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한국

[스크랩] 초원 동화

[여행]평화로운 양떼들의 ‘초원 동화’
[뉴스메이커 2005-05-26 14:51]

여행코스삼양대관령목장→대관령양떼목장→대관령휴양림→대관령박물관→강릉 오죽헌
나이 마흔이 넘었어도 장가를 들지 못하고 평창군 진부면에서 혼자 사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봄이 다 가고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요즘, 자신은 한 스님의 요사채를 짓는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느라 세월의 흐름도 잊었다고 했다. 술 한잔 나누고 싶어 대관령 고개로 달려간다. 예전 같으면 그 후배와 함께 취재를 겸한 여행에 나섰을 터이나 절집 짓는 데 동원됐으니 이번에는 혼자 돌아다닌다. 1박2일로 여정을 잡아 대관령 고개 주변의 마지막 봄 풍경을 마음에 담는다.

삼양대관령목장, 양떼목장, 대관령 옛길과 휴양림, 대관령박물관 그리고 강릉 시내의 오죽헌과 선교장을 돌기로 한다.늘 그랬듯이 새벽 6시에 집을 나선다. 부지런히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횡계나들목으로 나가 삼양대관령목장을 방문한다. 1997년부터 해마다 한번씩 찾아가는 곳이다. 너른 풀밭과 강렬한 바람의 묘한 대조가 나는 좋다. 우유와 라면을 생산하는 삼양사의 젖소 방목 사업이 위축되면서 그 자리에는 지금 (주)해피그린이라는 회사가 목장 일부를 장기 임대해 관광사업을 펼치고 있다. 영화, 드라마, CF 촬영 장소로 자주 등장하면서 삼양대관령관광목장은 확실하게 떴다. 해발 1140m인 동해전망대까지 관광버스가 오를 정도로 길 사정도 좋아졌다.

매표소를 지나서 만나는 은서와 준서 소나무는 늘 씩씩하게, 정겹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뒤이어 젖소들이 살지 않는 제1단지 축사를 지나면 풍력발전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없던 초대형 바람개비들이다. 혹자는 이 바람개비들의 등장으로 목장 풍경이 망가졌다고 하고, 다른 이들은 더 멋있어졌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 발전기들은 바람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중이다. 내가 보기엔 목장의 목가적인 풍경과 흰색의 대형 바람개비 날개들이 잘 어울린다.

드디어 동해전망대.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매우 거세다. 승용차 문을 열기 힘들 정도다. 발 아래로 강릉과 주문진 바다가 보인다. 뒤를 돌아보면 황병산과 소황병산의 능선이 부드럽게 뻗어 있다. 전망대 휴게소가 미처 문을 열지 않아 커피 한잔 못 마시고 제2단지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길사정이 좋지 않아 승용차들이 통행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매봉 입구를 지날 무렵 옛일이 떠오른다.

1990년대 말이던가. 목장에 119 대원들이 모였다. 지난 밤 산나물을 뜯으러 간 아주머니 2명이 목장 안 매봉 근처에서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추운 한겨울이었다면 어쨌을까. 그깟 산나물이 뭐라고…. 봄날 여행길에서는 어디서든 쑥을 뜯느라 정신을 판 여행객들을 수시로 보게 된다. 심지어 화장실 옆에 가득 핀 쑥을 뜯는 분들도 있었다. 그냥 여행이나 즐기실 일이지 무에 그리 나물에 욕심을 부리시는가. 여행지마다 나물 파는 할머니도 수두룩하니 그네들 물건을 조금씩이라도 사주면 그것도 선행이련만.제2단지와 수련원, 은서와 준서의 별장으로 촬영됐던 집까지 돌면 대관령목장 일주 드라이브는 끝이 난다. 매표소로 되돌아 나올 즈음, 또 한 가지 예년에 없던 풍경이 기다린다. 이곳에서도 양떼를 방목하는 것이었다.


횡계리로 되돌아나와 황태회관(033-335-5795)에서 황태구이로 점심을 먹고 대관령양떼목장을 찾아간다. 주인 전영대씨의 안내로 그의 4륜 화물차에 올라 목장을 한 바퀴 돈다.

“이 목장 가운데에 습지가 있는데 그것을 그냥 둔다고 날더러 바보라 했지요. 싹 갈아엎고 감자를 심으면 돈이 얼만데 그러느냐는 것이었지요. 나는 생각이 달랐어요. 여기에 야생화가 많이 피거든요. 양떼목장에 꽃이 어울리지 감자가 어울리겠습니까?”그의 말이 백번천번 맞다. 이 목장 역시 영화와 CF 촬영장소로 자주 애용된다. 얼마 전에는 가수 윤도현씨가 등장하는 모 감기약 광고를 여기서 촬영했다. 스위스의 풀밭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다. 봄철이면 민들레, 철쭉이 목장 여기저기 만발한다. 그는 철쭉을 더 많이 심어서 앞으로 철쭉제도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목장을 구경하려면 입장료 대신 양떼에게 줄 건초를 사야 하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양들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워한다. 현재 이곳에서 자라는 양은 200여 마리. 전영대 사장은 방문객들에게 자신이 목장 주변에서 직접 뜯은 곰취나물도 판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 아닌, 확실한 자연산이라 인기가 높다.


절집 공사에 동원된 후배와 횡계리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정담을 나누고 이튿날은 옛날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대관령 고개를 넘는다. 진짜 대관령 옛길이 시작되는 반정에 닿기 전 신사임당의 사친시비 옆에 차를 대고 시를 읽었다.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 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문득 호강 한번 못 받고 수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과 초등학교 1학년 때 강릉에서 우리 반으로 전학왔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신사임당이 어린 아들 율곡을 업고 걸려 넘었을 대관령고개를 나는 오늘 편하게 자동차로 넘어간다.옛길 트레킹을 좋아하는 이들은 반정에서 대관령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어내려간다. 반정에서 박물관까지는 김시습 시비, 주막터, 원울이재를 지나 5.9㎞에 달한다. 넉넉 잡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길이다. 그러나 일행 중 한 사람이 차를 갖고 반대편으로 마중을 가면 옛길만나가든(033-641-9979)이라는 식당의 주차장까지 차를 끌고 갈 수 있으니 그 거리는 4.4㎞로 줄어든다. 옛길 옆으로는 강릉남대천으로 흘러드는 계곡이 줄곧 이어진다. 물푸레나무, 박달나무, 신갈나무, 산벚나무, 소나무 등에서 뿜어내는 신록의 훈향이 여행자들의 어깨와 머리 위에 소복소복 내려앉는다.

박물관으로 가기 전 대관령휴양림을 방문한다. 산림문화휴양관에는 14개의 객실이 있고 숲속의 집도 9개, 텐트를 치기 좋은 야영데크도 100개나 갖추었다. 특히 휴양관 앞에 흘러내리는 금바위폭포는 계곡욕을 즐기기에 좋아 올여름 피서지로 적극 추천한다. 야생화단지며 초가집, 가마터, 물레방아, 족구장 등 부대시설 또한 다채롭다. 객실 사용료는 크기에 따라 4만4000~9만원이다.

대관령 고개를 넘는 여행은 강릉시 죽헌동의 오죽헌 방문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신사임당과 아들 율곡이 태어난 집이다. 강릉 지방으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빠짐없이 찾는 오죽헌은 보물 제165호로 지정됐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33)

삼양대관령관광목장 336-0885, 대관령양떼목장 335-1966, 대관령자연휴양림 641-9990,대관령박물관 640-4482, 오죽헌 관리사무소 640-4457.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330-2542, 강릉시청 관광개발과 640-5125~7.

<글·사진/유연태 여행작가>




기사제공 :

 
출처 : 블로그 > 닥터상떼 | 글쓴이 : 닥터상떼 [원문보기]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여주 명성황후 생가와 기념관  (0) 2006.02.15
[스크랩] 화개 녹차  (0) 2006.02.09
[스크랩] 동강  (0) 2006.02.09
[스크랩] 북한강변  (0) 2006.02.09
[스크랩] 숲의 공기엔....  (0) 200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