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가 된 지 벌써 2주가 되었다
그동안 뭘 했는지 제대로 해 놓은 일 하나 없고 시간만 죽였나 보다
그렇다고 책장 한 쪽 넘기지도 못하고..
바람이라도 쐬고 싶다는 생각에 멍청히 있는데 누가 먼저 비스듬히 옆구리를 찌른다
기회다 싶어 더 큰 목소리로 여행발의를 했더니 강원도 목장으로 가잰다
지난 밤 늦게 시작한 잠으로 늦게 일어나 평상시 출근시각 보다 더 이른 시각에 허겁지겁
약속장소에 나갔다
평일이라 고속도로가 뻐엉 뚫려 있었다
겨울날씨 답지 않은 포근함 속에 햇살마져 따사로이 내려쬐어 준다
영동과 영서의 분수령 1000m 고지의 대관령의 목장..
영동고속도로 끝부분에서 횡계로 접어들면서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울통불퉁 구불구불 푸울푸울
이리비틀 저리비틀 덜컹덜컹에 먼지까지..
승용차를 가지고 갔는데 너무 안 어울린다
코란도 정도였다면 아주 멋진 그림이 나왔을 것인데....
많은 멜로 드라마나 영화들의 배경이 되었던 목장
유명했던 가을동화의 준서와 은서의 소나무가 눈에 띈다
올라가면서 얼핏 보이는 곱슬곱슬한 누우런 털들로 덮여진 양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아주 귀여워 보였다
좀 더 올라가니 겨울들어 다 마른 풀밭이긴 했지만 깔끔하게 정돈 된 모습과 부드러운
곡선의 굴곡이 만들어내는 목장의 능선과
자연그대로의 원시림에 둘러싸인 드넓은 초지 위에 잘 어울리게 만들어 놓은 몇 개의 설치물로 인한 풍광이 가히 낭만적이며 이색적이다
이 곳에선
은서와 준서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나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저 전망 좋은 언덕에 허름하게 나무판자로 지어놓은 작은 오두막 하나는
양떼를 지키는 목동이 살았을 것 같은 집처럼 느껴져 회색빛 도시문명에 찌든 우리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발동시켜준다
저 멀리에서 한 눈 가득 들어오는 백두대간인 태백산맥 줄기의 하늘과 맞닿은 구비구비 능선들이 둥근 구름띠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힘차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또한 그 낭만의 탄성에 일조를 해 주었고
그 구름띠 덕에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리 서운하지가 않다
군데군데 응달진 곳에 남아있는 잔설
푸르른 하늘에 두둥실 떠 가는 구름들까지도 이 고지대의 자연과 너무나 잘 어울리도록 멋지게 연출한 영상의 한 장면같다
전망대에서 한 눈에 바라보는 대평원의 파노라마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삶이란 여행에 또 하나의 쉼표를 만들어 주었다
20060112 洙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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