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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여배우가 나이드는 법 - 모니카 벨루치


[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여배우가 나이드는 법 - 모니카 벨루치



《소싯적 섹시한 외모로 이름을 날렸던 여배우 중 다수는 30대 후반대로 접어들면서 크게 좌절한다. 불어나는 몸뚱이, 늘어나는 주름과 눈 밑의 저주스러운 다크서클, 처지는 가슴과 엉덩이…. 이런 좌절을 딛고 올라서는 여배우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부단한 성형수술과 신앙에 가까운 자기부정을 통해 세월에 맹렬히 맞서 싸우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흐르는 세월에 슬쩍 올라타 어깨동무하고 가는 경우다.》

올해로 38세인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는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섹시스타가 아닐까.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창녀의 이야기를 담은 최신작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지난달 27일 개봉)에서 그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섹시함을 잃지 않는 비결을 가르쳐 주는 것만 같다.

①객체의 미학=벨루치는 ‘다가가기’보다는 ‘다가오도록 만드는’ 방법을 통해 남자의 마음을 훔친다. 욕망의 ‘주체’가 아닌, 욕망의 ‘객체’가 되도록 스스로를 이미지화하는 것.

벨루치의 포즈를 살펴보자. 숨 막히는 정사 직전에도 그녀의 포즈에는 운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활동사진의 동적(動的)인 느낌보다는 회화적이고 정적(靜的)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녀의 실루엣(사진1)은 마치 생명이 제거된 석고 인형처럼 보이게 한다. 스스로 물화(物化)됨으로써 누군가의 소유와 관찰(혹은 관음)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자 하는 욕망이 읽힌다.

이에 반해 곁눈질을 되풀이하며 부산하고 소심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눈동자(사진2)는 정적인 몸과 대비되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품은 내심을 아주 슬쩍 내비치는 기능을 한다. 필히 남성의 소유 욕구에 불을 댕기는 그녀의 대사가 따라붙는다.

“변태 아니죠? 나 때리는 거 아니죠? 날 다정하게 대해 줘요. 부드럽게 안아 줘야 해요.”

②느림의 미학=사랑과 섹스는 ‘결과’의 문제가 아닌, ‘과정’의 문제일지 모른다. 그녀의 베드신은 섹스라는 ‘결과’보다는 섹스로 가는 ‘과정’이 더욱 농밀하게 그려진다. 본격적인 애정 행각을 앞둔 벨루치는 자신의 윗옷 단추를 미친 듯이 풀어헤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이렇게 속삭인다. “이제 눈을 감아요. 난 코트를 벗을게요. 당신 심장에 부담 주기 싫어요.”

아, 심장 안 좋은 상대를 배려하는 센스. 게다가 그녀가 옷을 벗고 입을 때는 ‘사각사각’ 하는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키스는 상대의 윗입술에 살며시 한 번(이땐 ‘쪽’ 소리가 전혀 안 난다), 그리고 아랫입술에 감질나게 또 한 번(이땐 아주 약하게 ‘쪽’ 소리가 들린다·사진3)…. 청각 시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五感)을 폭넓게 이용하는 그녀는 사랑을 풀코스로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사랑의 정복자다.

③양감의 미학=벨루치의 보디라인은 일반적 예상과 달리 ‘굴곡’이 적다. 그녀의 발목뼈는 통뼈에 가깝고, 허리는 결코 ‘잘록’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진정한 육체파인 이유는, 그녀가 몸의 ‘S라인’을 유지하고 보여 주기 위해 기를 쓰기보다는 풍만한 몸 전체가 빚어내는 양감(量感)을 표현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이 부위별로 따져 볼 땐 그리 아름답지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같은 이유. 크지만 어리석어 보이지 않는 가슴, 상대에 대한 사려 깊은 태도가 배어 있는 허리, 그리고 출산의 역사(2004년 딸 ‘데바’를 낳았다)가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다산(多産) 지향적’ 엉덩이(사진4)에는 38년의 인생이 구석구석 소중하게 살아 숨쉰다.

④직설법의 미학=‘그녀 정도 되면 무척이나 튕기겠지’ 하는 예상이 일반적. 그러나 벨루치는 직설화법으로 이런 예측을 정면으로 깨부순다.

“우리 정오까지 (침대에서 함께) 뒹굴다 점심 때 굴 먹으러 가요. 그 뒤엔 영화 보러 가서 영화는 무시하고 키스만 해요.”

그녀는 ‘키스’란 단어보다 ‘굴’이란 단어가 가일층 남자의 마음에 불을 댕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다소 무지막지해 보이지만 어느새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전략적 백치미’가 빛나는 대목.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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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고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의 섹시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