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3 (목) 18:03 ![]() |
식탁 위의 레드 신드롬 | |||||||||
한국에서 적색은 현대로 들어서면서 북쪽의 무자비한 적(빨간 깃발)인 공산주의와 연결지어 진다.사실 자극과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색깔은 유교주의의 현자들에게 원래부터 그리 탐탁하지 않았던 색깔이었다.그러나 이제 붉은 색은 한국의 식탁에서 거의 하나의 상징처럼 되었다.그것은 고추의 붉은 빛깔에서 비롯되며, 고추는 남성의 상징으로 힘과 성적 본능을 나타낸다. 조화로운 한국의 식탁은 빛깔과 맛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한다.18세기 무렵까지는 고추가 그다지 빈번하게 등장하지 않았다.그 예로 당시 궁중 음식에서 고추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고추가 대중화한 것은 많은 좋은 점들 덕분이었다.풍부한 비타민C는 항생제 같은 효과를 주고, 몸을 덥게 해주며 다른 맛을 끌어내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이제 고추는 한국인에게 음식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에서도 불가분 관계가 된 것으로 보인다.눈으로 보아도 매운 맛의 음식을 상기시켜 주는 이 ‘강한’ 붉은 색은 격렬한 센세이션을 찾는 요즘 한국인들의 정서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몇 년 전부터 다투어서 매운 음식들을 제공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특히 한국의 신세대는 그들이 전달하는 모든 무의식적 상징주의를 위해 붉은 색과 마찬가지로 붉은 맛을 선택한 것 같다. 2002년 여름 수백만 인파를 모았던 ‘Be the Reds’라는 슬로건과 붉은 악마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서울의 길거리를 휩쓸던 붉은 인파의 이미지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Be the Reds’는 외국에서 ‘역동성, 승리자, 즐거움’을 상징하는 한국의 새로운 상징 체계가 되었다.한국인들이 이 색상을 선택한 것은 마음을 터놓고 사귀고자 하는 마음과 새로운 힘에 대한 욕망 때문일 것이다. 더 붉게, 더 맵게, 더 즐겁게 월드컵 이후 한국의 식탁에는 붉은 요리, 매운 요리가 늘고 있다.초코파이가 붉은 색 포장으로 바뀐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유기농 식품과 웰빙 문화가 정점을 이루어 초록색이나 채소가 식탁에서 왕이 되어야 할 요즈음, 오로지 흰 빛깔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를 ‘레드 망고’라고 부르는 것은 한국 식탁의 레드 신드롬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초록은 건강과 균형을 위한 식생활을 우리에게 권장하는 색깔이다.그렇지만 웰빙 푸드의 경향에 연결된 초록은 한국인의 자극적 상상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가치들과 거리가 있다. 한국인에게 초록은 차갑고 여성적이며 온순하고 조용하며 정체적인 색깔이기 때문이다.순종하는 겸손한 여성상은 한국에서 유효 기간이 지났다.젊은 여성들은 이제 ‘엽기적인 그녀’들이 되었다.초록에 대한 적색의 승리는 이 상징적인 변화를 함축해서 보여준다. 한국의 식탁은 상반되는 두 유혹 사이에 자리한다.그 하나인 초록은 건강에 대한 이상, 이성, 그리고 유교적 전통에 부합하는 것이다.한국인의 현재를 보여주는 다른 하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억제되었던 욕망을 발산하는 적색이며, 이 색은 한국인을 점점 더 매운 세계로, 역동적인 세계로 유혹한다.시인 베를렌이 말했듯 삶을 붉은 빛으로 보고자 하는 세계로. 번역 : 이 경 벵자맹 주와노 (문화평론가·요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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