 구경, 삼륜차 구경, 공안 구경, 풍경 구경, 이것들을 구경하는 나 자신
구경등. 시계를 보니 이제 서래씨집 놀러가도 민폐가 안되는 10시다. 티베트 배낭여행객의 헤드쿼터라는 야크호텔로 간다. 입구엔
정말 황금빛 야크 뿔이 붙어있다.
이제까지 몇 차례 배낭여행을 갔지만 아쉽게도 난
한번도 도미토리를 이용한 적이 없다. 나의 고약한 콧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미토리를 이용하기엔 난 너무 늙었거나 아님 너무 돈이
많거나...
여하튼 도미토리를 처음 보는지라 호기심을 갖고 노크를 하면서 들어간 방엔 서래씨는 침대에 걸터 앉아
특유의 피부트러블이 있는 까칠한 얼굴을 보이며 "어이"라며 인사. 서래씨 앞 침대에는 레게 퍼머를 한 뽀얀
피부의 일본인 같은 청년이 누워있었고, 그래서 난 "Good morning"이라고 인사를 하고, 서래씨는 계속 자기 옆에 누워있는
중국인 아저씨에게도 인사를 하라는 눈빛을 보낸다. 역시 "Good morning". 생각했던 것 보다는 꽤 좋은 도미토리다. 다만
남녀혼숙이라는 것이 더 좋아보였다.(ㅎㅎ). 난 침대에 걸터 앉았고 서래씨는 방금 인사했던 레게 퍼머 청년을 가리키며며 "어제 도착한
85년생 한국 사람입니다"라고 다시 소개를 하였고, 난 그의 멋진 머리에 부러움을 숨기지 않고 다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그 친군 밤부터 닥친 두통에 정신이 거의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캉
돌고 왔다고 하니 서래씨는 "김샘, 완전히 678이구만. 패키지 말이야. 6시 기상 7시 식사 8시 출발" 라며 장기여행자의 여유를 보였다.
사실 지난 인도여행에서도 난 아침 6시에 일어나 어둠을 끼고 오토릭샤로 새벽 찬 공기를 가로 지르며 3일 코스인 델리를
하루만에 주파한 불쌍한 직장인 여행객이였다. 언제쯤 나도 몇 달씩 한 곳에 머무르며 여유있게 늦잠도 자면서 진정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코라를
도는 할매-ⓒ2005 김대성
우린 쩌방스
사원행 시내버스를 탔다-ⓕ2위안-. 사실 만약 나 혼자 갔으면 십구팔구 택시 타고 갔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버스 번호를 잘 몰라 택시타는 나인데 어찌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버스를 타겠는가? 허나 나의 알뜰한 가이드 때문에 나는
여행의 진수라는 로컬버스를 타게 된다. 제일 뒷자리로 자릴 잡아 앉을 찰라 옆에 있던
3명의 남자가 서래씨에게 말을 건다. 그녀는 이 곳 중국을 여행하기 전에 이미 한국에서 중국어 학원을 조금 다녔다고 했다.
그래서 서래씨는 의사 소통에 별 문제가 없었고 그녀 특유의 씩씩함으로 중국어가 안될땐 한국어로 막 이야기했다. 중국사람한테.....사실
난 여기 티베트를 올 때 필수 티베트어를 MP3 파일로 가지고 왔다. 그런데 난 한번도 그 파일을 열 필요가 없었다. 티베트 이 곳에선
티베트어가 아닌 중국어가 통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를 여행하기 위해서 그 나라의 말을 조금이라도 미리 배워 오는
것도 진정한 여행자가 갖추어할 준비물임을 다시 한 번 서래씨를 통해서 배운다.
4명이서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고 난 후 난 서래씨에게 그 내용을 물어보았는데 그 남자중 한 명이 야크 호텔
경비라서 자기에게 아는 채 했다고 한다. 별것 아닌데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쩌방스 드레풍 철방사 사원
티베트 여행중에
혼란스러운 것 중 하나가 명칭이였는데 누군 "쩌방스"라고 하고, 또 누군 "쪠빵스", 또 누군 "드레풍"이라고 했다. 티베트를 중국어로
음차하면서 생긴 혼란임을 나중에야 알게된다. 버스는 드레풍 사원 입구에 도착했고 거기서 또 다시 삼륜 트럭을 타고 10여분 더 올라가야 했다.
드레풍은 티베트어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쌀더미 모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틀 후 사뮈예에서 라싸로 오는 길에 멀리서 본
드레풍사원의 모습은 정말 흰색 쌀더미가 산에 놓여있는
모습이였다.
-드레풍
사원 올라가는 길-ⓒ2005 김대성
사원 매표소를 가기 전
오른쪽에 난 계단으로 서래가-이하 존칭 생략-나를 빨리 오라고 했고, 이것이 무료로 입장하는 비법임을 눈치 챈 난 나름대로 빨리
올라갔으나 어디선가 나타난 스님이 우리를 제지했고 어쩔수 없이 우린 입장료를 내고 합법적으로 사원을 들어간다-ⓕ55위안/인당-
티베트에선 흰색건물은 사람이 거주하는 집이나 사원이라고
했다. 이 곳 드레풍도 거의 모든 건물이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사원을 들어가기전에 나의 훌륭한 가이드인 서래-그녀는 이미 이 곳 사원을 몇
일전에 왔었었다-는 코라를 한 번 돌아야 한다며 사원 주위로 나를 안내한다. 돌산에서 본 사원 맞은편 풍경이 그만이였고, 산 위쪽에
걸려 있는 철구물은 그 유명한 쇼툰 축제 때 대형 탕카를 거는 거치대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환전해주는 스님
사원
안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내부를 구경하고 있는데 서래가 마대가루를 쥐고 계신 한 스님한테로 가더니 10원짜리 지폐를 1마오 100장
뭉치로 교환하는 것이다. 나도 재빨리 20원치를 환전한다. 첫 날 거지에게 10원주고 바보된 기억이 있었던 나이기에. 돈을
환전해주시는 스님는 그 자리에서 마대자루 가득 1마오 100장씩을 담고선 방문객들에게 환전을 하고
계셨다.
-드레풍 사원 대전 앞에서 토론하는 스님들-ⓒ2005 김대성
한적한 드레풍 사원을 관람하고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조캉앞에서 내려 물만두와 면을 먹었다. 역시 이 곳 가게
앞에도 구걸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우리가 식사를 다 할 때까지 기다리다 얼른 자기들의 그릇을 가지고 와 우리의 남은
음식을 받아간다. 우린 점심 후 3시부터 시작 하는 쎄라사원의 토론을 보러가기 위해 각자의 호텔에서 휴식 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난 호텔로 들어와 메모리 카드를 백업한 후 다시 야크 호텔로 서래를 찾아간다.
-드레풍 사원 순례하는 할매-ⓒ2005 김대성
쎄라사원
만화영화
주인공 이름과 우연히 같은 쎄라 사원은 "자비로움이 충만한 우박"이라는 뜻이란다. 쎄라 사원 행 버스는 오전에 간 드레풍행 버스 출발지와 다른
곳에서 출발하였다. 이번에도 난 훌륭한 가이드를 따라서 가기만 하면 된다. 사원 매표소 입구에 도착 한 후 서래는 성도에서
만든 위조한 학생증을 보여주며 할인에 힘쓴다. 결국 할인에 실패하고 둘의 입장료를 서래가 지불하려고 한다. 가이드가 지불하는 법이
어디있냐며 내가 내겠다고 했으나 오전 드레풍 사원 입장료를 내가 냈으니 이젠 자기 차례라며 한사코 자기가 지불하겠다며 지갑을
연다. 꽤 괜찮은 녀석이다. 아님 오랜 여행으로 인해 더치페이가 더 편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
늦게 출발한 지라 시간이 3시가 넘어 서둘러 토론의 정원
최라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 가 던 중 벌써 저 멀리선 웅성웅성하는 소리와 박수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원 출입문을 들어선 후 서래는
지난 번 자기가 왔을 떄 찜해둔 귀여운 스님이 있다며 그 스님이 잘보이는 장소로 나를 데리고 간다.
-쎄라 사원 최라에서 토론하는 스님들-ⓒ2005 김대성
-요점을
강조하기 위해 박수를 치며 토론하는 스님들-ⓒ2005 김대성
-쎄라
사원에서 서래한테 찜 당한 귀여운 스님-ⓒ2005 김대성
-쎄라 사원 최라에서 토론 후 경전 외우는 스님들-ⓒ2005 김대성
2시간 정도 그곳에 앉아 스님들의 토론을 서래의 독창적인 해설과 함께
'관람'한다. 티베트대학에서 티베트어를 공부중인 한국 유학생 은선이는 쎄라사원의 토론이 이젠 상업화 내지 공연화되어서
"다 쇼에요"라고 나에게 몇일 뒤 말했다. 그 판단의 전제가 되는 토론의 내용을 알아 들을 수 없는 짧은 기간의 여행객인 나로선 쇼가
아니길
바랄뿐이다.
김서래의 쎄라사원 토론 현장 중계
듣기
티베트 부페
쎄라 사원를 나와 오선생님과 어제 다른 이야기 중에 나온 티베트식 부페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샹그릴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나, 서래, 오샘, 00누나 이렇게 4명은 야크호텔 맞은편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다.
7시가 다 되서 시작된 부페-ⓕ40위안/1인당-는 10가지 정도의 음식으로 차려졌고 우린 굼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돌진.....
-샹그릴라 레스토랑 부페 중 나의 접시-ⓒ2005 김대성
한 시간 정도의 음식을 먹는 시간이 끝난 뒤 부페 음식이 있던 테이블을 치우고 무대가
꾸며졌다.
우린 주문한 티베트 전통주인 창-그 맛은 우리나라의 막거리와 흡사하다-을 마시며
공연관람을
준비한다.
등장한 여자 배우들은 조금전 홀에서 써빙하던 여자 종업원이였다. 이 날의 압권은 남자
배우였는데 그는 거의 1인 5역을 소화해내면서 특유의 표정연기와 관객을 압도하는 웃음으로 우리 모두를 재미있게
해주었다.
-상그릴라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티베트 전통 공연-ⓒ2005 김대성
티베트 전통 노래
맛배기 듣기
음식과 공연에 아주 흡족해 하며 레스토랑을 나오는 순간 우리 일행들에게 카닥이라는 환영의 의미가 있는 흰색 천을 목에 걸어 준다. 카닥은 목도리같은 천인데, 척박한 고원지대인 티벳 지역에서는 꽃이 너무 귀해 꽃 대신 공양 올리는 공양물이라고 한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내일 있을 사뮈예 소풍 준비물로 과일을 사서 들어간다.
"아~ 내일은 신나는 소풍이다."
"4편-사뮈예 백숙"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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