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대란의 높은 파도가 이미 지척에 다가와 있다. 정쟁의 소음 때문에 이 엄청난 쓰나미의 내습을 간과하다가는 나라 경제가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세계로 번지고 있는 자원대란의 최대 위험요소는 2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유가 폭등과 국제질서의 불안정이 겹쳐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점이다. 세계 경제의 동시회복과 함께 급증한 에너지 수요가 중동 정세 불안과 겹쳐 폭발적인 유가 상승을 촉발했다. 전문가들의 추세적 전망은 배럴당 80달러를 쉽게 넘는다.
이처럼 현재진행형의 유가 파동을 더욱 격화시킨 것은 남미권의 자원민족주의 바람이다. 왼손에는 포퓰리즘, 오른손에는 민족주의를 거머쥔 남미의 좌파적 정권들이 잇따라 집권, 주요 기간산업의 국유화를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가스ㆍ석유산업은 국유화의 최우선 순위다.
남미의 자원민족주의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 국유화에 잇따라 볼리비아도 가스ㆍ석유 국유화를 선언했고, 이 같은 바람은 도미노처럼 인근 중남미국들로 번져나갈 태세다. 중남미권의 자원민족주의가 고조될 경우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입는 것은 중남미 진출의 다국적기업보다는 오히려 우리와 같은 자원빈국, 외교력 빈국, 정책빈국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국적기업들은 기존의 시장지배력과 가격 상승을 지렛대로 수익보전과 위험분산이 가능, 자원파동에서 그다지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
반면 우리 같은 에너지ㆍ원자재 수입의존국들은 각종 파동의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매번 위기 때마다 허둥대지만 고비만 지나면 무사안일로 복귀하는 낙천주의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파동에 취약한 체질이다. 우리가 겪었던 위기 때마다 순발력과 행운 그리고 국제적 협조 덕분에 그럭저럭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의 파동은 이전과 다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우리의 대외관계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대외관계 변화와 경제안보 미국 일본 EU 등 우리의 최대 시장이자 전통적 경제 파트너들과의 관계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현 정부가 추구해온 자주노선 외교가 향후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나 분명한 것은 자주노선으로 새 친구들이 뚜렷이 부각되지 않은 사이에 전통적 친구들과는 관계가 크게 벌어진 점이다. 이런 대외관계의 변화는 경제안보와 위기관리에도 직결된다. 현재 부닥치고 있는 에너지 위기와 자원대란의 잠재적 위험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한 것도 바로 이런 대외환경과 연관돼 있다.
지금의 국제질서는 매우 불안정한 갈등 국면에 진입해 있기 때문에 지엽적인 자원파동이라도 쉽게 증폭되고 다른 갈등으로 전이되는 위험한 상황이다. 크고 작은 분란들이 겉으로는 에너지나 자원을 빌미 삼고 있지만 근저에는 보다 심각한 불신과 반목, 적대감이 중첩돼 있어 해법이 단순치 않다.
자원대란의 진원지 중 하나인 중동 정세 불안은 단시일 안에 해결될 가망이 전혀 없다. 이를 틈탄 중국의 자원확보 전쟁 또한 쉽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석유자원과 오일달러를 배경으로 한 러시아의 대외 강경노선이 계속 강화될 것이고 중남미의 자원민족주의 바람도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중남미국들의 도미노가 이어진다면 우리의 에너지 안보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페루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으로 파급이 확대되면 에너지 개발투자가 큰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
전방위 자원외교 시급 우선 중남미의 국유화 도미노에 대응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 자원개발투자의 21%를 차지하는 중남미권의 자원 국가통제에 대해 민관 합동의 대책반을 만들어 직접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의 빈약한 외교력을 고려할 때 쌍무협상과 유사 이해국들과의 다자간 협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그 동안 소홀했던 중남미권과의 외교접점을 대폭 확대하고 경협 채널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긴요하다. 칠레와의 FTA 경험을 살려 다각적인 접근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개발원조도 늘리고 상호투자도 확대하는 정부 간 또는 민간 교류가 바람직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자원외교는 시의를 잘 맞춘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를 효율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게 정쟁으로 일삼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가능할지 관심사다. 중국발 원자재 대란도 우리 같은 수출경제에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전의 사재기 경쟁은 세계의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전방위 자원외교와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을 바탕으로 중장기 자원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기본 구상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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