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일행은 당시 카자흐스탄 측으로부터 “왜 이제사 왔느냐”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열강의 각축장에 뒤늦게 뛰어든 데 대한 애정섞인 질책이었던 셈이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만해도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미만이었다. 하지만 이라크 사태, 친디아(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으로 비롯된 신 고유가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는 ‘에너지 대전’을 겪고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안정적 에너지 도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비로소 ‘적극적인 해외자원 개발’로 전환됐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에너지 전쟁에 야전사령관으로 나서는 추세에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었다. ‘자원 외교’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활발해지는 자원외교=참여정부가 펼쳐온 자원외교 성적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9월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러시아, 우즈벡, 브라질, 칠레에 이어 아제르바이잔에 이르기까지 자원분야의 미개척 국가를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광물자원이 많은 남미 등 주요 에너지 요충지를 상대로도 전략적 외교를 펼쳤다.
정부는 러시아 캄차카, 브라질, 나이지리아, 아제르바이잔 등지에서 30억배럴 규모의 유전 탐사권을 확보했다. 천연가스, 철광석, 우라늄 등 전략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1997년 만해도 연간 8억달러에 불과하던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올해는 30억달러로까지 늘어난 것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세계 메이저가 두 눈을 부릅뜨고 덤벼드는 광구확보전에서 우리나라가 탐사권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부딪히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자원외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올초 탐사권을 확보한 20억배럴짜리 나이지리아 유전의 경우 초기엔 우리나라 쪽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하마터면 정부차원에서 로비를 펼친 인도로 넘어갈 뻔했다. 다행히 때맞춰 이뤄진 정상외교 덕분에 최종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었다. 망망대해인 카스피해에서 가능성이 높은 ‘잠빌’광구를 콕 짚어낼 수 있었던 것도 정상외교의 결과다.
한양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성원모 교수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실질적 정책이 제시되고 있어 다행”이라면서 “자원부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나서는 자원외교는 끊임없이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진출에서 해법 찾는다=물론 정상외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나이지리아 유전탐사권을 획득할 수 있던 바탕에는 부존자원 없이 우리나라를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려 놓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있었다. 이미 지난해 한국 기업들은 나이지리아에서 31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건설을 수주해 ‘브랜드 코리아’의 성가를 높였다.
나이지리아가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진 것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발전사업 때문이었다. 전력확충이 시급한 문제였던 나이지리아 입장에서는 석유공사가 한국전력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이지리아 발전사업에 함께 진출하겠다는 제안을 넘겨버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애당초 돈으로 경쟁했다면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2030년까지 석유를 바탕으로 선진국대열에 진입하겠다는 ‘카자흐스탄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 카자흐스탄 국영석유회사인 카즈무나이가스의 정유분야 최고책임자 에릭 미하일레비치는 “2010년까지 건설할 초대형 석유화학 공업단지 투자설명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메이저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포스코가 인도에서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6억t의 철광석 개발 광권을 확보했던 것도 일관제철소 건설계획이 선행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후발주자이고 마이너인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강점인 플랜트,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나 제조업기반을 구축해주는 조건으로 자원개발권을 확보하는 방법이 승산이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운 메이저가 판치는 시장에서 일종의 틈새시장인 셈이다.
올초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을 비롯해 SK(주),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 등 민간기업과 KOTRA, 수출보험협회 등 지원기관이 한데 뭉쳐 ‘에너지산업 해외진출 협의회’를 공식 출범시킨 것은 의미가 있다. 이 협의회 설립 취지가 서로의 강점을 살려 자원개발권을 따는 데 힘을 합치자는 얘기다.
최근 정상외교를 통해 몽골, 아제르바이잔, 알제리 등과 자원·에너지협력을 확대키로 한 것도 1차적인 성과물이다.
〈박경은기자〉
◇활발해지는 자원외교=참여정부가 펼쳐온 자원외교 성적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9월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러시아, 우즈벡, 브라질, 칠레에 이어 아제르바이잔에 이르기까지 자원분야의 미개척 국가를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광물자원이 많은 남미 등 주요 에너지 요충지를 상대로도 전략적 외교를 펼쳤다.
정부는 러시아 캄차카, 브라질, 나이지리아, 아제르바이잔 등지에서 30억배럴 규모의 유전 탐사권을 확보했다. 천연가스, 철광석, 우라늄 등 전략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1997년 만해도 연간 8억달러에 불과하던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올해는 30억달러로까지 늘어난 것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세계 메이저가 두 눈을 부릅뜨고 덤벼드는 광구확보전에서 우리나라가 탐사권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부딪히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자원외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올초 탐사권을 확보한 20억배럴짜리 나이지리아 유전의 경우 초기엔 우리나라 쪽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하마터면 정부차원에서 로비를 펼친 인도로 넘어갈 뻔했다. 다행히 때맞춰 이뤄진 정상외교 덕분에 최종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었다. 망망대해인 카스피해에서 가능성이 높은 ‘잠빌’광구를 콕 짚어낼 수 있었던 것도 정상외교의 결과다.
한양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성원모 교수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실질적 정책이 제시되고 있어 다행”이라면서 “자원부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나서는 자원외교는 끊임없이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진출에서 해법 찾는다=물론 정상외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나이지리아 유전탐사권을 획득할 수 있던 바탕에는 부존자원 없이 우리나라를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려 놓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있었다. 이미 지난해 한국 기업들은 나이지리아에서 31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건설을 수주해 ‘브랜드 코리아’의 성가를 높였다.
나이지리아가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진 것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발전사업 때문이었다. 전력확충이 시급한 문제였던 나이지리아 입장에서는 석유공사가 한국전력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이지리아 발전사업에 함께 진출하겠다는 제안을 넘겨버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애당초 돈으로 경쟁했다면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2030년까지 석유를 바탕으로 선진국대열에 진입하겠다는 ‘카자흐스탄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 카자흐스탄 국영석유회사인 카즈무나이가스의 정유분야 최고책임자 에릭 미하일레비치는 “2010년까지 건설할 초대형 석유화학 공업단지 투자설명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메이저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포스코가 인도에서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6억t의 철광석 개발 광권을 확보했던 것도 일관제철소 건설계획이 선행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후발주자이고 마이너인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강점인 플랜트,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나 제조업기반을 구축해주는 조건으로 자원개발권을 확보하는 방법이 승산이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운 메이저가 판치는 시장에서 일종의 틈새시장인 셈이다.
올초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을 비롯해 SK(주),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 등 민간기업과 KOTRA, 수출보험협회 등 지원기관이 한데 뭉쳐 ‘에너지산업 해외진출 협의회’를 공식 출범시킨 것은 의미가 있다. 이 협의회 설립 취지가 서로의 강점을 살려 자원개발권을 따는 데 힘을 합치자는 얘기다.
최근 정상외교를 통해 몽골, 아제르바이잔, 알제리 등과 자원·에너지협력을 확대키로 한 것도 1차적인 성과물이다.
〈박경은기자〉
'*기획 특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너지가 미래다] “중앙亞, 우리 기업엔 기회의 땅” (0) | 2006.11.18 |
---|---|
[에너지가 미래다] 4. 광물자원 확보도 시급 (0) | 2006.11.18 |
[에너지가 미래다]“산업기술·경험은 우리 자원” (0) | 2006.11.18 |
[에너지가 미래다]곽정일 석유공사 카자흐 사무소장 인터뷰 (0) | 2006.11.18 |
[에너지가 미래다]2. ‘무자원 산유국’ 꿈 일군다 (0) | 2006.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