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민방 그랜드컨소시엄이 능사인가
[헤럴드경제 2006-03-15 14:05]
[기자수첩]
경인민방 사업에 낙오자가 속출하고 있다.
오는 27일 2차 사업자 신청 마감을 앞두고 벌써 3개 컨소시엄의 대주주 혹은 주요주주가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컨소시엄의 일반 주주였던 기업들도 대거 빠져나갔다. 지난 1월 방송위원회가 사업자 선정을 보류한 1차 사업 당시 5개 컨소시엄이 경합한 점을 감안하면 대략 절반이 중도 탈락한 셈이다.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수십만장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청문회까지 참석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이들이 왜 이렇게 힘없이 물러섰을까.
사업포기를 선언한 휴맥스 한국단자공업 하림 등 3개사 관계자들이 공히 내놓은 답변은 “그랜드 컨소시엄 하에선 경영의 효율성도 공익성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사전에 모의한 것도 아닐 텐데 3개사의 답변이 공교롭게 일치했다.
“그랜드 컨소시엄이란 수많은 사업자가 뭉쳐 함께 주인 역할을 하는 회사입니다. 일견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뜯어보면 ‘주인 없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주주 모두가 나서서 한마디씩 하고 그러다 의견이 다르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고, 결국 그렇게 문을 닫는 기업이 주변엔 얼마든지 많습니다.” 사업을 포기한 H사 임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2차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또 ‘그랜드 그랜드 컨소시엄’을 노래한다. 이제 3개사가 떨어져 나갔으니 남은 사업자들끼리 뭉쳐 하나를 만들라고 유도하고 있다. 방송위 입장에서는 심사하고 이 중 1개를 선정해야 하는 고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길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전 경인민방이 왜 문을 닫고 새 사업자를 선정하기에 이르렀는지 돌이켜보면 이 같은 편의주의가 낳게 될 또 다른 위험이 보일 것이다.
최현숙 기자(hscho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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