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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복원…예산부족이 최대 ‘족쇄’


지리산에 방사된 후 자연적응중이던 반달가슴곰 한마리와 관리팀간의 50일이 넘는 숨바꼭질이 화제가 되면서 야생동물 복원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 시작단계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고 해결해야한 문제도 산적해 있다.

◇야생동물 복원의 의미와 필요성=복원이라는 말은 파괴 또는 멸종이라는 단어와 뗄래야 뗄수 없다. 복원은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야생에서 이미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생물학적 지식을 활용,본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보통 멸종위기종들은 해당 생태계의 최상위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먹이사슬 관계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들때문에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이에따라 멸종위기종을 복원한다는 것은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서부 개발 시대 애리조나주 카이바브 고원의 늑대와 사슴에 얽힌 일화는 유명하다.1907년부터 사람들이 사슴의 수를 늘리기 위해 늑대를 쏘아 죽이기 시작했고,늑대가 줄어들자 사슴의 수가 너무 많아져 사슴들이 먹을 풀이 부족해졌다. 그 결과 1918년부터 카이바브 고원은 황폐해지면서 1924년부터 그 이듬해 봄까지 무려 절반 이상의 사슴이 굶어 죽었다. 인위적인 먹이 사슬의 파괴가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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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연구원 유병호 자연생태과장은 “생태계 파괴는 결국 인간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면서 “복원의 촛점은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국내 야생동물 복원 현황=반달곰 복원 사업은 멸종위기 동물 복원사업중 정부가 주도하고,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97년 황새,산양 등 국립환경연구원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후 만주에서 들여온 ‘막내’ ‘반순’ 등 암컷 2마리와 ‘반달’ ‘장군’ 등 수컷 2마리가 2001년 9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그러나 같은해 10월 막내는 등산객을 따라다니는 등 자연적응에 실패,우리에서 키워지고 있고 반순이는 2002년 7월 올무에 걸린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지난해 5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에 ‘반달가슴곰 관리팀’을 출범시키고 2011년까지 지리산에 50마리 수준으로 개체수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155억원을 투입하는 ‘반달가슴곰 복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장군과 반돌이는 동면에 들어가는 등 자연적응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반돌이는 지난해 11월 위치추적 발신기 점검을 위해 포획됐다가 새 발신기 교체 전 탈출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지만 반돌이의 탈출은 야생성을 회복했다는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중에 러시아에서 새끼 반달가슴곰 6마리를 도입,야생적응 훈련을 거친뒤 지리산에 추가로 방사할 계획이다.

반달가슴곰 이외에 비교적 활발히 복원사업이 진행중인 동물은 황새와 산양이다. 황새의 복원작업은 문화재청 등의 지원으로 한국교원대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에서 맡고 있다. 복원센터는 96부터 러시아 독일 일본 등에서 황새 20여마리를 들여와 인공 번식 과정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는 중이다. 자연에 방사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마리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산양의 경우 에버랜드가 94년부터 월악산에 6마리를 방사해 복원활동을 벌이는 한편 동물원내에도 1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지난해 서식지외 보존기관으로 승인받아 산양이외에도 장기적으로 두루미,호랑이등의 복원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가 늑대의 복원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문제점과 과제=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복원사업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복원사업에는 예산이 거의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경우 지난해 21억원의 필요예산중 4억8000만원정도만 지원됐고 올해도 43억원이 필요하지만 예산은 6억5000만원만 책정됐다. 따라서 계획당시 발표됐던 서식지 특성연구,인공증식기술개발 등은 착수도 못하고 관리팀 인건비와 민가 피해에 대비한 대물보험비를 대기에도 빠듯하다. 반달가슴곰관리팀 한상훈 팀장은 “최신장비 도입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면서 “현재의 인원으로는 방사된 곰을 모니터링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녹색연합 김타균 정책실장은 “복원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필수”라면서 “복원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국가 주도하에 곰 보전연구센터가 설립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직은 관심권밖이지만 증식에 성공한 멸종위기종이 야생에 방사됐을 때 보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리산의 반순이가 밀렵에 의해 희생된 것만 봐도 방사된 이후 멸종위기종들의 험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황새복원센터의 정석환 연구원은 “방사된 황새가 자연 번식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특히 증식단계에 국민들에게 관람기회를 주고 교육도 병행에 멸종위기종 보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