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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스크랩] [주간미디어리뷰]마침내 고개 든 `경인TV 괴담`

[주간 미디어 리뷰 : 방송] 마침내 고개 든 '경인TV 괴담'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얼마 전부터 방송가 주변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경인TV 괴담'이지요. 그 내용은 경인TV 컨소시엄이 법인 설립을 마치고 개국을 준비하고 있으나 심사과정에서의 로비설 등의 문제가 불거져 나와 방송위원회가 허가추천을 미루고 있다는 겁니다.

경인TV에 있었다가 그만둔 인물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실에 투서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심지어 경찰이 혐의를 잡고 내사하고 있다는 미확인 정보도 감지됐지요.

만일 심사과정에서의 로비설 등이 사실이라면 사업자 선정 자체가 백지화될 수도 있는, 아니면 대주주 등을 교체해 컨소시엄을 새로 구성해야 할지도 모를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당장에는 무성한 소문만큼 실제로 드러나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워낙 엄청난 일이어서 섣불리 거론하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음해성 공작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고요. 그러나 날이 갈수록 소문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더 구체화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주고, 주주 구성에 참여한 한 업체와의 이면계약이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더군요.

많은 사람들은 혼돈에 빠졌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과 '혹시'라는 생각이 교차하며 어느 쪽도 믿기 어렵게 된 것이지요.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요즘 세상에 누가 그렇게 노골적인 금품 로비를 하겠느냐', '로비를 한다고 받기나 하겠느냐'라는 짐작이 앞서면서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등의 속담이 떠올려지면서 '아무리 음해성 투서라 하더라도 뭔가 의심받을 꼬투리가 있으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도는 것 아니냐'는 짐작을 완전히 떨치기는 어렵게 됐지요.


기자협회보의 수사설 제기에 이은 박찬숙 의원의 폭로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괴담의 일부를 거론한 곳은 기자협회보였습니다. 추석 연휴 다음주인 10월 11일 기자협회보는 "경인지역 새 민영방송 사업자 선정 당시 영안모자가 심사에 관여했던 방송위원회 위원과 청와대 관계자에게 금품을 전했다는 투서가 접수돼 서울지방경찰청 조사2계가 지난달부터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지요.

이에 대해 경인TV방송은 이튿날 보도 자료를 내 "기자협회보 보도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투서를 받은 적도, 수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으며, 언론중재 신청과 법적 대응도 하겠다"는 말과 함께였지요. 그러나 기자협회보는 "다각도로 확인을 거쳐 보도한 것이기 때문에 정정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의혹 제기는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투서를 받고 조사에 나선 문화관광위원 가운데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은 국제의회연맹(IPU) 참석차 해외에 나가기 때문에 못하고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할 거라는 예상이었지요.

방송위를 상대로 한 국감은 19일. 그러나 박 의원은 이보다 사흘 앞선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의혹을 폭로했습니다(박 의원은 17일 방송위 전체회의 안건에 경인TV 허가추천에 관한 건이 포함돼 있어 서둘러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지요).

박 의원이 문제를 삼은 사항은 크게 대여섯 가지 정도입니다. 주식 지분 29.56%(특수관계자 몫 포함)를 소유한 1대 주주 영안모자가 유진기업 계열사인 기초소재와 이면 합의를 통해 3.57%의 주식을 사실상 확보하기로 했기 때문에 방송법이 정한 지분 한도 30%를 초과했다는 것이 첫 번째이지요.

이에 대해 경인TV방송은 "기초소재가 경인TV의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액 50억원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영안모자 측은 3.57%를 다시 사들이는 것은 방송법에 위반돼 불가능하다고 통보했고, 박 의원실이 증거로 제기한 합의서 등은 기안자만 있을 뿐 임원의 결재가 없는 자료"라고 해명했지요.

그러자 박 의원실은 즉각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서명을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고(나중에 공개했습니다), 경인TV 관계자는 "사인을 해준 적이 없다. 만약 박 의원실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날조된 것이다"라고 재반박했다가 이튿날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기안자였던 모씨가 퇴사 후 경인TV 직원인 것처럼 e-메일을 보내 불법적으로 자료를 빼낸 것이다. 또한 이는 법률 자문을 거쳐 최종 날인한 합의서가 아니라 중간 합의서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굳이 경인TV의 해명이 아니더라도, 설사 이면 합의를 통한 지분한도 초과 시도가 있었다 해도,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그 합의가 지켜지기 어렵게 됐지요. 결과적으로 방송법에는 어긋나지 않게 된 셈이지요.

30% 지분 한도에 묶인 전국의 민영방송치고 우호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 구도를 만들려 하지 않는 1대주주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 중 일부는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기도 했지요. 아마 안 드러난 곳도 있을 테지요.

그러나 개국도 채 하지 않은 방송사 컨소시엄이 불법적인 이면 합의를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에는 비난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 서명과 관련해서도 말을 바꾸는 듯한 태도는 진정성을 의심받게 만들기도 합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사옥의 위치도 달라졌다는 겁니다. 사업자 선정 심사 당시 컨소시엄 대표는 신현덕 씨였는데 나중에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백성학 회장과의 공동대표 체제로 바꿨고, 방송국(연주소)도 인천에 두기로 했는데 영안모자 본사가 있는 부천으로 옮겼지요.

이 문제는 '괴담' 유포 이전에도 논란이 됐습니다. 첫 기자회견에서 백 회장이 인사와 경영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 의심을 받았고, 신 대표 교체설이 돌자 일각에서는 "컨소시엄 대표에 대해 경영을 잘할지 방송관은 건전한지 청문까지 해가며 중요하게 심사하는데, 심사가 끝나자마자 대주주의 뜻대로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난도 흘러나왔지요.

경인TV는 "백 회장의 현재 역할은 효율적인 개국 준비를 위한 지원 업무에만 국한되며 편성과 제작 등 방송 관련 업무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신임 사장 공모가 마무리되면 바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것임을 수차례 천명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연주소 소재지에 관해서는 애당초 이 지역에 민영 지상파TV 생겨나도록 만든 인천 시민 입장에서는 자존심도 상하고 서운하기도 할 만합니다. 또 1차 심사과정에서 모기업의 소재지가 분당이나 부천처럼 서울 접경지역인 곳은 상대적으로 점수를 덜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사옥이나 연주소를 어느 곳에 두느냐도 심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심사가 끝난 뒤 바꾼다는 것은 문제가 있긴 하지요.

경인TV는 "조속한 개국을 위해 부천 영안모자 전시장을 임시 사옥으로 사용하기로 했으며 내년에 인천지역 신사옥 건설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인천시 학익동의 옛 iTV 사옥을 매입, 혹은 임대하려고 했으나 동양제철화학 측과 가격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네 번째로 박 의원은 "옛 iTV 직원의 80%(150~160명)를 채용하기로 한 약속이 헛 공약이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으며 영안모자가 옛 iTV 직원 전원을 1, 2, 3그룹으로 나눠 '뽑아서는 안될 사람'(예를 들면 비대위 등 iTV를 적극적으로 살리려고 노력했던 직원) 명단을 만들어놓았다"고 주장했지요.

이에 대해 경인TV는 "박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단계별로 필요 인력을 분류한 것이며 확정되지 않은 실무자 초안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박 위원이 주장한 3그룹 직원 가운데서도 이미 경인TV 개국준비단의 일원이 된 사람도 있다는 반증도 함께 말이지요.

이 역시 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디 들어갈 때 마음하고 나올 때 마음하고 다른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법합니다. 방송위가 심사기준을 발표하며 전직 근로자들의 채용을 권고하겠다고 하자 경인TV는 사업계획서나 청문 과정에서 최대한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지요. 고용승계(엄밀히 말해서 재취업)가 의무사항일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식언을 해도 괜찮은 약속은 아니지요.

또한 박찬숙 의원은 영안모자 회장이 청와대 관계자와 방송위원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경인민방 공모 직전 정보통신부가 방송위에 경기 북부 지역 주파수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북부까지 권역을 확대해 공모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인TV는 금품 로비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으며, 정통부 공문과 관련해서는 "경인지역 시청자 복지 실현을 위해 결정한 정책 사안으로 사료된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19일 방송위 국감에서도 기자회견 때 폭로한 내용을 되풀이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습니다(국감이 끝날 때까지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방송위 업무에 심대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도 되느냐'며 다그쳤지요).

답변에 나선 조창현 방송위원장은 이에 대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 우리를 믿어달라. 확실히 조사한 뒤 결정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통부 공문과 관련해서는 "주파수 확보를 위해 정통부 실무진과 세 차례 협의를 했고 앞으로도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대답했지요.


경인TV 개국 일정 차질 빚을까

경인TV 문제가 국정감사장에서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자 이러다가 내년 5월로 잡아놓은 개국 일정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주파수와 권역 문제는 방송위가 앞장서서 해준 것이고 대표, 연주소 위치 등도 방송위와 협의해 진행해왔지만 만일 금품 로비나 이면 계약에 따른 방송법 위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방송위의 허가추천을 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요. 대주주 교체를 통한 컨소시엄 주주 재편이 불가피해질지도 모르고 사업자 선정 취소라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경기ㆍ인천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경인지역 새 방송창사준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공신력 있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과 허위사항을 발표함으로써 새 방송 개국 일정에 차질을 빚어 시청자 주권 회복이 침해된다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박 의원실을 항의 방문했습니다.

복직과 개국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전직 iTV 근로자들도 초조한 마음으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백 회장이 직원들에게 "절대로 부정한 일은 하지 않았으니까 안심하고 떳떳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라"고 말했다지만, 혹시라도 일부 불미스런 소문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겠지요.

이를 대하는 CBS의 태도에도 복합적인 감정이 묻어납니다. CBS는 "영안모자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인지역 방송 사업을 추진해온 동업자로서 사업자 선정과정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의혹과 주장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당혹스러우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회 조사활동과 경찰 수사 등을 지켜봐가면서 사업을 계속해나갈지 여부 등을 포함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추후에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요.

CBS 관계자는 "CBS로 문의가 하도 많이 와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며 적힌 문구 이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만, 세간에서는 그렇게만 보려고 하지 않는 듯합니다.

CBS는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하면서도 방송위의 종교방송 지양 방침, 재무구조 등을 고려해 5%(실권주 처리 과정에서 5.36%로 조정)의 6대 주주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대주주의 권한을 행사하려는 영안모자와 방송 경험 등을 내세운 CBS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지요.

이 때문에 당초 경인TV 경영도 주도하며 라디오방송과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계획이 다소 차질을 빚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처지에서 여러 의혹설까지 제기되니 CBS가 서둘러 일정한 선긋기, 나아가서는 발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요.

다른 쪽에서도 각기 다양한 시선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송위로서는 의혹의 당사자이면서 의혹을 밝혀내야 할 책임이 있는 기관이지요. 청와대나 국회도 입장이 묘한 듯합니다.

박찬숙 의원도 발언 모두에 "나도 해직기자여서 iTV 직원들의 아픔을 잘 안다"고 말문을 열었고,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은 "모자로 세계를 제패한 기업인에게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명쾌하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우려 섞인 당부를 했습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는 말을 못하지만,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경기 북부로의 권역 확대도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러다가는 iTV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듯합니다. 예전에도 "갈수록 지상파방송이 광역화되고 있고 뉴미디어가 계속 출범하는 마당에 경인지역에 지상파TV가 꼭 있어야 하느냐"는 의문을 지닌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3기 방송위원 가운데서도 그런 인물이 있는 듯합니다.

개국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세간에서 거론되고 있는 의혹이 하루빨리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길 고대할 겁니다. 설사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개국 계획에는 차질을 빚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겠지요.

예전에 각종 방송 인허가 심사와 관련해 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난무했고, 이 중 일부는 나중에 사실로 드러나 관계자가 처벌받기도 했지만, 제 기억에 사업권 자체가 취소된 사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개국도 하기 전이어서 사정은 다르다지만 설마 그런 일이야 일어나겠습니까.


이희용[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http://blog.yonhapnews.co.kr/hoprave
heeyong@yna.co.kr

※ <주간 미디어 리뷰>는 한국언론재단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jij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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