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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남미 최대 카미시아 가스전을 가다

by 인천싸나이 2006. 11. 18.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아마존 정글 한가운데에 시추탑이 서 있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 광활한 땅에서 어떻게 알고 저기에 꽂았을까. 헬기가 상공을 선회하는 순간에도 시추탑에서는 드릴링 머신이 돌아가고 있었다.

 

"운이 좋으신 겁니다. 변덕스러운 정글 날씨 때문에 시추작업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거든요." 현지 직원에게 설명을 들으니 신비감마저 느껴졌다.

확인 매장량만 원유와 성분이 비슷한 액상가스(Liquids) 5억6000만배럴, 가스 8조7000억 입방피트에 달하는 카미시아 가스전은 우리나라 유전개발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업이다. SK(주)가 지분 17.6%를 갖고 3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량을 현재 국제유가로 환산하면 1200억달러(약 110조원). '남미 최대'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다. 이곳에서 SK가 올해 거둬들이는 수익만 1300억원에 달한다. 자원 약소국 기업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마존까지 와서 석유 메이저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거대한 자원영토를 확보한 셈이다.

 

광구에서 헬기로 20분 거리에 있는 말비나스에 내리니 정글 속에 대형 정제공장이 위용을 드러낸다. SK와 미국 헌트오일, 아르헨티나 플루스페트롤 등 컨소시엄이 16억달러를 투자한 이 플랜트는 가스전에서 파이프라인으로 가스를 받아 정제하고 압축하는 일을 수행한다.

 

가스전에는 'dry gas'와 'wet gas'가 있는데 카미시아는 전형적인 'wet gas'다. 가스뿐만 아니라 액상가스를 함유하고 있어 정제과정을 거치면 고가인 디젤과 나프타 등을 추출할 수 있다.

임시종 SK 페루지사장은 "저가 중질유 성분이 없기 때문에 상업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이 막대한 물류비용과 환경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아마존 정글에서 사업을 벌이는 이유다.

 

"생산된 가스 중 일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도 리마에 있는 화력발전소로 보내고 액상가스와 가스는 피스코 해안에 있는 정제공장으로 보낸다"고 설명하는 생산책임자 에두아르도 콘데 씨에게 파이프라인 길이를 물어봤다.

 

"정글 200㎞ 정도와 안데스산맥 300㎞ 구간을 지나 리마까지는 730㎞ 거리입니다 . 안데스에서는 최고 4800m 봉우리도 넘습니다 ."

정글에서 뽑아올린 가스를 만년설이 뒤덮인 안데스 봉우리를 넘어 태평양 연안까지 보낸다는 말에 묘한 전율이 느껴졌다.

 

개발경험을 최우선으로 치는 유전개발 시장에서 SK는 이 프로젝트 덕에 신인도가 수직상승했다.

그 결과 추가 프로젝트에 30% 지분을 갖고 2대주주로 참여하게 됐다. 카미시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액화하는 '페루 L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SK와 헌트오일, 스페인 렙솔 등 3사가 33억달러를 투자하는 이 사업은 서부해안 팜파멜초리타에 LNG공장을 세우는 것으로, 액화 가스는 대부분 미국에 수출한다. 대역사(大役事)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페루 정부도 조기 완공을 독려하고 있다.

[페루 = 박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