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여행 ] 아드리아해 여왕, 베네치아 ( 이태리 베네치아 ) 와우 |
걷거나 배를 타야하는 베네치아 자동차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 덕분에 더 맑은 공기. 끝없이 푸른 하늘. 반짝이며 넘실대는 지중해의 맑은 물결.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중세풍의 다양한 건축물. 비록 뜨거운 태양 아래였지만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 것 같다. 한 번 방문한 사람은 몇번이라도 다시 찾고 싶은 곳. 아직 가 보지 못한 사람은 한 번쯤 꼭 가 보고 싶은 곳. 베네치아에게 수식어 처럼 따라 다니는 말이다. 아드리아 해의 강렬한 태양 아래 '아드리아 해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그 당당하면서도 아름다운 베네치아는 오만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이방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새벽녘에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를 출발, 부지런히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아 베네치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베네치아를 들어가는 길목인 리베르타 다리에 들어서면서 몸은 피곤했지만 설레이는 마음에 핸들을 고쳐 쥐었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물의 도시'를 보게 된다는 설렘에 액셀러레이터 페달 위에 있는 나의 오른발에 힘을 더했다. 리베르타 다리의 긴 난간에 가지런히 서 있는 가로등은 제법 조형미가 있어 보인다. 때마침 내 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산타루치아 역을 향해 철교를 건너고 있는 기차는 경쟁이라도 하듯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이렇게 도착한 베네치아 입구에서부터는 바퀴가 달린 것에 금족령(?)을 내리고 있었다. 들은 풍월이었던 '바퀴 달린 것은 아무 것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제 내려서 걷고 배를 타십시오. 이 곳은 보트로만 다닐 수 있는 곳입니다.'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비로소 베네치아에서의 꿈같은 시간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였다. 우선 바포레토라고 하는 수상버스를 탔다. 산 마르코광장이 있는 주도(主島)로 가는 수상버스로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노선버스 1번인 셈이다. 물위의 도시 베네치아 수상버스로 산 마르코 광장 근처 선착장에 도착하기까지는 마치 동화속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의 연속이다. 대운하 양쪽에는 빼어난 자태의 발코니를 자랑하는 카드로(황금궁전)가 있고 활기가 넘치는 리아르토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시청 건물과 그 앞 르네상스 건축물인 그리마니 궁전, 고딕양식의 포스카리 궁전 등 다양한 건축물들이 수면 위에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도 볼만하다. 유명한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는 엄청난 무리의 인파를 피해 골목으로 접어들면서 이 도시의 숨겨져 있는 참 모습을 발견했다. 골목길은 길이 아니었다. 아니 길은 길이지만 물길이다. 물길은 건물의 벽면이 그대로 물에 잠겨있어 배를 타고 가거나 물길 옆으로 약간의 걸어다닐 수 있는 보도가 있는 길이었다. 물에 잠겨있는 건물들의 아래는 보기에도 습하고 곰팡이 투성이라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이 보인다. 그러나 수면 위의 공간들은 사무실로 혹은 상가, 도서관등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몇 백년씩 지났을 것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그들의 역사를 말해주며 굳건하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베네치아는 원래 아드리아해 수심 2m 아래 넓게 펼쳐진 진흙뻘 위에 몇 백년동안 화산재 등으로 바다를 메우고 그 위에 건설한 도시이다. 막연하게 강이나 운하가 발달했거나 만(灣) 깊숙이 위치한 도시의 매력이려니 생각했는데 베네치아는 진정 물위에 세워진 도시였다. 넓은 광장과 많은 사원들은 바다 위라는 느낌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나 길을 바로 돌아가면 작은 물길, 운하, 다리로 연결된 도시였다. 오랜 세월 외부로 부터의 침입에 대비했기에 프랑크 왕국과 비잔틴 제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았고, 그 후엔 문예부흥을 이루었던 베네치아는 1천년동안 한 치의 변함없이 그 모습을 지켜오고 있었다. 잦은 선박 통행으로 도시 전체가 조금씩 물에 잠기면서 보여주는 이 온전함은 차라리 만용처럼 느껴져 장엄한 도시의 면면은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이 느낌은 '탄식의 다리'에 이르러 정말이지 긴 탄식으로 새어 나왔다. 베네치아의 자랑, 산 마르코 광장 1년 사시 사철, 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오고 간다는 베네치아관광의 중심지는 역시 산 마르코 광장이다. 하늘과 광장을 뒤덮는 비둘기떼. 정말 발 들여놓을 틈 없이 많은 사람과 상인, 악사, 카페 테레스가 광장을 더욱 좁게 만든다. 한 여름의 햇볕에 목이 말라 생수라도 사먹으려 하니 너무 비싸 참기로 했다.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더니 무려 2만리라(1만원)를 요구한다. 관광객에게 뒤집어씌우는 바가지 요금은 세계 어디가나 공통인 모양이다. 거리 상인들의 엉터리 요금과 불친절이 고고한 이 도시의 자존심을 깎아 내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약 천년전 성 마르코의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 세워진 산 마르코 사원. 정면의 섬세한 조각들이 내부의 모자이크화와 더불어 성서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나폴레옹의 전리품으로 파리에 가 있는 것을 되찾아 더욱 유명해진 입구의 4두 청동마상, 베네치아 수호신이라 하는 날개 달린 사자상과 함께 이 광장의 상징물이었다. 그 옆에 있는 두칼레궁전은 베네치아 공화국 총독의 청사로 전체적으로 화려한 느낌을 준다. 길게 늘어선 입장객 행렬이 망설이게 한다. 그러나 저 유명한 '탄식의 다리'를 이해하기 위해 두칼레궁과 틴토레토의 유화 <천국>도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큰 그림이 다 있을까. 압도하는 천국의 이미지를 벗어나면 지옥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재판을 받은 죄인들은 궁에서 연결된 소스피리 다리를 건너 지하감옥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음습하고 찬 여기서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하여 탄식으로 건너가게 되는 다리가 바로 '탄식의 다리'이다. 복잡하지만 볼 것 많은 산 마르코 광장을 어슬렁거린다. 푸른 융단처럼 깔려 있어 걸어도 될 것 같은 잔잔한 바다와 멀리 보이는 섬에 더 마음이 간다. 산 조르조 마조레섬의 사원은 한 점 그림같이 잡힌다. 비록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이지만 가끔 가져보는 여유가 여행의 참 맛과 추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천천히 걸어가며 이 곳의 특산물을 살펴보았다. 소문난 베네치안 글라스의 솜씨를 보기 위해 유리 세공집을 들러본다. 좁고 긴 계단 위에 있는 작은 유리 세공집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갖은 모양의 유리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뜨거운 가마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은 마치 우리 시골 장터의 대장간처럼 친숙하다. 또 다른 특산물인 가면이나 레이스 등은 별로 취향에 와 닿지 않았다. 원색을 주로 사용하는 베네치아 가면들은 상당히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 곤돌라를 타면 베네치아를 사랑하게 된다 어떤 종류이든 배를 타지 않고 베네치아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곤돌라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5만원선. 공식가격이 있지만 흥정하기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산 마르코 광장 뒤 가발레트 호텔 부근에 있는 곤돌라 선착장에서 그룹 투어를 나온 한국 관광팀에 끼어서 곤돌라를 탔다. 혼자 곤돌라를 타고 악사들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려면 주머니를 털털 털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태운 곤돌라는 모두 5대. 까만 옻칠을 하고 붉은 색 카페트를 깔아놓은 호화판 곤돌라이다. 선체가 모두 검은 색인 이유는 1552년에 발표된 베네치아 시령(市令) 때문이다. 우리를 태우고 폭좁은 운하를 노저어 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패밀리들과 닮아 있다. 영화 속에서 이태리를 방문한 느낌이다. 곤돌라가 좁은 수로를 지나 대운하로 나가자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가수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음악 교과서에 있는 '산타루치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태리 가곡을 열창한다. 다른 곤돌라들도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 몰려든다. 지중해의 태양아래서 펼쳐지는 정열적인 작은 축제에 모두 즐거워했다. 달무리 지는 밤에 혹은 곤돌라경기 축제가 열리는 9월에 곤돌라를 탔다면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역(逆) S자 형의 대운하과 연결된 수없이 많은 운하들. 그 위에 있는 약 400여개의 다리. 약 1시간의 아쉬운 곤돌라 여행은 베네치아를 보여주기보다 이 도시의 낭만과 멋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천오백년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도시 베네치아. 도시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문화 유적. 이 아름다운 도시도 붉게 타는 노을에 조용히 잠들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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