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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숲의 공기엔....

[여행]숲의 공기엔 향기가 있다
[뉴스메이커 2005-06-17 09:57]

가평과 양평의 숲

여행코스 양평군 옥천면→37번 국도→가평 유명산자연휴양림→양평 갈현마을→사나사 답사

신록이 짙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나 한여름에는 휴양림을 찾아가서 산림욕의 재미에 푹 빠져봐야 한다. 큰돈 안 들이고 제 건강 다스리는 데 휴양림만한 곳이 없다. 입장료라야 고작 어른 1000원에 불과하고 주차료도 하루 종일 이용해봤자 3000∼4000원 선이다. 물론 통나무집에서 숙박을 할 경우라면 4만 원 이상은 투자해야 하지만 말이다. 현재 전국의 휴양림은 100여 개를 헤아린다. 그 많은 휴양림 가운데에서도 경기도 가평군의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이름에 걸맞게 가장 인기가 높은 휴양림이며 그만큼 숙박 예약도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곳이다.

1989년 전국에서 제일 먼저 개장한 유명산휴양림(031-589-5487)은 우선 수도권에서 가깝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가평군 설악면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도 좋고 양평군 옥천면에서 북으로 올라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통나무로 지은 숲속의 집도 단체숙소(2동)를 포함, 37동(7~14평형)이나 되고 야영데크를 103개나 갖춘 오토캠핑장과 2군데의 야영장도 다른 휴양림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다. 게다가 각 숙소 앞으로는 계곡 물이 흘러내려 통나무집에서의 하룻밤 낭만과 계곡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유명산휴양림을 유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매표소를 지나 오토캠프장을 거쳐 마지막 숲속의 집에 이르는 길은 햇볕을 제대로 보기 힘든 울창한 숲길이고 2.8㎞ 거리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강원도 산간지대를 찾은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유명산(864m) 정상으로 오르는 1.8㎞의 등산로 역시 숲길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유명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한동안 넋을 잃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멀리 북한강과 청평호를 비롯, 용문산, 화악산, 명지산 등이 보이고 발 아래로 호수에 잠긴 듯한 남한강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휴양림 산책로를 걸으며 연두색에서 초록색, 다시 진한 초록색으로 짙어지는 나뭇잎들과 나누는 말없는 대화. 휴양림 방문객들은 차츰차츰 도시의 먼지묻은 때를 털어내고 나무 밑동에 자리잡은 이끼가 되거나 낙엽길을 쏜살같이 가로지르는 한 마리 다람쥐가 된다. 군데군데 야생화가 예쁘게 핀 숲길을 걸으면서 휴양림을 찾은 여행자들은 마음에 위안을 얻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조화를 배운다.

휴양림 계곡 사방에서 진하게 풍겨오는 수액의 체취에 취하면서 내 이름 걸어놓고 키우는 나무 한 그루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애석하다. 식물도 사람과 같아서 애정을 받으면 받을수록 잘 자란다고 하는데 도시인들이 자기 이름 걸어놓고 키우는 것이라곤 땅이나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것뿐이다. 나도 내 명찰이 달린 나무 한 그루를 갖고 싶다. 매일 찾지 않아도 날 미워하지 않으며 어쩌다가 한번 만나러 가도 호들갑스럽지 않은 몸짓으로 반겨주는 나무 말이다. 나이 먹어서 편히 기댈 수 있고 외로운 날이면 낙엽 하나 발밑에 깔아줄 수 있는 나무 한 그루를 키우고 싶다.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해 통나무집 안으로 들어간다. 작은 유리창 너머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그것도 심드렁해서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사진작가 강운구 선생의 수필집 ‘시간의 빛’을 읽는다. 사다놓은 지 반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미처 읽지 못한 책이다.


강 선생은 ‘사람들은 투명한 세상을 바란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되도록 애쓴다. 그러나 가끔은 불투명한 것이 아름다워 보일 때도 있고 그런 것을 바라기도 한다. 오리무중인 어떤 추상화, 어떤 시, 그리고 진짜 안개 낀 흐린 풍경들’이라고 적었다. 종이 위의 활자들이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욱 머리 속에 잘 박힌다.

숲의 향기에 취해 선잠에 빠진다. 꿈속에서 나는 한 그루 나무로 변신한다. 깊이 수양하지 못했기에 낙락장송은 애시당초 아니고 하늘 향해 두 팔 너그럽게 벌린 낙엽송도 아니다. 그저 좋은 숯으로나마 다시 환생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굴참나무나 졸참나무 정도다.

유명산 휴양림에서 숲길 외에도 또 한 군데,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곳이 유명산자생식물원이다. 2002년 9월에 문을 연 이 식물원은 휴양림 관리사무소 왼쪽 진입로를 따라가면서 관람할 수 있다. 식물의 특성에 따라 난대식물원, 향료식물원, 암석원, 습지식물원, 우리꽃길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나라 금잔디를 심어놓은 잔디광장 주변으로는 하늘매발톱 등 50여 종의 야생화들이 계절에 따라 번갈아 피고 진다.

옥천면과 설악면을 잇는 37번 국도에서 유명산휴양림 간판을 보고 방향을 틀면 초입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난다. 왼편 길은 가평 어비계곡을 거쳐 양평군 갈현마을(옥천면 용천3리)까지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곧바로 유명산휴양림 입구를 접한다. 두 곳 모두 용문산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북쪽으로 흘러가면서 빚어낸 청정지역이다. 어비계곡은 폭은 좁아도 거무튀튀한 바위들과 하늘을 가린 잡목 숲, 맑은 물이 잘 어울린 냉천지대라서 한여름철이면 널리 알려질세라 쉬쉬하며 사람들이 찾아가는 피서지다. 울퉁불퉁한데다 노폭도 좁은 비포장 산길을 따라 고도를 높여가면 도저히 사람이 못살 것 같은 곳에 마을이 숨어 있다.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갈현마을은 오지다.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쪽에서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쪽에서도 비포장길을 거쳐야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서 계곡물은 매우 깨끗하다. 갈현마을에서 대처로 나가려면 다시 되돌아서 어비계곡을 거쳐도 되지만 비포장길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사나사 방면의 배너미고개를 넘는 게 좋다. 그 길을 다 내려와 옥천면 소재지로 들어오면 사나사가 기다린다. 고려 태조 6년(신라 경명왕 7년, 923)에 대경대사가 제자 융천스님과 함께 창건했다고 한다. 경내에는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산신각, 함씨각 등 몇개의 건물이 배치돼 있고 마당 한쪽에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원증국사 부도와 부도비가 있다. 원증국사는 고려 말기의 고승 보우를 말한다. 절 주변의 소나무, 향나무 등이 고찰에 향기를 더해준다. 유명산 휴양림에서 편하게 나오려면 옥천면 소재지로 곧장 이어지는 37번 국도를 탄다. 농다치고개 인근에 중미산휴양림(031-771-7166)과 중미산천문대(031-771-0306)가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1.자가용/①팔당대교→양평군 양수리→363번지방도→서종면사무소→98번 지방도→중미산휴양림 입구→37번 국도→유명산휴양림 ②양수리→6번 국도→옥천면 사무소 앞→37번 국도→농다치고개→유명산휴양림 2.대중교통/상봉터미널에서 유명산행 직행버스(청평 경유) 이용, 종점에서 하차 후 도보로 100m 거리에 휴양림 매표소가 있다. 양평버스터미널에서 유명산행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맛집으로는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에 장자터식당민박(숯불구이, 584-7587),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에 옥천냉면(냉면, 773-3575), 서종면 정배리에 시골여행(정식, 774-3213) 등이 있다.

글·사진/유연태〈여행작가〉




 
출처 : 블로그 > 닥터상떼 | 글쓴이 : 닥터상떼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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