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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는 것 좋아하시나요? 저는 아주 좋아한답니다. 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사람들 뭐 사는지 힐끔힐끔 볼
수도 있고..사람 냄새가 솔솔 묻어나오는게 바로 시장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여행을 하면 항상 그 나라의 시장이나, 마트 등을 먼저 가봅니다.
가장 가깝게 그 나라를 느낄 수 있거든요. 마트에 가면 재미있는 사람들도 보고, 재미있는 일들도 겪게 되죠. 특히 재료를 보면 이 사람들은
저걸로 뭘 해 먹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구요.
여기 이태리 사람들은 주로 일 주일에 두 번(사실, 거의 한번 선답니다) 서는 장에서 야채나 일상 용품을 삽니다.
장도 거의 반나절만 서기 때문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좋은 물건을 살 수가 없어요. 우리 나라 재래시장과 다를 건 없지만 동네 공원이나 한가한 길을
막아 시장을 세우는 통에 아주 자그마한 장이 대부분이랍니다. 불편한 점은 고기나 싱싱해야 하는 생선, 냉동 식품 따위는 마트에서 사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마트보다는 장
을선호하더군요.
참, 이태리에서 마트에 가시려면 월요일이나 토요일은 피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토요일은 정말 전쟁터와 다름없답니다. 일주일을 위해 아님 주말
저녁 파티를 위해 사람마다 카트에 하나 가득 장을 보기 때문에 늦게 가면 물건조차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꼭 기억 하실 건 이탈리아에선
특별한 날이나 휴일이 연이어 있는 날 아니고서는 마트를 열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이 말은 즉 토요일에 장을 보지 못하면
굶거나 외식하는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외식도 레스토랑 오픈 시간이 짧기 때문에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요. 그런 거 보면 우리 나라는 먹는 거
하나는 참 편한 것 같아요. 어쨌든 시장이나 슈퍼에 꼭 가 보세요. 재미있어요. 우리 것이랑 다른 것이 많거든요. 그들이 즐겨 먹는 음식, 즐겨
쓰는 물건들을 보면 대충 어떤 생활을 하는 지 상상하실 수도 있구요. 그럼, 구체적으로 그들이 먹는 이색적인 음식을 하나 소개시켜
드릴께요.
어렸을 때 소꿉장난 해보신 적 있으시죠? 그땐 음식 재료로 꽃이나 열매, 잎을 따서 음식상을 차리잖아요. 이태리
장에서 호박꽃을 파는 걸 보니 그 생각이 나더군요. 도대체 그걸로 뭘 할까 궁금해졌어요. 게다가 그 호박꽃은 상당히 비쌌거든요. 다행히 제
이태리 동료 중 한 명이 레스토랑 요리사여서 한번 물어보았죠. 우린 호박잎은 먹는데 꽃은 먹지 않는다며 호박꽃 이야기를 했더니,
"리죠또(risotto)" 라고 하는, 쌀로 한 요리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친구 집에서 리죠또를 만들어 보기로 했죠. 어휴~
어찌나 팔이 아프던지.. 왜냐고요? 우린 밥을 할 때 쌀에다 적당량의 물을 부어 적당히 불 조정만 하면 되잖아요. 근데 이태리에서는 밥을 할
때, 만약 호박꽃밥(rsotto con zucca di fiori)을 한다면 꽃을 다듬은 후 다진 양파와 함께 버터에 볶다가 쌀을 넣어 다시
볶고, 와인과 함께 또 볶아요.
그 후 그것에 육수를 조금씩 넣어가며 쌀이 다 퍼질 때까지 계속 저어야 하구요. 한 두 사람을 위해 한다면
모르겠지만, 대인원을 위해 하고 있자니.. 으.. 상상이나 하시겠어요 25-30분을 계속 저어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성이 강해져 팔이
얼마나 아팠다구요. 물론 맛은 있었지만요. 참, 이태리 사람들은 호박꽃을 튀겨 먹기도 한답니다. 또 한가지 특이한 거~! 이태리에선 닭 벼슬을
먹는답니다, 하기야 우린 닭발을 먹기도 하니깐 뭐 그다지 이상할 건 없나요? ^^: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가 이태리 음식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피자나 스파게티겠죠. 이태리에선 싼값에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는 게 바로 이 피자랍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선 보통 피자 한 두 조각만 먹어도 배부르잖아요. 하지만 이태리 사람들은 안 그런 가 봐요.
처음에 유학 가서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었어요. 함께 집을 얻어 살던 친구들과 사다리를 탔죠. 피자를 사다 먹으려고 돈 내기를 했거든요.
우리는 한국 피자만 생각하고 한판이면 여자 넷이서 먹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답니다. 근데 가서 기다려보니 10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 앞에 커다란
피자 한판이 놓여 있지 않겠어요. 진짜 놀랐죠. 저걸 어떻게 다 먹어! 근데 보통 젊은 아이들은 그걸 먹고 또 먹어요. 대단하죠? 참고로 피자는
나폴리 피자가 최고래요. 아무리 같은 재료와 같은 요리사가 만들어도 지방마다 물이 다르고 공기가 달라서 맛이 다르다나요. 와인도 마찬가지구요.
이태리는 지방마다 그 지방의 기운이나 물이 달라 맛에 민감한 차이를 보이는데, 그것 때문에 음식이 다양한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이태리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관광과 더불어 음식 기행도 더불어 할 수 있답니다.
자, 이제 저의 이태리 음식 기행 이야기는 이만 마쳐야 할 것 같네요. 호박꽃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호박죽을
만들어 먹고 싶은 생각이 나서리…. 아~ 호박꽃을 넣은 호박죽은 어떨까요? 괜찮을 것 같은데,, 참, 우리나라 시장에서 호박꽃은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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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화그룹 웹진 오픈아이(www.5pen-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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