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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a feeling

[스크랩] 조류발전

2005.6.3 (금) 10:46   뉴스메이커
[화제]충무공 지혜가 무공해 에너지로
명량대첩 전승지 울돌목에 조류발전소 추진… 태양광·풍력보다 효율성 높아

‘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었다면 국가도 없었다) 전남 해남군 진도대교 입구에 있는 명량대첩 기념비에 적힌 문구다. 명량대첩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정유재란을 일으켜 다시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은 원균으로부터 제해권을 빼앗은 뒤 수륙양공으로 조선을 점령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597년 백의종군에서 삼도수군통제사로 돌아온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게 남아있는 전력은 전선 12척에 불과했다. 일본군은 9월 중순 133척의 대군으로 조선 수군을 공격했다. 백척간두의 위기였다. 그러나 조선 수군의 승리였다. 세계 해전사에 유례없는 이 승리는 이순신 장군의 지략 덕이었지만, 이 지략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명량해전이 벌어졌던 울돌목의 특징 때문이었다.
울돌목은 진도군과 해남군 사이에 있는 곳으로 수로가 좁고 조류가 국내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빠른 조류에 휩싸여 허둥대고 있는 일본군을 향해 조선 수군은 대포를 퍼부었다. 조선 수군을 구하고, 나아가 국가를 구한 울돌목. 그 울돌목이 21세기에는 국가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몫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돌목의 빠른 조류가 2007년에는 에너지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2003년 국내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6.6%다. 에너지를 수입하는데 사용된 돈은 59조5000여억원으로 전체 수입액의 21.1%를 차지한다. 그나마 수입할 수 있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다. 현재 자원별로 사용가능 기간은 원유 41년, 천연가스 67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994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고 올해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가 최종 채택됐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도 2013년 이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로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으면서도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개발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체에너지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는 해양에너지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른 대체에너지 자원에 비해 대규모 발전이 가능하고 관광이나 어류 양식 등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조력·파력·조류발전이다. 그중 가장 환경친화적인 것이 조류발전이다.
조류발전은 바다에 설치된 풍력발전으로 보면 된다. 바닷물의 흐름이 빠른 곳에 수차발전기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다른 수력발전과 달리 댐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해양생물의 이동이나 선박의 운항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발전량도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파력이나 태양광, 풍력발전과 달리 장기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해와 달의 인력이 조류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10년 뒤 오늘의 발전량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조류발전은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력발전 뒤 배출되는 물이나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물로도 발전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외국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2002년부터 150㎾급, 300㎾급 시험 조류발전시설을 건설해 실용화를 추진 중이며 상용조류발전소 건설계획을 수립했다. 미국과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도 조류발전시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부터 조류발전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경제성이 낮았다. 석유가격이 낮아 많은 돈을 투자해 조류발전 시설을 건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09년까지 9만㎾급 건설 ‘야심’
정부는 최적지로 울돌목을 선택했다. 물살이 최대 초속 6m에 달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장마로 한강에 물이 넘칠 때, 허리춤에만 물이 차도 물살에 떠내려간다. 이때의 속도가 초속 3m 정도. 물살의 속도가 초속 6m라고 하면 폭포의 물살보다 약간 느린 거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왜 이곳의 물살이 이처럼 빠를까. 우선 진도군 양쪽에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이 2시간 정도 다르다. 이 때문에 위상차가 생겨 많은 양의 바닷물이 왕복한다. 게다가 울돌목은 가장 좁은 곳, 즉 진도대교가 있는 부분의 경우 진도군과 해남군의 사이가 300여m에 지나지 않는다. 다량의 물이 좁은 곳을 지나가려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물살이 빠르기 때문에 굴곡이 심한 암초 사이를 소용돌이치며 흐를 때 울음소리를 낸다. 그래서 ‘바다가 우는 길목’이라는 뜻의 울돌목이라는 이름이 나온 것이다.
정부는 우선 2007년까지 1000㎾급 시험조류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어도 과학기지처럼 해저에 구멍을 뚫고, 육상에서 만든 구조물을 고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시험발전소가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급의 시험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또한 연구수행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이 시험연구를 통해 발전효율이 가장 높은 모델을 규격화하면 이를 바탕으로 민간자본을 끌여들여 2009년까지 9만㎾급 상용조류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상용발전소가 건설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조류발전소를 건설하게 된다.
이는 연간 290억원의 에너지수입대체효과를 갖는다. 원유 86만 배럴에 해당하는 양이다. 물론 전체 에너지수입액 59조여원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해양개발과 함동석 서기관은 “한 시설의 발전량을 보면 조류발전이나 조력발전은 화력 등 재래식 발전보다는 작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 다른 대체에너지에 비해 훨씬 크다”며 “이중에서도 조류발전이 조력발전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발전효율 최적화를 자신하고 있다. 이광수 연안·항만공학연구본부장은 “2002년부터 실시한 실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상태”라며 “조류발전의 규격화를 통해 상용화를 이뤄진다면 국내 다양한 분야에 적용가능한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 등 조류발전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쓰레기가 조류발전 ‘걸림돌’
한국해양연구원은 2002년부터 전남 해남군 진도대교 근처에 20㎾급 조류발전시설을 설치하고 다양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 바로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였다. 통나무나 그물, 양식장비는 물론이고, 냉장고까지 떠내려왔다.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는 빠른 물살을 타고 그대로 조류발전에서 중요한 수차를 ‘공격’했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발전 시설물을 바닥에 고정하지 못하고 케이블로 지상에 고정한 탓에 실험 시설은 평상시에도 불안했다. 이것을 온갖 쓰레기가 공격해대니 연구팀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한밤중에 ‘타당’ 소리가 나면 어김없이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바다 속의 수차 등 발전시설을 공격하는 겁니다. 한밤중이라 보이지도 않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난감합니다. 수차가 깨진 적도 많습니다. 그래서 연구원들 사이에서 쓰레기가 나타나면 ‘민방위 상황’이라고 합니다. 얼른 내려가서 쓰레기를 건져야 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연구에 가장 큰 적은 쓰레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해양연구원 이광수 연안·항만공학연구본부장의 이야기다.
사실 바다에 쓰레기만 많지 않았어도 조류발전소 착공은 좀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쓰레기 문제 때문에 도저히 계획을 추진할 수는 없었다. 시설 고안을 바꿔야만 했다. 결국 발전 시설 앞뒤에 차단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계획을 바꾸는데 10개월 정도가 필요했다. 사업비가 늘어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약 15억원이 늘어났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는 않는다. 쓰레기 차단막 때문에 발전효율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아무래도 조류의 속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본부장은 한마디를 강조했다. “국민 여러분, 바다에 제발 쓰레기 좀 버리지 마세요.”

<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출처 : 블로그 > 닥터상떼 | 글쓴이 : 닥터상떼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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