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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 그 갈 길을 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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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오락 프로그램, 그 갈 길을 알려다오!
[2006-11-15 09:35]

박PD, 지 앞길도 모르는 주제에 공중파의 미래를 걱정하다!

얼마 전 한 대학교에서 특강을 부탁받았다. 주제는 ‘다매체 시대의 공중파 방송의 생존전략’이라고 했다. 한창 <웃찾사> 개편준비로 정신이 없을 때여서 이 엄청난 주제가 버겁기만 했다. 당장 <웃찾사>의 생존전략은 커녕 내 살길도 모르겠는 판에 공중파 방송의 생존전략이라니. 아마 학생들보다는 교수님이 더 궁금한 주제일 듯했지만, 부장님의 부탁이라 머리를 굴려보기로 했다. 솔직히 최근 들어 ‘지상파 방송의 위기’는 부인할 수 없는 실체로 다가 오고 있다. 특히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위기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상파 오락프로그램, 아~,옛날이여!

케이블 M.net의 <바이브 나잇>

일단은 좋았던 예전을 한번 떠올려 보자. 내가 처음 SBS에 입사하자마자 맡았던 <기분좋은 밤>은 최고 시청률이 35%가 넘었다. 지금은 MBC <주몽>이 차지하고 있는 주간 시청률 1위 자리가 바로 오락 프로그램의 차지였다. 그 보다 몇 년 전이었던 <이주일 쇼>는 40%를 넘는 시청률을 올렸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국민들의 유일한 오락이 TV였던 시대가 끝나고 인터넷의 광풍이 몰아쳤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해도 시청자는 별 관심이 없고 대박이 나도 시청률 15%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런 공중파의 위기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최근 결정적인 계기는 케이블 방송의 급성장이다. 현재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유선방송을 통해 공중파 TV를 보고 있다. 따라서 시청자는 공중파가 재미없다면 언제든지 케이블로 채널을 돌리는 게 가능하다. 거기다 그곳에는 심의로부터 자유로운 노골적인 노출과 자극적인 소재들이 넘쳐난다. 제작비 역시 협찬을 통해 공중파보다 훨씬 더 쉽게 모을 수 있다. 정체가 궁금한 ‘쭉쭉빵빵’ 언니들의 화려한 몸짓 앞에 빠듯한 제작비로 한주 한주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힘이 ‘쭉쭉 빠지는 게’ 현실이다.

특명 하나 - 시청자가 줄면 시청층을 넓혀라!

시간대를 옮긴 <웃찾사>

암울한 현실. 그래도 학생들 앞에서 아직은 공중파 오락프로그램이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일단은 시청층을 넓히는 방법이 있다. ‘시청자’가 줄어드니 ‘시청층’을 넓히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오락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젊은 층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젊은 층은 특정 프로그램을 좋아한다고 해서 방송시간대에 TV 앞에 모이질 않는다. 충성도가 낮은 젊은 층보다는 폭넓은 시청층을 공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서 좀 더 승산이 있다. 연예인 게임이 위주였던 주말 황금시간대에 MBC가 <느낌표>를, SBS가 <슈퍼 바이킹>과 <웃찾사>를 편성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시청률만 따져본다면,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무한도전>이 소리 소문 없는 <스펀지>를 쉽게 누르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특명 둘 - 선정성에는 공익성으로 맞서라!

<해피선데이 - 날아라 슛돌이>

두 번째 방법은 오락 프로그램들도 공익성을 강화하는 길이다. 선정성을 무기로 내세우는 케이블TV에 자극적인 소재로 맞서서는 이길 방법이 없다. 시청자가 원하는 다양한 정보가 곁들여 지거나 캠페인 프로그램들을 공중파 방송만의 전매특허로 충분히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상상 플러스>, <해피투게더 프랜즈>,<해피선데이 - 슛돌이>의 성공이나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의 성공은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들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보여줬다.

특명 셋 - 가식은 벗고 리얼리티를 살려라!

<무한도전>

세 번째 방법은 리얼리티다. 웬만해선 웃지 않는 시청자들은 가식적인 상황, 짜고 치는 고스톱쯤은 한눈에 알아채기 마련이다. 오락 프로그램도 이제는 짜여지지 않은 것 같은 리얼한 상황,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표현해야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순간순간 출연자들의 리얼한 감정을 대놓고 들어내는 것이나 <X맨>이 연예인들의 직접적인 이미지 순위게임으로 변경한 것 역시 좀 더 리얼한 상황을 보여주려는 시도일 것이다.

이렇게 지 앞길도 모르는 주제에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의 생존전략’을 놓고 궁리하다 보니 이게 결국 <웃찾사>의 생존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 가족들이 모두 앉아서 봐도 좋고, ‘형님뉴스’같은 코너를 보면 웃고 나서 뭔가 남는 것도 있고, 단 3분의 코너지만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회사에서 방송시간 변경한다고 징징거리던 옹졸한 PD의 마음은 사라지고 진검승부를 해볼까 하는 욕심이 슬쩍 들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이번 가을 개편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위기를 위기라고 느끼는 순간, 이미 위기는 새로운 도전일 뿐이다. 좋았던 10년 전을 그리워하기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새로운 10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좀 더 아이디어를 짜고 편집실에서 밤을 새는 방법밖엔 없는 셈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새로운 유행을 만들기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인 ‘名品’ 오락 프로그램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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