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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1만원 더 내면 외제차 공포 ‘끝’

보험료 1만원 더 내면 외제차 공포 ‘끝’

[조선일보 이경은기자]

트럭 운전자 김모(40)씨는 올초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앞서 가던 렉서스 차량과 부딪혔다.

렉서스는 뒷범퍼 등이 크게 부서졌고, 김씨는 보험으로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김씨가 통보받은 수리비 견적은 무려 5400만원. 자동차 보험의 대물 보상한도가 3000만원에 불과했던 김씨는, 나머지 2400만원을 자비(自費)로 물어내야 했다.

최근 값비싼 외제차가 급증하면서 김씨처럼 낭패를 보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운전자들 사이에선 ‘외제차는 피하는 게 상책’이란 말이 상식처럼 굳어졌다. 반면 외제차 운전자들은 ‘끼어들기가 쉽다’고 말한다. 접촉사고가 나면 수리비가 많이 나오니까 국산차 운전자들이 알아서 피해준다는 것이다.



거품 많은 외제차 수리비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수입차에 지급한 건당 수리비는 평균 208만원으로, 국산차의 2.7배 수준이다.

가령 차값이 7042만원인 볼보 S80 2.9의 앞범퍼 커버 가격은 87만4600원으로, 차값이 7310만원인 에쿠스 VS450(9만9000원)의 8.8배에 달한다.



외제차 수리비는 국산차와 달리 건설교통부가 정해 놓은 기준이 없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국산차와 달리 일반 정비업소에서 수리하기가 쉽지 않아 경쟁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점도 수리비 상승을 부채질한다. 외제차는 살짝 스치기만 해도 수리비가 수백만원씩 나가기 때문에 사소한 접촉사고라도 외제차량이라면 돈을 더 많이 물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차량가액 1억원짜리 외제차와 100만원짜리 국산 중고 소형차 간에 사고가 나서 전손(全損)됐을 경우 과실비율이 90%(외제차)대 10%(국산차)로 나왔다면, 중고 소형차 운전자는 외제차 운전자에게 1000만원을 물어줘야 하지만, 외제차 운전자로부터는 달랑 90만원만 받는 식이다.

이렇게 상대방 손해액으로 200만원 이상 지급되면, 이듬해 국산차량 보험료는 최대 50%까지 할증된다.



외제차 공포증 어떻게 대처할까

현대해상 양회균 하이테크팀장은 “수입차가 크게 늘면서 국산차 소유자들과의 보험 분쟁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외제차는 수리비가 5000만원 이상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물한도는 가급적 1억원까지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대물(對物)한도란, 운전 중 남의 차나 물건에 손상을 입혔을 때 보험사가 대신 내주는 보상액이다. 만약 대물한도를 3000만원으로 해놨는데 7000만원짜리 사고가 나면 나머지 4000만원은 운전자가 사비(私費)를 털어야 한다. 대물한도는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려도 보험료는 연 1만~1만5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또 제일화재 등 일부 보험사가 팔고 있는 외제차 충돌 확대보상 특약(보험금 두 배로 늘려 지급)도 활용해 볼만하다.

중고차 가격을 넘어서는 수리비 요구는 거절할 수도 있다. 자동차10년타기운동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보기엔 그럴 듯 해도 중고 수입차 중엔 1000만~2000만원짜리가 많다”며 “수리비가 3000만원 나왔다고 해서 중고차 가격을 넘어서는 액수까지 보상해 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수입차의 공식 AS센터는 무조건 부품을 통째로 바꾸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입차만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일반 정비업소에서 한번 더 수리비 견적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이경은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iv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